"너 한잔 마셔" 럼샷 개발 뒷이야기(와디즈 오픈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스위트게임즈 손영익입니다.
럼샷이 오늘 11시 부터 와디즈 펀딩을 오픈합니다.
이번에는 기존에 작성했던 홍보글 대신
조금은 디테일한,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설명을 좀 해볼까 합니다.
럼샷은 기본적으로 3인 ~ 8인까지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가장 베스트 인원은 5인 이상일 때 게임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어요.
주기적으로 만나는 저희 모임이 8명인데, 함께 플레이할만한 파티게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 모두의 성향도 고려해야 하구요.
그래서 만들어버리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시작이 그렇다보니 특정 성향에 완전 치우친 게임이 나와버렸어요.
럼샷은 아주 특정한 플레이어층을 타겟으로 한 게임입니다.
보드라이프에는 정말 많은 성향의 보드게이머분들이 계신데요.
범위가 엄청 넓은 스펙트럼이죠. 커뮤니티 사이트의 특징이 아닐까 싶네요.
플레이어간 인터렉션이 하나도 없는 벽게임 좋아하시는 분들, 아이들과 할 게임을 찾으시는 분들.
그리고 극한의 전략을 추구하거나, 워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취향들이 모여 계시죠.
메커니즘 목록도 엄청 길잖아요. 그만큼의 취향, 성향이 존재하겠죠?
어쩌면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을 사면서 모으면서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럼샷은 조금 시시한, 어쩌면 깊이감 없는 게임이라고 느껴지실 거에요.
보드게임 페스타 때 많이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가
"메커니즘이 단순하다", "전략이 너무 간단하다" 였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다양한 피드백 정말 감사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의도한 바를 너무 잘 이해하셔서
"이런 저런 방식을 추가하면... 아 이건 작가님이 원하신 가벼운 느낌은 없겠군요."
라고 피드백해 주신 분들도 계셨어요.
너무 정확한 지적이셨고, 저희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고 생각해 내색은 안했지만 오히려 좋았습니다.
럼샷은 모든 보드게이머 분들에게 적합한 게임은 아닙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럼샷의 위치는
우노 & 할리갈리와 뱅 사이의 어디쯤입니다.
쉽게 배우고 빠르게 적응해서 후딱후딱 카드를 쓰면서
플레이어끼리의 상호작용이 재미를 만드는 주축인 게임이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럼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테마도, 일러스트도 아닌 플레이어 그 자체입니다.
플레이어가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전부인 게임이죠.
그에 맞춰 주제 아이템, 테마, 일러스트, 문구를 만들었습니다.
"게임을 하면 무조건 이기려 드는 빡겜러"
"카드 한장마다 장고하시는 분들"
"다른 플레이어와 교류 없이 플레이 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 에게는
이딴게 무슨 게임이야? 라는 생각을 하실거에요.
맞아요..
테포마, 아크노바에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한 카드팩이고
전략이라는 것은 전혀 없어 보이죠.
오로지 카드 뽑기 운빨과 남들 엿먹이는게 전부인 게임입니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럼샷에 적합한 분들도 계십니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
술자리 자주 다니셨던 분들
술취해서 멍청이짓 하던 친구들 보면서 낄낄 대던 분들
럼샷에서 20대 초반 술자리에서의 뻘짓들이 떠오르실겁니다.
그리고 게임 스타일이
"나는 한놈만 패", "내가 1등 못해도 되니 누구 하나 죽이고 간다"
"게임 할 때 제일 재미있는 것은 트롤링이지" 하시는 분들.
그리고 "본투비 룰 브레이커" 이신 분들이라면
1등 직전의 친구 발목 붙잡아서 내동댕이 칠 수 있는 게임이죠.
군침 싹 땡기지 않나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저희 모임 인원들 인성이 다들 개박살나 있는거 처럼 보이는건...)
게임의 성향에 대한 설명은 대략 이렇게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난이도와 19금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난이도는 실제로는 중학생 이하 난이도가 맞습니다.
규칙과 카드 디테일 구성이 그래요...
테스트 플레이 내내 많은 분들이 규칙 금방 이해하고 쉽게 적응하셨거든요.
다만... 테마가 "술 먹어라" 라고 하는건데, 이걸 미성년자에게 하라고 할 수 없겠더라구요.
(개인적인 양심과 고집의 탓...)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19금으로 냈습니다.
개발의 시작 자체가 약간 쉬운 게임, 모임용 게임이다보니 난이도를 많이 낮춰서 만들었는데요.
실은 저희 모임에는 겜알못도 한분 계세요.
플레이 중에 자기가 왜 죽어야 하는지 이해 늦게 하시거나
규칙서가 한 페이지 넘어가면 재미를 못느끼는 분이 계셔서
그 분에게 맞추기 위해 규칙은 간단하게, 카드는 읽으면 바로 알 수 있게 기획 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까지 했는데 가끔 방어 차례 헷갈리고, 카드 손에 쥔거 까먹기도 하신...)
그래도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플레이 하셨기 때문에
자신있게 "이거 쉬운 파티게임입니다!" 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앞서 잠시 언급됐던 우노, 뱅 이야기입니다.
특히 뱅과 적룡객잔은 테마와 메커니즘, 인터렉션 방식 등등에서 많이 비교를 받기도 했습니다.
저희 럼샷을 플레이 해주셨던 많은 분들이 계신데
플레이 초기부터 시작해 보드게임 페스타 직전까지 거의 모든 분들이 저와 함께 고민해주셨던게
"사람들 계속 탈락하면서 1:1 상황이 되면 결국 노잼이 되는게 문제" 였습니다.
한명씩 떨어뜨려 나가는 게임의 최대 문제는
막바지에 생기는 그 노잼 구간요.
플레이중인 사람들도 노잼이 되고, 주변에서 구경만 해야하고.
이걸 풀지 못하면 럼샷은 진짜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놓고 정말 오랜 고민을 했습니다.
기초 룰이 1주일만에 완성되었는데 1:1노잼을 해결하기 위해 거의 2달을 소비했으니까요...
"풀 수 없는 난제를 풀려고 도전하시는 것 같은데.
솔직히 성공 하면 대박일거 같지만 너무 어려워 보인다...응원하겠다..."
라고 말씀 해주셨던 테스터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술자리"라는 테마를 활용해 럼샷은 난제 해결에 성공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다보면 "탈락자" 가 되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술자리죠.
탈락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술 너무 많이 마셔서
옆사람들이 술을 안주는 상태가 되어버린 꽐라들인 것이죠.
그런데 만취한 이 꽐라놈들이 자꾸 "넌 안먹냐?" 는 식의 난동을 피우는거
많이 보신 장면이죠?
그걸 게임 규칙에 반영했습니다.
"만취한 플레이어는 카드 반납, 카드 받을 수 없음"
"대신, 카드의 공격대상에서 제외됨,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오면 너 마셔! 라는 기본공격 가능"
혹시 먹힐까 싶어 회심의 한 수로 추가했던 이 규칙이 정말 많은 분들에게
"테마와 잘 어울리면서 마지막까지 재미있는 게임이다."
"진짜 술자리 같다", "1등 하던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탈락한 플레이어에게 빌어야 하는거 웃겼다."
라는 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럼샷 규칙을 정비하는 과정이 저에게 하나의 도전이었는데
그걸 성공한 기분이라 속이 다 후련해졌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준비하면서 참 다양한 일이 있었네요.
어쨌든 원했던 대로 게임이 잘 나와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혹시 보드게임 카페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펀딩페이지에서
럼샷 규칙 한번 잘 봐주세요.
아마 가볍게 게임하러 오는 분들에게
꽤 괜찮은 추천게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깨알 어필)
24일 펀딩 마감인데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펀딩 참여는 진짜 감사하지만
그거 귀찮으시다면 지지서명 댓글이라도 와디즈에 좀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