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가능치 (속지 번역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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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22:57

안녕하세요, 부드러운식칼입니다.

넷러너 관련 신규 소식을 주로 전해드렸습니다만,

오늘부터는 기존에 발매된 데이터팩과 디럭스 확장팩에 삽입된 속지 번역글도 연재하려 합니다.

넷러너 뿐만 아니라 FFG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글들입니다.

연재 속도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꾸준히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두 번째 데이터팩인 Trace Amount의 속지 번역글입니다.

해당 팩의 모든 카드는 한글화해 두었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netrunnerdb.com/kr/set/ta

감사합니다.

부디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네요.

자유 낙하로부터 발췌

그녀가 키패드를 터치하자 뒷편의 벽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닫는 고화질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했다. 본디 건너편에 있을 돈의 사무실은 지독하게 깨끗하겠지만, 마치 그곳에 또다른 방이 있는 것처럼 생생한 화면에 비친 것은 살육의 현장 그 자체였다. 온 벽과 천장이 피칠갑이 되어있었다.

저중력 상황만이 저 사태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시체의 절반은 피에 흠뻑 물든 침대 한켠에 있었지만 다른 절반은 방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었다. 무언가 거대하고 엄청난 것이 피해자의 육신을 찢어버린 것만 같았다.

"누구입니까?"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정정했다. "누가 그런거죠?"

"로저 메이허스트 도우. 변호사이자... 정치 로비스트지."

"음. 동기는요? 누구를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거죠?"

"인간 노동자인 모양이네."

"미치겠구만."

또 그들이다. 국장님이 실력 좋은 법의학자를 요청했던 이유를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사건이 인간 노동자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우리는 이번 사건을 정말 꼼꼼하게 들여다 봐야만 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을 처다보는 시선이 우스꽝스러웠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를 하는 족속들이기 때문이다. 소송에 미친 놈들.

"원한 관계에 의한 것 같군요." 나는 말했다. "아니면 누군가 변호사들을 지독하게 싫어했을지도 모르고."

키보드 위에서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스크린의 이미지가 우측으로 이동하여 위에서 본 각도로 바뀌었다. 확대시킨 사진에는 뭔가 군 부대에서 사용하는 거대한 총기(BFG)같은 물건이 잡혔다. 군수 물자인 듯 한데, 망할 총기류 라이브러리를 뒤져봐도 뭔가...가 미묘하게 달랐다.

나는 몸을 기울여 살인에 사용된 총기구에서 채취한 지문을 살펴보았다. "알파 프로스펙팅." 난 큰 소리로 읽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였다. "채굴용 레이져로군요. 이제 어디 불만 가득한 광부 하나를 찾아내면 되나,"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읊조렸다. "아니면 분노에 찬 채굴용 클론..."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이번 건에서는 빈스톡 보안팀을 우회하는데 세련된 전자기 수법이 사용되었어. 하지만 대체 어떤 미친놈이 채굴용 레이져를 준적색 구역까지 밀수해 오겠어? 게다가 그가 만일 클론이라면 더더욱 힘들지 않을까?"

그녀가 자신의 목을 탁 내리쳤다. "추적 태그."

"광부가 도와줬다는 겁니까?"

"그렇겠지. 그럴 수 밖에 없어. 해킹 스킬이 남다른 누군가가 도왔을 거야."

"대단하군요. 드디어 우리는 용의자의 범위를 좁힐 수... 이런. 뉴 엔젤레스 지역에만 못해도 5~600만이나 되는 해커들이 있습니다. 하인라인에는 수천만은 더 있을텐데요?"

그녀는 단말을 조작하여 몇몇 인물들의 사진을 띄웠다. "이제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는 수 밖에..."

사건 현장 화면이 사라지고, 거대한 크기의 아이 사진이 그 자리를 메웠다. 나는 "아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개인 정보는 그가 22세라고 말하고 있다. 뾰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는 아주 어려보였지만, 반 권위주의를 표방하는 본디지 스타일의 독특한 가죽 의상을 입고 있었다. 신장 180 센티미터 가량, 녹색 머리, 얼굴 곳곳에 박힌 피어싱.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나는 G-mod인 그의 시력엔 이상이 없음을 알고 있다. 안경은 프로젝트 스크린이 달린 고도의 개인화 장비였다.

그래, 나는 지 라일리-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이즈"를 알고 있다. 천재 소년, 수년 전 스터키 IT 사에 일어난 사건의 배후엔 그가 있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거대 자본 계좌로부터 마치 50만 달러는 족히 될 거액이 사라졌으나, 추적용 IP도 남지 않았고 그 어떤 전자 추적도 불가능했던 절도 사건이었다. 나 역시 그 사건에 투입되었었다.

그녀는 라일리의 화상을 끄고 나를 향해 돌아 앉았다. "잘 들어요, 해리슨. 작년에 발생했던 클론 폭동 건이 모두를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 알고 있습니다. 지난 달부터는 안드로이드 음모론과 관련된 루머까지 돌고 있지요. 이 망할 도시는 폭발 직전이에요. 연방 당국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합의안을 들이 밀려고 안달이에요. 웰스 시장이 계엄령을 선언하라는 압력에 굴한다면, 연방 정부는 우리를 제대로 족칠 거에요.

듣고 있어요?"

"네. 너무 잘 듣고 있어서 탈이지요."

"내 앞에 범인을 데려와요, 해리슨. 그리고 길가에 더 이상 죽은 클론들이 나뒹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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