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슈필 사진없는 퍽퍽한 후기
추억은 뷰파인더나 LCD 화면이 아닌 육안에 바로 새겨야 한다며
사진찍기 귀찮음을 평생 합리화하며 살아왔기에 사진이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짐 들고 이동하기 힘들까봐 무조건 구매할 생각인 건 금요일에
미리 온라인으로 구입해뒀고, 토요일 현장에서는 가벼운 충동구매만
살짝 하기로 했습니다.
파주시 바로 아래에 있는 고양시 거주 중이라 파주슈필까지 35분
거리였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오픈 2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주차 자리 없을까봐 좀 일찍 출발하면서 막상 갔는데 일찍 온 사람
우리밖에 없으면 우린 파주 최고의 얼간이가 되는 거라며 아내와
농담을 했는데, 가장 먼저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정문 주차장도 텅 비어 있더군요. 네 제가 코보게 직원분들
제외하고 1등으로 도착한 그 얼간이 입니다.
차 안에서 비를 피하며 오픈 시간을 기다리다가 9시쯤 되어 주차장이
꽉 차는 것을 보고 살짝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사람들이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따라가 사전등록 줄을 섰습니다.
코보게 직원분이 자녀의 나이를 물으시길래 무자녀라 조카의
나이를 댔더니 사전에 공지된 사은품에 추가로 매우 저연령
대상으로 보이는 반딧불 뭐시기랑 신비한 동물 거시기라는
악성재고 2개가 얹어졌습니다. 악성재고 중에는 그나마
포가튼 워터스가 괜찮아 보였는데 그냥 제 나이를 댈 걸
하고 후회했습니다.
사은품 수령 후 야외 천막에 설치된 판매부스로 이동해서 충동구매를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여명의 제국을 하나씩 들고
다니길래 부루마불의 뒤를 잇는 새로운 국민게임인가 했는데
5만원에 재고털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의문이 해소되었고,
저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커피러시는 원래 체험 부스에서 체험해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려
했는데, 24200원이라는 가격에 체험 패스하고 그냥 집었습니다.
이것저것 집다 보니 결국 충동구매가 필수품 사전구매보다
커져버렸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귀가했습니다.
집에서 사온 게임들을 컴포 확인 하고 정리하는데, 별 기대없이
가격만 보고 집어온 커피러시의 24200원짜리라고는 볼 수 없는
디테일하고 영롱한 재료 컴포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지인 선물용으로 일요일에 커피러시 딱 2개만 더 사러 갔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양팔 무겁게 돌아왔다는 뇌절엔딩...
그래도 전날 못 받아서 아쉬웠던 포가튼 워터스를 일요일에는
팔레트에 박스채로 쌓아서 갖다 놓고 자율배급으로 뿌리길래
하나 업어와서 뿌듯했네요. 아마도 전날 비때문에 방문객도
예상보다 적은데 나이 검열까지 해가며 깐깐하게 뿌리니
악성재고 처리가 안 돼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었나봅니다.
파주슈필 한줄평 : 오프라인 행사는 내 지갑의 주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