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레슬링에 대한 이야기 1
지우개 레슬링을 소개합니다.
어린 시절 지우개 싸움을 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지우개의 탄성이 만들어내는 황당한 무브먼트와 간단한 규칙이 많은 아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죠. 비록 아이들 수준의 ‘장난질 꺼리’로 치부되곤 했지만,,이제와 잘 살펴보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보기 힘든 참신하고 독특한 감성이 담겨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멋진 기본 구조 안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외국인들에게 소개도 하고 싶었구요. 우리도 여러분에게 보여줄 만한 요상한 것이(?) 있다고 말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게임에 대한 제작 후기인데요..조금씩 나누어서 연재해보겠습니다.
이 게임이 도미니언 같다구요?!!
처음 링에 올라가는 지우개 레슬링 선수들의 기술들은 형편없습니다. 지우개를 튕겨 반쪽만 걸리면 1 데미지, 완전히 올라가면 2 데미지 수준의 기술들입니다. 그것도 공격자 지우개가 등을 보인 채 올라가야만 기술이 성공한 걸로 간주되기 때문에 기술 성공도도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신의 기술이 1차 성공하게 되면 2가지 선택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장 기본적으로, 상대의 체력을 깎는 것..두 번째는 체력을 깎지 않고, 대신 기술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기술은 총 20가지가 있는데 각각의 기술은 저마다 서로 다른 테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상대방을 경기장 바깥으로 던지게 되면 2점을 준다거나, 로프에 닿으면 한번 더 턴을 갖는 등. 당장의 데미지를 포기하는 대신에 미래를 위한 기술을 장착하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다음 번에, 획득한 기술이 상대에게 시전 되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데미지를 주거나, 게임을 유리하게 펼쳐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한마디로, 선수가 경기 중에 기술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도미니언’과 일견 비슷할 수 있어요. 효율 때문에 자원을 소비해가며 수많은 액션카드들을 구입했지만 직접적인 승리와는 별개의 문제죠. 결국, 최종 승리를 위해서는 ‘속주’와 같은 점수카드를 획득해야 하는 것 처럼요. 지우개 레슬링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처음에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기술을 획득하려고 하겠죠. 하지만 도미니언처럼 점수를 등한시 하고 계속 엔진빌딩만 할 수 없는 것처럼, 결국 본격적으로 상대의 체력을 깍을 타이밍을 찾아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늘 갈등의 순간을 제공합니다. 지금 당장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느냐?, 더 강력한 선수를 만드느냐? 그래서 이 게임이 비록 덱스터리티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엔진빌딩게임인 이유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다음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