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이머의 짧은 생각> 보드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 2

1,342 조회

2023.10.27 11:59

안녕하세요.

보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하자하니입니다.

보드라이프에 글을 기재하니 뭔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사라지지 않아서 밤에 후딱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들을 많이 보았고 여러 생각들이 떠오른다는 점에서 아직 생각할 것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재미라는 모호한 정의를 구분하고 이를 명확히 하는 과정에 대한 의견이 많았으며 댓글 뿐만 아니라 접쫑님이 올리신 글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전 글을 읽으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링크 남겨 드리고

<보드게이머의 짧은 생각> 보드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 1: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51997&tb=board_community&view=new&pg=1

접쫑님의 글 또한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같이 링크 남겨드립니다.

재미란, 게임이란 무엇인가: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52000&tb=board_community&view=new&pg=1

이번 시간에는 보드게이머로서 애정이 많이 가는 전략 보드게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구석 철학자의 헛소리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전략성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적어놓았는데 재미라는 방패아래 그냥 하고 싶은 소리 이리 저리 적은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략 그리고 전술

최근 체스에 관심이 있어서 체스 공부를 조금하였는데 체스에서는 전략과 전술을 그 의미를 구분하여 사용한다. 전략은 체스에서 승리를 위한 포지셔널한 움직임, 게임의 궤를 뚫는 목적의식 정도로 그 용어가 사용되며 전술은 그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수싸움, 행동(ex. 포크, 핀, 스큐어 등등…)으로 사용된다. 내 입장에서 보드게임은 이 둘을 뭉뚱그려서 사용하였는데 이 구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전략은 거시적인 흐름이고 전술은 미시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순자의 말을 빌리면 ‘전술 없는 전략은 승리를 거둘 수 없고 전략 없는 전술은 패배를 앞둔 소란스러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전술과 전략 모두 중요하며 이 둘은 동시에 존재 해야하며 잘 조응해야한다. 게임에서 나오는 재미 중 하나인 전략성을 이야기할 때이다.

보드게임에서 전략이란 게임의 승리를 위해 설정하는 목적단계 수립이며 이는 그 게임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반한다. 좁은 의미에서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테트크리를 탄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oo중심으로 플레이를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을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드게임 ‘세븐원더스 듀얼’의 경우 두 명의 플레이어가 여러 승리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원 및 돈을 지불하여 카드를 구매하게 되는 게임인데 이때 자신이 구매했던 카드 혹은 카드를 놓여있는 형태, 상대방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특정 승리 테크(ex. 과학 테크)를 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전략성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때 전략적 재미라는 것은 전략의 수립과정,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 목적 달성 등으로 느껴지는 재미이다.

전략의 수립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시스템의 핵심 아이디어를 파악하고 그 게임의 숨겨진 구조를 해석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플레이어가 새로운 보드게임을 만났을 때 새로운 시스템 혹은 문제를 받게 되고 여러 단서들 규칙이나 초반 행동 후 관찰하는 게임의 흐름 등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전략을 찾아내는 과정, 게임시스템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 때 게임 내의 메커니즘 소개(ex, 트릭테이킹, 일꾼놓기, 셋 컬렉션 등등…)은 이러한 시스템 이해에 중요한 단초가 된다. 사설로 많은 게임에서 공통으로 채용하는 메커니즘을 비틀어서 메커니즘의 새로운 면을 파악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에 의한 재미도 존재한다. 일례로 칸을 차지하고 선점하는 요소가 중요한 일꾼놓기 메커니즘에서 보드게임 ‘코임브라’는 주사위라는 요소를 결합시켜 일꾼놓기 메커니즘을 비틀어 선점이 아닌 경매의 요소를 도입하여 신선함과 재미를 주고 있다. 리플레이하는 기존의 보드게임의 경우 전략을 시도한 이후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에 했었던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전략을 시도해보면서 더 나은 전략 혹은 전략간의 상성을 파악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새게임에서 전략의 재미, 여러 번 플레이하는 게임에서의 전략의 재미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도출할 수 있다. 전략성의 재미는 전략을 찾는 난이도가 적절하며 압도적인 전략이 없으며 다양한 전략이 있게 된다면 극대화된다. 난이도가 적절하다는 모호한 표현, 압도적인 전략이 없다는 밸런싱적 측면,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하는 다양한 전략은 얼마나 좋은 전략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필자를 포함한 플레이어는 모든 게임의 전략을 파악하거나 능통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시스템의 분석 및 이해를 통해 전략의 깊이는 높일 수 있고 재미있는 전략 게임은 계속해서 그 깊이가 끝없이 깊어지는 게임인 것 같다.

전략성을 많은 보드게임에서 느낄 수 있지만 전략성의 예시로 내가 제일 많이 해본 우베 로젠버그의 ‘아그리콜라’(구판)를 들도록 하겠다. 아그리콜라는 흑사병 이후 피폐해진 자신의 농장을 목축, 농경 등을 통해 가문을 번성시키는 게임이다. 몇 가지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데 그 중 아그리콜라의 점수 구조가 있다. 아그리콜라는 각 영역에 대한 점수에 최대치가 있다. 목축을 아주 많이 해도 각 항목에 대해서 4점을 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남는 잉여 상품에 대해서는 점수가 발생하지 않다. 즉, 한곳에만 집중 투자하는 플레이는 지양해야하고 집중을 한다면 적절한 시기에 다른 것으로 강해진 파워를 분산시킬 수 있는 계획 또한 필요하다. 아그리콜라는 모두에게 동등한 행동 횟수와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가족 늘리기 행동을 통해 14라운드 동안 할 수 있는 행동의 총량이 변화하며 일꾼놓기 특성상 행동마다의 가치가 다르고 선점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선플레이어의 첫 행동과 마지막 플레이어의 마지막 행동의 가치는 일반적으로 차이가 크다. 즉, 단순하게 가족을 많이 늘려서 5가족이 돼서 얻는 행동 횟수의 이득과 가족을 늘리기 위한 준비를 위해 손해보는 행동의 가치 사이의 줄다리기를 통해 적절한 가족 수를 설계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음식과 자원은 점수가 바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남는 잉여 음식은 점수로 치환되지 않으며 너무 많은 잉여 음식은 행동의 낭비를 의미하고(가족을 충분히 늘리지 못해서 발생하는 행동손실 혹은 직접적인 음식 행동의 낭비) 너무 적은 음식은 점수의 축소(구걸로 인한 점수 감점, 구걸을 회피하기 위한 불필요한 음식 행동)로 이어진다. 적절한 음식 플랜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원을 획득하는 행동, 그리고 그것을 점수를 바꾸는 행동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어느 규모의 농장을 만들지 미리 설계하는 것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음식과 자원은 소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섭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스템의 분석뿐만 아니라 실천하는 과정 또한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진다. 그 둘은 분명 연관이 되어있으나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 행동들을 하게 될 것이며 이때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 전술이 된다. 전술은 수 싸움, 퍼즐, 행동등을 통해 발생하게 되며 성공적인 전술은 성취감과 연동되어 재미를 제공하게 된다. 전술은 짧은 미래, 예를 들어 바로 다음 행동 더 나아가서는 수십 턴까지, 설계를 기반으로 행동의 패턴을 예측하고 최적의 행동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전술이 도드라지는 보드게임들은 포인트 샐러드형 보드게임들이 있다. 이들은 많은 미니 게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종 점수가 그것들의 합산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미니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효율적인 행동들이 승리를 결판 짓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시는 스테판 펠트의 ‘트라야누스’가 있다. 트라야누스는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정치, 경제, 군사, 건설 등 다양한 분야를 플레이어의 행동을 통해 번영시키고 그것에 대한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만칼라 시스템을 통해서 여러 분야의 행동을 고를 수 있는데 이것을 설계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미니게임이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분야는 각기 그 분야들의 방식으로 점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것을 효율적으로 행동해야한다. 이것들 각각이 전술의 영역으로 파악되며 전술들의 성공은 곧 전략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즉, 전술적인 측면에서 게임을 생각하기에 좋은 게임이며 그런 점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전략을 기반으로 한 전술 혹은 실천 과정은 특정 결과를 도출할 것이며 이는 전략의 수정을 야기시킨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술과 전략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며 적절한 피드백 과정 혹은 전략 수정 또한 전략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종료하게 되면 전략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한 깨달음 혹은 승리를 통한 쾌감을 얻을 수 있으며 이것 또한 전략적 재미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전략에 대한 피드백, 토론, 심화 과정 등은 보드게임 이후의 재미 또한 가져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과정은 전략적 재미를 제공하며 보드게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전략 보드게임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보드게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며 게임이라는 특성에서 기인하는 재미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