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9. 9회말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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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7 오전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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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2015년

인원: 2명

플레이타임 : 5 ~ 20분

장르: 주사위, 심리전, 순발력, 카드 드래프팅

난이도: 2/10

언어: 2/10

서론

저는 스포츠를 즐기는건 좋아하지만 보는건 썩 관심없는 편입니다. 남자라면 유명한 축구구단 정도는 꿰고 있을법 하건만, 얼마나 무심한 성격인지 전 AC밀란,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정도만 알고 있어요. 지금 당장 리뷰를 쓰면서도 "박지성이 뛰었던 영국 구단의 이름이 뭐더라..." 하고 고민할 정도죠.

그런 제게도 좋아하는 구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야구 팀 중 하나였던 현대 유니콘즈예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현대 유니콘즈를 좋아하게 된건 아버지의 영향이었습니다. 옆에 나란히 앉아 야구를 시청했는데 유니콘즈의 엠블럼(팀로고)가 참 예뻤던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그런데 그런 현대 유니콘즈가 와해되는 사태가... 으앙 ㅠㅠㅠ

넋두리가 조금 길었습니다. 9회말은 제가 최초로 접하게 된 스포츠 게임입니다. 극혐인 주사위 게임, 환경적 한계가 강한 2인 게임,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스포츠 테마, 그리고 게임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는 킥스타터 출신이란걸 알면서도 큰 맘먹고 구입을 결정했죠. 별 달리 의식한건 아니지만 현대 유니콘즈 & 넥센 히어로즈를 겹쳐 본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가볍게 규칙을 훑어보고 곧바로 감상으로 넘어가죠!

규칙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어보던 중 "스님"님께서 정말 재밌고 간단하게 규칙을 정리한 포스팅을 발견했습니다. 저만큼 재밌게 쓸 자신이 없네요...ㅠㅠ 감상을 통해 부분적인 규칙을 언급하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잠시 규칙을 훑어보고 오시길 추천합니다. 물론 고생하신 "스님"님에게 추천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http://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4748&tb=community_post&id=&num=&pg=&game_id=6117&start=&b_category=&game_category=

감상

많은 분들이 제가 주사위 게임을 리뷰한다면 "아, 주사위에 대한 불평을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주사위에 대한 불호가 뇌에 기본 탑재된건 아니예요. 예전에도 언급했듯 제게 있어 주사위가 불호로 떠오르는건 특정 조건이 맞았을 때만 입니다 (진지한 전략게임 / 장시간의 플레이 / 선전략 후운빨 등). 다행히도 9회말은 그 조건들을 대부분 비껴나갔습니다.

장점 -

1. 심리전

그야말로 이 게임의 백미입니다. 투수와 타자가 비공개로 High & Low 와 Inside & Outside 조합을 비공개로 고른 뒤 서로 공개하는 과정이 짧으면서도 긴장감 있습니다. 만약 단순한 동전 앞뒷면 맞추기 시스템이었다면 금방 따분해졌을 겁니다. 하지만 "피로도"라는 개념이 이 시스템을 살리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각 투수에겐 좋아하는 코스가 존재합니다. 자꾸만 좋아하는 코스 쪽으로 던지면 피로도가 누적되며 해당 코스로 던지는게 힘들어지죠.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투수의 선택지가 제한되기 때문에 점점 타자에게 유리해 집니다. 다행히도 타자가 아웃/진루할 때마다 남은 잔루만큼 투수가 기력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괜찮아" 라고 느끼며 정신을 가다듬는거겠죠. 타자/투수 모두 테마적으로도 제법 납득이 갑니다. 개인적으로 전 타자보단 투수가 더 재밌었습니다. 극한까지 몰린 상황에서 심리전에 성공하여 상대방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게 했을 땐 쾌감까지 느껴지더군요.

2. 주사위의 다양한 사용

9회말의 주사위 시스템은 2가지 면에서 아주 흥미롭습니다.

A. 투수가 굴리는 스트라이크/볼/코너 주사위에 따라 주사위 판정법이 달라지는 점이 독특하더군요. 주사위 게임은 대체로 낮은 숫자 = 나쁨 / 높은 숫자 = 좋음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지만 9회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타자의 경우 볼일 경우 투수의 주사위 보다 숫자가 낮아야 볼 카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코너에 꽂히는 어려운 공일 경우 투수와 똑같이 굴려야 한다는 점, 스트라이크의 경우 높게 굴려야 하는 점 등 의외로 세심한 곳에 신경을 썼다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B. 안타 후 벌어지는 주사위 경쟁 또한 대단히 재밌습니다. 안타와 동시에 주자는 출루를 하게 되는데, SAFE 판정인 5와 6을 굴릴려고 쉴새없이 주사위를 던져대고 있으면 헐레벌떡 뛰어가는 타자가 된 기분이 듭니다. 투수 입장에서도 출루를 막으려고 주사위를 미친듯이 굴려대는데, 외야->중견수->1루수에게 송구하는 과정을 그린것 같아 아주 즐겁더군요. 정말 1초도 안되는 차이로 세이프와 아웃이 갈리면 안도감/아쉬움이 교차하죠.

제게 있어 주사위란 게임의 운을 담당하는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애물단지 였습니다. 어떠한 테마에도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단언코 말할 수 있습니다. 9회말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게임 중 가장 테마와 주사위가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3. 재미난 기타요소

9회말은 작은 게임이면서도 의외로 재미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박스를 열자마자 빵 터졌던건 캐릭터 카드들을 담은 "부스터 팩" 모양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심지어 분홍껌(스트라이크와 볼을 카운팅 할 수 있는 게임 콤포넌트 입니다)도 담겨있더군요. 별거 아닌듯 하면서도, 야구선수 카드를 모아온 사람들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이런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준건 아주 훌륭합니다.

캐릭터 카드 또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합니다. Fun Fact라 하여 카드 뒷면에 작게 써져있는 야구상식 / 야구통계 같은 것도 소소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더군요. 살짝 아쉬운 점으로는 가상 캐릭터에 대한 뒷 이야기를 써주기도 했는데... 이런 것보단 실제로 존재하는 사건/사고/상식 같은걸 써주는 편이 좀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한 일부 캐릭터가 가진 서로 상성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현실 속 야구선수들 처럼요. 이런 작은 세팅들이 게임의 맛을 조금 더 끌어올려 줍니다.

다이스해잇미 출판사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없었습니다만 9회말로 인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네요.

단점 -

1. 테마상의 한계

스포츠 게임의 전체적인 단점이라고 봐야할텐데... 해당 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설명할 것이 늘어납니다. 왜 진루해야 하며, 볼/스트라이크는 무엇이고, 출루는 무엇이며, 타자는 뭐고 투수는 무엇이며 등등 말이죠. 특히 2인 게임이라는 특성상 배우자/애인과 하게 될 일이 잦을텐데 즉석에서 단편적으로만 알게 된 야구에 바로 몰입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구요.

2. 운

주사위 게임이니 어쩔 수 없지만 운의 영향은 존재합니다. 심리전 및 캐릭터 능력을 통해 주사위 눈을 보정할 수 있긴 하지만 어느정도 한계가 있어요. 물론 플레이 시간이 워낙 짧은만큼 장기적인 고통이 되진 않습니다. 저의 경우도 신선한 판정법 & 위화감 없는 테마 덕분에 거부감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거지, 여전히 주사위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겐 걸리적거리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투수가 구종까지 직접 고를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그러면 게임이 좀 더 복잡해지겠죠? 꽤 마음에 든 게임이라 욕심이 나지만 이 정도가 딱 적정선이라 생각합니다.

3. 선수 라인업에 대한 아쉬움

야구의 숨겨진 재미 중 하나는 오늘은 어느 선수가 몇 번째 타선에 들어가느냐도 포함합니다. 야구를 잘 아시는 분들에겐 지루한 이야기겠지만. 1번 2번 타자는 빠른 발을 이용해 출루를 해서 득점권 안에 자리를 잡는게 목적입니다. 3번 4번 타자는 높은 타율을 가지고 득점을 해내는게 목표이구요. 1,2,3번이 자리를 잡고 4번 타자가 홈런을 때리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겠죠. 6~9번 타자는 하위타선이라 불리며 비교적 순서가 덜 찾아오기 때문에 타율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집어 넣습니다. 물론 이 하위 타선이 갑자기 분발하여 공를 때려대면 투수의 멘탈이 깨지지만요. 최근엔 이러한 순번에 따른 역할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듯 한데... 이렇게 타순 하나하나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9회말 게임은 1점을 내느냐 마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상위/하위 타선을 구분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그래도 캐릭터별로 좀 더 차별화 된 능력치가 존재한다던가 좀 더 많은 상성관계가 존재하여 출전 순서에 큰 의미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어느 캐릭터가 어느 순서에 타석에 서도 큰 차별점을 못 느끼겠어요.

애매함 -

"9회말로 충분한가?""

이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부분이라 따로 뺐습니다. "9회말 한번만 진행하고 게임을 종료하니 너무 짧고 아쉽다"는 의견과 "9회말이면 충분하다"라는 의견으로 나뉘었어요. 양측 모두 "야구라는 스포츠를 잘 살렸다"는 생각에서 그런 의견을 펼친거였죠.

너무 짧다는 쪽의 의견은 "공수 교환을 통해 좀 더 장기적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다음 이닝 생각없이 일방적인 방어/공격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옵션 룰에서 연장전 규칙을 주긴 했지만 모자른 감이 있다" 였습니다. 모처럼의 야구게임이 나온만큼 다들 좀 더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인듯 한데... 전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짧디 짧은 9회말이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좋습니다. 쓸데없이 다음 이닝까지 고려하며 체력안배 / 선수배치 / 선수조합 등을 생각하느라 에너지를 쓰느니, "눈 앞에 있는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다"는 생각으로 한구 한구에 집중하며 심리전을 펼치는게 좋아요. "한점 먹혀도 괜찮아. 다음 이닝이 있으니까." 같은 안이한 생각보단 "단 한명도 홈 베이스를 밟지 못하게 해주마!" 쪽이 더 긴장감 높고 몰입되지 않나요?

이건 게임에 대한 장단점이라기보단 개인 취향에 따른 만족감/아쉬움인 듯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꽤나 마음에 드는 게임입니다. 부피도 아주 작으면서 게임도 알차네요. 최근 가격으로 투덜댔던 민첩성 게임에 비하면 가격도 비교적 싸면서 많은게 담겨있습니다. 처음으로 접해본 스포츠 게임이 괜찮은 작품이라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더 좋은 스포츠 게임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S.

1. 이번에 킥스타터를 통해 나오는 확장을 한번 고려해봐야겠네요 :)

2. 룰북에 오류가 여기저기 있습니다. FAQ를 통해 한번쯤 확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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