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아내와 "황혼의 투쟁"하는 방법

Alex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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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24 오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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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는 황투, 세키가하라, 도미니언을 가장 좋아하며

이젠 티켓투라이드 같은 건 시시해서 안할라구 합니다.. -_-;;

심지어 (세부 카드 룰 제외) 황투는 저보다 룰을 더 잘 압니다;;

그런 경험으로 여친/아내와 황투를 하는 "로망"에 조언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전제조건이 몇가지 있습니다.

1. 중급 난이도 정도의 보드게임을 해봤어야 합니다.

- 제 아내는 `루미큐브`, `블로커스` 정도만 해보다가 `로스트 시티` (시시하다고 몇판 안함) 찍고 `T2R`,`도미니언` 찍고

`아그리콜라` 찍고 바로 `황투`로 직행하다시피한 케이스.

- 황투 가르칠 땐 힘들었지만, 황투 이후의 모든 게임의 룰에 잘 적응하는 일종의 극기훈련 코스가 되었습니다.

- 그 이후로 다른 게임이 재미 없으면 없었지, 룰을 힘들어하진 않았습니다.

-> "갑자기 황투 들이밀면 곤란해요"

2. 남친/남편과 같이 있으면 뭘 해도 행복하다는 마인드... -_-;; 여야 합니다.

- 아내들이 젤 싫어하는 남편 취미가 밤 낚시라고 하는데, 제 아내는 제가 밤낚시를 해도 따라가면 되니 좋다는 마인드... -_-;; 입니다.

- 제가 타이어를 바꿔끼러 다녀도 꼭 같이 다니는 스타일이라...

- 제가 보드게임에 열광하니 제 옆에 붙어 있는 게 좋아서 보드게임에도 같이 맛을 들여 이제는 덕...

저보다 더 컴포에 신경쓰고 카드 한글화 할 때도 더 정밀하게 신경써서 하는 분이 되었습니다.

-> 여친/아내가 쉽게 "나 안할래, 지루해, 딴거 해"라고 말하는 스타일의 성격이면 곤란합니다.

3. 전투력... -_-;; 이 강해야 합니다.

- 아내는 절대 지는 걸 싫어 합니다.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지면 둘중 하나가 됩니다. 그 겜을 싫어하거나 이길 때까지 노력하거나.

- 그래서 안 들키게 적당히 져줘야 하는데, 또 제가 적당히 져주는 건 절대 못 참아 합니다. -_-;;

- 그래서 자기 영향력이 줄어들거나 나라를 뺏기면 열을 받아서 게임에 더 집중합니다 ㅋㅋ

- 암튼 이기려는 욕구가 강한 것이 좋습니다.

=> 그냥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 그런 물렁한 성격이라면 황투는 단지 머리 아픈 게임일 뿐이겠죠.

자 이런 전제조건이 만족된다면 다음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1. 냉전 시대를 다룬 영화를 몇개 같이 봅니다.

- JFK랄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 여친/아내가 역사적인 조예가 조금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2. 카드를 보면 그 시대 역사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역사적인 안목이 있으시면 더 좋습니다.

- 아내/여친이 더 생생하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 테플 할 때랄지 게임을 처음 할 때는 역사적인 설명에 더 치중 합시다. 장차 몰입감이 큰 역할을 합니다.

3. "깔맞춤전략"님의 게임 설명 동영상을 같이 봅니다.

- 물론 님은 룰북을 적어도 2회 이상 정독하고 있어야 합니다.

- FAQ등도 읽었거나 적어도 바로 찾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 결국 세부 헷갈리는 룰은 남자가 해결을 해야...

4. 각종 player aid 등을 준비해서 여친/아내가 언제든지 참고하면서 게임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게임에 임합니다.

하지만 황투가 그리 만만치 않죠. 아내는 설명 도중 하품을 연신 내뿜었고... 으... 일단 참자...

( 아내는 뭔가 설명해주려고 하면 바로 하품을 내 뿜는 스킬이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니 뭐...)

1. 초기냉전까지만 진행하는 연습게임 한번

2. 제대로 한 게임 한번

3. 세번째 게임에서도 아내는 `재조정`과 `쿠데타`를 헷갈려 했고, 주위에 영향력이 없는 국가에 막 맘대로 영향력을 넣으려고 했습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결국 화냈습니다. 버럭 버럭!

아내가 오늘 아침에도 그러더군요. "오빠가 갑"이라고. 오빠가 하자면 하는 거고, 안된다면 안되는 거라고. ㅋㅋㅋㅋ -_-;;;

제가 갑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기 싫으면 하지맛!!" 버럭버럭 한번 해줬더니

그 다음부턴 겜에 집중해서 몰입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3판 정도 하고 나니 4판째부터는 제대로 뭔가 하려고 하기 시작했고요.

물론 저는 아내가 저를 위해 게임을 같이 해 주었으므로 저도 게임 이후에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는 여러가지 노력들을 했습니다.

이건 여친/아내마다 성향이 다를테지만 아무튼 무언가 `보상`을 확실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크게 물질적인 것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고했다며 어깨, 종아리 맛사지를 해준다던가~ )

그리고 한번에 끝까지 엔딩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거의 2회에 걸쳐서 나눠서 게임 합니다.

그 이후론

제가 나름 일반전략도 번역, 게재하고, 카드분석도 번역, 게재하면서 읽었음에도...

아내(소련)가 승률이 더 좋다는 슬픈 전설입니다...

아내가 2번 이기면 저는 겨우 1번 이긴다능

아, 그리고 요즘은 겜 이후에 보상 안해줍니다.

제가 이기면 이겼다고 아내 놀려 먹기 바쁩니다 ㅋㅋ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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