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이머의 짧은 생각> 보드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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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6 16:54

안녕하세요.

보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하자하니 입니다. 현재는 팟캐스트 성취감에서 녹음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타서 보드게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보드게임력은 짧지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이 되게 지루하고 딱딱할지도 모르지만 방구석 철학자의 헛소리인가보다 하고 읽어 주세요. 하하..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여러 편을 나눠서 글을 적을 것 같습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글을 쓰게 된 계기

누구나 우연한 계기가 온다. 2017년 보드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그 때 큰 충격과 신선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기억은 2023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보드게임이 나의 취미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밤새 보드게임 모임에서 게임을 한다던가 보드게임 동아리 모임장으로 역할을 하며 동아리를 운영하는 뜨거운 시기도 있었고 다른 일을 하느라 혹은 보드게임 자체의 흥미가 떨어진 차가운 시기도 있었다. 그런 일상 중 우연한 계기로 팟캐스트 성취감의 고정 게스트로 녹음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드게임 리뷰, 보드게임에 대한 생각에 대한 방송 등은 보드게임을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경험이었다. 평소 보드게임에 대한 생각은 많았으나 그것을 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으며 말하는 과정 중에서 정리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특히 보드게임 리뷰를 주로 하는 방송 특성상 특정 보드게임의 장단점 혹은 좋은 이류를 말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이것을 위해 스스로에게 “이 보드게임은 왜 재미 있는가?”라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었다. 말하고 방송하는 과정은 이 질문에 대한 파편적인 답변만 하는 것이었을 뿐 이러한 파편적인 답변의 축적은 단순한 질문에 대한 내 마음 속 대답을 어지럽혀 놓았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글로 정리할 필요를 느꼈으며 이러한 답변을 공유하는 것이 후에 보드게임 리뷰를 보거나 다른 사람이 왜 나랑 보드게임의 취향이 다른가에 대한 하나의 힌트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 이 글을 올리게 되었다.

서론

이 보드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상당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답변이 바로 딱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나오는 답변도 제각기인 경우가 많다. 이것의 가장 큰 이유는 재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여러 요인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개인의 감정과 관련되어 있어 개개인마다 재미를 느끼는 정도도 다르고 재미를 느끼는 원인도 다르다. 심지어 개인 자체도 놓여있는 여건, 상황 개인의 변화 등으로 같은 보드게임일지라도 재미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구성 혹은 포인트는 여럿 존재하며 그것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재미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보드게임의 재미는 개인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게임에 따라 다르기도 한다. 재미를 느끼는 요인이 왜 재미있는가는 방구석 보드게이머가 논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부분이지만 나름대로 생각을 풀어내고 이 요인들이 어떤 것들이 있고 그 부분이 두드러지는 게임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인들이 무엇들이 있는가를 분류하는 것을 통해 보드게이머가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가 스스로 평가할 수 있고 내가 보드게임을 왜 좋아하고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람과 보드게임

보드게임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나는 단순하게 보드게임은 게임과 사람으로 구성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보드게임에 있어 게임과 그것을 하는 사람은 필수불가결적 요소라고 본다. 이것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보드게임의 재미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보드게임의 재미는 사람에서 나오는 재미, 게임에서 나오는 재미로 볼 수 있으며 이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자체가 사람에서 나오는 재미를 유도할 수도 있고 그 사람과 같이 하기 때문에 그 게임이 재미있을 수도 있다. 사람에서 나오는 재미는 파티게임의 대표적인 재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이 사람에서 나오는 재미를 유도하는 예시로는 블라다 크바틸의 보드게임 코드네임이 있다. 보드게임 코드네임는 한 사람이 카드 단어들의 공통점을 포착하고 말해주면 다른 사람이 공통점을 듣고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문제 내는 사람이 알고 있는 단어를 모른 채 공통점만 듣고 무슨 단어들을 엮어서 이러한 공통점을 냈을지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과정을 겪고 정답을 비교해보면서 상대방의 항변 아닌 항변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단어와 공통점을 통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기질, 생각 등을 엿볼 수 있고 자신과 비교하여 다름 혹은 일치를 인지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즉 ‘코드네임’이라는 게임은 나와 부분적으로 다른 타인의 모습을 간단한 게임 과정을 통해 잘 이끌어내어 재미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사설로 기계학습적으로 보면 코드네임은 구조적으로 인코더와 디코더의 구조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여러 단어(초기 input)을 문제 내는 사람(encoder)이 어떠한 프로세스를 거쳐 한 단어(dimension reduction)을 내뱉고 문제 맞추는 사람(decoder)이 원래 단어를 유추하여 원래단어와 맞는가를 통해 평가한다는 점에서 인코더와 디코더의 구조와 유사하다.)

이처럼 보드게임에서 사람에서 나오는 재미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못보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코드네임처럼 단어들의 공통점을 이야기하거나 텔레스트레이션에서 단어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처럼 보드게임을 매개로 타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타인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 때 본인과 타인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부분적으로 합치시키는 과정은 재미를 극대화해준다. 다른 점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점은 타인과 나를 구분 지을 수 있는 점이며 다른 점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본인과 타인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해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다른 점을 부분적으로 합치시키는 과정을 이해라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재미를 느낀다. 이는 타인으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자기자신도 포함되며 자신의 다른 면 혹은 나도 잘 몰랐던 점을 발견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사람과 같이하기 때문에 게임이 재밌다는점은 많은 보드게임 입문자가 처음 느끼는 재미일 것이다.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재미는 보드게임에 빠져드는 헤비 보드게이머가 간과하기 쉬운 재미로 다른 사람과 보드게임을 통해 시간과 추억을 공유는 재미이다. 이는 보드게임과 결속이 약한 재미로 보드게임이 다른 것으로 쉽게 치환될 수 있는 재미이다. 보드게임이 맡는 역할이 약해지기 때문에 같이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자신이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ex. 연인)과 하는 보드게임 경험은 다른 누구와 하는 보드게임 경험보다 좋을 것이다. 같이 게임을 하며 시간과 추억을 공유한다는 재미 또한 많은 파티 게임에서 타겟으로 삼고 있는 재미이며 이들은 엉뚱한 상황을 만들거나 여러 방법을 통해 그 시간을 가치있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생각해볼 수 있는 예시로 할리갈리나 타코캣치즈피자 같은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빠른 시간안에 반응하도록 게임이 설계되어 플레이어의 실수를 유도하고 재미있고 엉뚱한 상황을 겪도록 한다. 사람이 의도치 않은 행동 실수들을 유발하여 그 시간을 재미있게 만들며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제공해준다. (사족을 붙이자면 많은 헤비 보드게이머들이 보드게임을 영업하기 위해서 이러한 라이트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보드게이머로서 위엄을 보여준다고 해당 재미를 고려하지 않고 승리만을 위하여 플레이하고 원하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