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이머의 짧은 생각> 격동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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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0:10

안녕하세요. 하자하니입니다.

보드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 글을 마무리 지어야하는데 갑자기 짧은 시간동안 출시되는 보드게임에 변화같은게 느껴져서 갑자기 삘받아서 쓰게 되었습니다.(얼른 마지막도 마무리 하러..) 뇌피셜로 쓴 글이니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너무 글이 길어지면 재미없는 것 같아서 짧게 칩니다. 이 시리즈도 여러 개 쓸 것 같네요..(한 4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

최근 한국 보드게이머는 1년에 한글화되는 작품이 거의 없는 과거의 시대를 지나 지갑이 한글화 작품을 따라갈 수 없는 임계점 그 어딘가에 살고 있다. 한글화 보드게임의 붐으로 인해 해외구매 없이 한글화 보드게임 만으로도 풍족한 보드게이머 삶을 살 수 있으며 플레이하고 있는 한글 보드게임이 곧 전 세계 최신의 보드게임인 삶을 살고 있다. 최근 문득 과거에 즐기던 게임과 최근에 나오고 있는 게임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서 다른 점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레거시 게임

Pandemic Legacy: Season 1 Cover Artwork Gloomhaven Cover Artwork (출처 보드게임 긱)

가장 먼저 보드게임의 변화가 느껴지는 작품은 레거시 게임의 출현이다. 레거시 보드게임은 게임의 플레이가 추후 보드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을 뜻한다. 컴포넌트를 정리하고 다시 플레이하면 처음 보드게임을 샀을 때처럼 플레이할 수 있는 기존 보드게임과 달리 레거시 게임은 보드게임 구조 자체가 비가역적이다. 플레이를 진행할 때마다 점점 변화하는 룰, 컴포넌트 등은 과거로의 회귀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구조는 플레이어가 매번할 때마다 새로운 게임을 하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레거시 게임은 필연적으로 보드게임의 끝이 존재하며 이는 한정된 리플레이성을 보장한다. 보드게임을 리플레이성의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 있듯이 리플레이성은 보드게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레거시 게임은 무한한 리플레이성을 포기하니 일정량의 리플레이성을 확보하는 아이러니를 가진다. 이는 대부분의 게임이 리플레이성을 확보하기 온갖 랜덤 요소를 넣지만 결국 한번만 플레이하고 책장에 들어가는 형태와 상반된다. 유한함을 인정하고 리플레이성을 포기하니 얻는 리플레이성이다.

레거시 보드게임 구조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몇명의 인원만이 향유할 수 있으며 진행되고 있는 보드게임은 다른 인원이 참여하기 어렵다. 즉, 다른 인원이 플레이하려면 새로운 보드게임을 구매해야하며 이는 상업적으로 효율적인 측면을 가진다. 이는 PC 게임, 영화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레거시 보드게임은 스토리가 재밌고 게임이 재밌을수록 판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다른 사람을 통해 보드게임을 체험해볼 수 없으니깐)

레거시 게임 중 유명한 보드게임은 팬데믹 레거시 시즌 1(2015)으로 이 보드게임을 기점으로 레거시 게임의 붐이 왔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스토리, 기존 팬데믹의 좋은 게임성이 결합하여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 내었고 후에 나오는 레거시 게임들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게임 출시 이후 한동안 보드게임 긱 순위 1위를 꾸준히 하였었다. 팬데믹 레거시는 앞서 말한 레거시 게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번 플레이된 이후로는 사용할 수 없는 보드게임이라는 레거시 게임의 특징이자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레거시 게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RPG 장르를 가진 보드게임 글룸헤이븐(2017)의 등장하였다. 글룸헤이븐은 던전크롤링 형식의 보드게임으로 직업의 언락, 캐릭터의 진화, 지도에 점점 늘어나는 스티커 등의 레거시 요소가 들어가 있는 보드게임으로 removable 스티커를 이용하여 어느정도 가역적인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글룸헤이븐은 그것이 가진 방대한 볼륨을 통해 레거시 요소를 잘 활용하였으며 이 결과로 엄청 오랜 기간 보드게임 긱 순위 1위를 차지하였다.

레거시 게임의 상업적 이점과 두 게임의 성공은 레거시 게임의 유행을 이끌었으나 이는 여러 아류작들의 생산을 야기하였다. 결국 레거시 게임에서 중요한 좋은 게임성, 좋은 스토리가 없는 레거시 게임은 게임도 재미없고 덜 만들어졌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이는 유행을 잠식시켰고 현 시점에서 레거시 게임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고정된 인원이 즐겨야하는 레거시 게임은 게임 플레이보다 사람 모으기가 제일 어려운 과정인 것 같다..) 레거시 게임은 리플레이성이라는 보드게임의 개념을 변화시킨 격동의 시대의 한 주역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