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임이란? (크리에이터데이의 배신 2탄)

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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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29 오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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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을 단정적으로 작성하여 대립 양상만 부추긴 것 같아, 애초 의도했던 바에 대해 보충글을 써봅니다.

'크리에이터데이의 배신'에서 라마나타님의 첫 댓글이 제 글의 핵심적인 사항을 짚고 있습니다.

좋은 게임과 좋은 행사 경험은 구분된다는 댓글이었고, 제 글은 전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다시 해보면,

역대 누적관객수는 명량, 극한직업, 신과함께, 국제시장,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의 순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본 영화였다는 말이지요.

이 영화들이 좋은 영화냐라고 했을 때 각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과 기준을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모두 좋은 영화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기자나 평론가들은 이 영화들보다 좋은 영화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품성이 더 뛰어난 영화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영화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평가 기준은 다 조금씩 다르지만, 메타크리틱을 언급했듯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영화들이 존재합니다.

거기에는 주제의식, 내러티브 구성, 미장센, 카메라 워크, 음악, 연기, 편집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역대 메타스코어는 동경 이야기, 대부, 시민 케인, 이창, 카사블랑카, 세 가지 색 레드, 보이후드, 현기증 등의 순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서, 메타크리틱을 알기 전에 책에서 추천을 받아 이 영화들을 보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씨네필이라고 스스로를 인지하는 일군의 사람들이 지지하고 열광하는 영화들이죠. = 어렵고 지루한 영화...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는 봉준호, 박찬욱 등의 감독들도 이러한 작품을 좋은 영화라고 우선 추천합니다.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삶에 대한 성찰을 깊이 있게 담고, 예술적인 감각으로 표현된 창의성에 대한 존중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집단이 전체 일반 사람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소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들이 평균적으로 좋은 영화라고 추천하는 작품들이 다른 많은 사람에게는 좋은 영화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용어의 혼선이 생기게 되는데, 시네필들의 좋은 영화에서 좋은과 일반인들의 좋은 영화에서 좋은은 꽤 다른 의미인 거죠.

제가 크리에이터데이의 배신에서 명확하게 서술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가 아니라 씨네필의 좋은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보드게임이 아니라, 일군의 열성적인 보드게이머들의 좋은 게임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보드게임의 평가 기준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테마 구현도, 전략성, 아트워크, 사회성, 독창성, 주제의식 등이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마다 각각의 기준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와 실제 적용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겠지만,

열성적인 여러 보드게이머들의 평가 결과를 종합한 평균은 좋은 작품의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저는 비딸 라세르다의 게임을 무척 높게 평가합니다. 긱평점도 높지요.

비딸은 테마를 먼저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게임을 설계하기 때문에

테마 구현도가 훌륭하고, 행동을 복잡하게 계획하여 실현하는 전략성이 높고,

아트워크는 이안 오툴과 이글그리폰이 만났으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독창성은 비딸 특유의 유기적 행동 연계가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고,

주제의식에서 칸반 EV, CO2는 환경 문제 의식을 제고하고, 온마스의 화성 개척은 얼마 전까지 인류의 커다란 관심사였습니다.

비딸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협력이 꽤 중요하다는 것이고, 참여자들의 협력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사회성은 테마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부분이 약간 포함될 수 있겠습니다.

디크립토, 픽토매니아, 탑텐TV 같은 파티 게임이나 국립공원, 언매치드 같은 가벼운 게임도 높이 평가합니다.

디크립토는 언어적인 디덕션 측면의 독창성에서 압도적인 메커니즘과 함께 사회성도 훌륭합니다.

픽토매니아와 탑텐 TV도 유쾌한 시간을 만들면서 공감 능력 형성에 탁월하고 그 전 다른 게임은 구현하지 못한 독창성이 있습니다.

국립공원과 언매치드는 아트워크가 모든 보드게임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며,

테마도 꽤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계획을 해서 실현해나가는 전략성도 어느 정도는 담겨 있지요.

커피 러시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겠는데,

저는 쉬운 난이도인 것과 비교하여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느꼈고,

랜덤 상황에 맞춰 그때 그때 닥치는 대로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지,

뭔가를 고민하고 계획해서 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제의식 측면에서도 카페 아르바이트나 운영은 인간성이라는 관점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립공원은 도시인들에게 부족한 자연친화적인 하이킹 감성을 키운다든지,

언매치드는 캐릭터 관련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영웅을 간접체험하는 정서적 카타르시스랄지 등의

장점이 있는데, 커피 러시에서 컴포넌트가 이쁘다는 것 말고는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음악, 영화, 미술, 문학이 그러하듯 저는 일군의 보드게임들을 예술 작품의 반열에 위치시키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존 글을 다소 강한 어조로 작성하여 기분이 상한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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