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 크툴루의 부름 - 나 홀로 불 속에서 1인 시나리오 기록

용암칠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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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 오후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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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구입한 크툴루의 부름 입문세트 구성품인 1인 전용 시나리오 "나 홀로 불 속에서"의 플레이 기록입니다.

1인 시나리오는 DM이 없다보니까 시나리오 자체가 게임북 스타일로 만들어져있는데,

기록한 내용은 최대한 기억에 의존했고, 기억이 안 나거나 묘사나 설명 등이 더 필요할 때 시나리오북을 다시 읽고 기록했습니다.

블로그 링크

탐사자 정보

*입문세트에 포함된 기제작 탐사자 플레이

네바다 존스
고고학 교수
35세 / 남자
캐나다 위니펙 출생 / 아컴 거주(예정)
잘생겼지만 다소 거친 감이 있음. 키는 작은 편이고 편한 곳을 선호
아버지 프랭크 존스는 중대발견으로 명성을 얻은 고고학자, 자기가 아버지의 그늘에 가린다는 느낌을 받음
독한 술을 파는 바를 좋아함
행운을 부르는 성 크리스토퍼의 메달리온을 중히 여김
무모하고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경향이 있음

시작

네바다 존스는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장소로 향하는 순간이지만, 누구도 그를 마중하지 않는다. 고향은 향수보다는, 공허한 느낌을 준다. 문득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누구 하나 작별인사하러 오지 않은 정류장에 서서 그는 마음을 다잡는다.

장거리 버스가 털털거리며 정류장에 도착하고, 승객 두어 명과 운전수가 버스에서 내린다. 길건너 담배가게에서 담배를 사온 운전수가 존스에게 행선지를 묻는다. 쉰은 넘은 듯한 나이에 깡마른 남자로, 움푹 꺼진 눈동자에서 비치는 시선은 날카롭다.

존스는 운전수에게 오시피행 표를 보여준다. 오시피에서 로체스터와 포츠머스를 들렸다가 뉴베리포트를 거쳐 아캄에 갈 예정이다. 운전수는 담배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짐을 실으라고 말한다.

짐칸은 불편하리만치 높은 곳에 있다.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끙끙대던 모습을 구경하던 운전수가 짐을 대신 넣어주며 존스의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무게의 가방에 대한 시덥잖은 농을 던진다. 존스는 가벼이 감사의 표현을 한다.

버스가 출발하고, 승객은 네바다 존스 한 명 뿐이다. 고향의 모습이 뒤편으로 밀려나고, 언덕 을 지나 내리막길로 항하며 마침내 고향의 편린마저도 보이지 않게 된다.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출렁거린다. 굽이길을 지날 때마다 속이 뒤집어졌으나, 운전수의 창문을 통해 바람이 드는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린다. 조금 편해지자, 여행길에 보이는 작은 마을들과 타고내리는 승객들을 살펴볼 여유가 생긴다. 이내 버스에 다시 존스만이 남고, 그는 졸기 시작한다.

갑자기 버스가 방향을 급하게 튼다. 정신이 번쩍 든 존스는 급히 좌석을 붙잡고 버틴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버스는 급정지를 한다. 길 한가운데에 웬 트랙터 하나가 서있었고, 운전수가 이를 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운전수는 버스에서 내려 농부에게 욕지거리를 한 뒤, 버스를 틀어 트랙터를 우회해 다시 나아간다.

갑작스런 사고에 민망했는지, 운전수가 존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는 사일러스라고 했다. 아캄엔 왜 가는지, 직업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저런 인사치레를 한다.

존스는 자신을 고고학 교수라고 소개하고, 아캄의 한 대학교에 자리가 나서 가게되었다고 말한다. 사일러스는 공부하는 직업에는 별 흥미가 없는지, 그냥저냥한 대답을 하곤 넘어간다. 버스는 더 이상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존스는 주변의 자연풍광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갑자기 버스가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멈춰선다. 차창 저편에 마을이 보이긴 하는데, 사진으로 본 오시피와는 다른 모습이다. 사일러스가 툴툴거리며 내려 차를 살펴본다. 아마 일전의 트랙터 사건으로, 오래된 차가 무리한 모양이다. 그는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당장은 더 움직일 수 없다고 말한다. 이미 오랜 여정으로 피곤한 존스는 하룻밤을 이 추운 쇳덩어리 안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은 표정이다. 사일러스는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이 이 곳은 엠버헤드 라는 마을이고, 메이 레드베테라는 사람이 민박을 하니 그 곳으로 가보라고 말한다. 그는 차를 더 손 본 뒤, 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내일 아침 8시에 이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존스는 짐을 챙겨 사일러스가 알려준 집으로 향한다. 민박집 주인인 메이 레드베테가 나와 존스를 집 안으로 들인다. 집은 천장이 낮고 좁지만, 관리가 잘 되있어 깔끔한 느낌을 준다. 벽난로에서 얕은 불길이 일렁이며 주변을 데운다. 메이는 존스에게 따듯한 차를 대접하고, 존스는 얼은 몸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메이는 존스에게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를 보러 온 거냐고 묻는다.

축제라니? 존스는 축제에 대해 물어본다. 메이는 내일모레 마을 절벽의 봉화대에 불을 붙이는 축제가 열린다고 말한다. 외지인이 드문 마을이라, 당연히 축제를 보러 왔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메이는 이내 존스에게 방을 보여주고 스튜를 내어준다. 숙박비는 다행이 매우 저렴했고, 스튜는 진하고 맛있다. 존스는 메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눈다. 메이는 엠버허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마을 공동체로써, 자신의 몫을 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삶에 그녀는 만족한 듯 하다. 존스가 자신의 행선지에 대해 말해주지만, 그녀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이야기가 길어지며, 메이는 약간 깊은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의 남편은 죽었고, 다행이 이 민박을 운영하며 굶을 일은 없지만 다시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과는 속속들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그때 건너편 문 뒤에서 쿵 소리가 들린다. 메이의 딸 루스가 거실의 말소리를 엿듣고 있었던 듯 하다. 메이는 루스를 불러 인사하라 다그치고, 문틈으로 그 시선만 내던진 루스는 조그만 목소리로 인사하고는 다시 사라진다.

밤이 되고, 여독으로 피로가 쌓인 존스는 이내 잠이 든다. 꿈 속에서 그는 벽난로를 바라본다. 벽난로 속의 불꽃은 마치 혓바닥처럼 주변을 핥아대며 형형색색으로 빛난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이내 불꽃은 탐욕스럽게 벽과, 바닥과 천장을 집어삼킨다. 존스는 깜짝 놀라며 꿈에서 깬다. 전날 불도 붙이지 않는 벽난로는 그저 차가울 뿐이다. 어쨌든 잠은 푹 잤고, 기운이 좀 돌아온 듯 하다.

존스는 메이가 떠다준 물로 간단히 씻고, 아침을 먹고 민박집을 나선다. 모퉁이를 지나 약속장소에 도달한 순간, 버스가 증발해 버린 것을 확인한다. 길 끝, 도로 반대편, 마을 진입로 등을 살펴보았지만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헤매는 동안, 한 주민이 존스의 짐가방을 보고는 버스를 찾는 거라면,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말한다. 동이 트자마자 출발했으며 사나흘 뒤에나 다시 올 거라고 한다. 존스는 사일러스가 본인을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욕을 뱉는다.

민박집에 돌아온 존스를 보며 메이가 무슨 일인지 묻는다. 사정을 들은 메이는 이동편을 찾을 때까지 민박집에 있어도 된다고 한다. 존스는 감사를 표하고, 메이는 덧붙여 마을에 자동차는 없으며, 마차 정도는 탈 수 있을거라고 한다. 마을회관의 윌리스 씨를 찾아 물어보거나, 공방의 장인들을 찾아가면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을 한다.

존스는 마을을 둘러보러 나온다. 북쪽 멀리 큰 산맥이 휘감듯 자리해있고, 남쪽 호숫가가 햇빛에 반짝이는 조그맣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그는 공방거리로 향해 장인들과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며 이동편에 대해 알아보지만, 소득은 없다. 마을 밖으로 보내는 물건들도 사일러스의 버스를 이용하는 모양이다. 그러던 중 문을 닫은 어느 한 공방에 다가가자, 이내 주변 장인들의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기이할정도로 어색하고 당황한 눈치였다.

공방거리를 벗어나 존스는 마을의 교회부지로 향한다. 교회는 주 전당부의 지붕이 무너져 판파된 모습으로, 적어도 20년은 폐허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다행이 뒤쪽 반절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으나,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발을 돌려 메이가 일러준 마을회관으로 향했지만, 마을회관은 잠겨있다. 지나가던 주민이 오전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오후에 윌리스 씨가 회관을 열 터이니 그 때 다시 오라고 말한다. 존스는 마을회관에 전신기가 있냐고 물어보지만, 주민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게 왜 필요하겠다는 투로 답하고는 떠나간다.

별 소득없이 방황하던 존스는, 이번엔 외곽으로 난 길을 따라 산등성이를 지나간다. 저 아래에는 마을 경작지가 보이고, 드문드문 서로 떨어져있는 허름한 집들도 보인다. 와중에 한 집에서 남자가 밖으로 걸어나와 손에 쥔 두건을 쓰던 중, 존스와 눈이 마주친다.

뭔가 불안한 느낌의 남자는 이내 마을과 마을쪽 절벽을 훑어보더니, 존스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고민하던 존스는 그를 뒤따르기로 한다. 그를 따라가자, 그는 근처의 바위틈새로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남자가 사라진 곳을 보니, 큰 바위 틈새로 조그마한 천연동굴이 있고 어스름한 빛이 그곳에서 나오고 있다. 존스는 조심스럽게 그 공동으로 들어가고, 남자는 그런 존스를 바라본다.

존스가 들어오자, 남자는 두건을 벗어재낀다.

남자는 적당히 나이들어 보이는, 희무릇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다. 어디까지나 얼굴 오른편이 그렇다는 거고, 왼편은 지독한 화상으로 인해 눌러붙은 눈꺼풀과 부풀어 일그러진 피부가 불그죽죽한 빛깔로 뒤섞여있고, 코가 있던 자리는 숨구멍만이 있을 뿐이다.

존스는 놀랐지만, 다행히 충격을 받진 않는다. 남자는 본인을 윌라드 아보가스트라고 소개한다. 그는 존스가 엠버허드에 왜 왔는지 굳이 물을 필요는 없겠다는 투로 이야기한다. 존스는 사일러스와 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아보가스트는 독하고 야비한 놈이라면서 사일러스를 욕한다.

그는 존스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나며 이상한 소리를 한다. 듣자하니,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를 꺼리며 그는 그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엠버허드는 본래 40년 전에 불꽃 속에서 사라져 죽었어야 했으며, '아베나키'들은 그걸 잘 알고 있었으나, 마을주민들은 그 죽음을 1년씩 미뤄가며 자신들이 '위대한 옛 것'에게 맞설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말미에, 그는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외쳐대기도 하며 기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존스는 아베나키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아보가스트는 아베나키족은 이 땅을 잘 알고 아꼈으며, 조화를 추구하고 자연을 축복으로 여기며 살았던 자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들이 그들을 없애버렸고, 그들의 시절은 끝났으며 이제 우리들의 시절이 끝날 차례라고 말한다. 아보가스트는 존스가 지금까지의 자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며 어쩌면 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오늘 밤 아홉 시 마을 묘지에서 만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은 물론이고 외부인인 존스 또한 마을의 감시를 받고 있으니 조심하고,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니 행여나 시도하지도 말라고 말해준다.

아보가스트와의 기이한 만남을 뒤로하고 존스는 길로 돌아온다. 마을 반대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시야가 끝나기까지 숲과 갈림길, 그리고 다시 숲만 보일 뿐 민가나 인기척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쩌면 해가 지기 전에 다른 마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존스는 일단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존스는 먹을거리를 찾아보지만 이 마을엔 고향의 식당같은, 아니 그냥 어떤 식당이든 보이지 않는다. 잡화점에서 뭐라도 사려고 가던 중 메이와 루스를 마주친다. 전날의 수줍은 행태와는 달리, 루스는 아이처럼 양손을 흔들며 반갑게 뛰어달려온다. 가까이 다가오자, 루스는 웃음기를 싹 거두고는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인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나가요. 어서 나가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돌아온 루스의 옆에 메이가 다가오고, 존스에게 상황을 묻는다. 존스는 별 성과가 없었다고 말하고, 메이는 마을회관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다시 일러준다. 민박집은 열려있으니 배가 고프면 거기서 식사를 하라고 말 하고 두 모녀는 자리를 떠난다. 루스는 자기가 한 말을 비밀로 해 주길 원하는 듯 하다. 존스도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고 헤어진다.

민박으로 돌아온 존스는 딱딱한 빵에 남은 스튜로 식사를 마치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밖을 보니 아직 해가 지기까지 반나절 정도 남았다. 존스는 짐가방은 여기 두고, 일단은 근처 다른 마을로 이동하기로 한다. 간단한 먹거리를 챙긴 뒤, 메이에게 금방 짐을 찾으러 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엠버헤드를 떠난다.

마을을 벗어나 한 시간 쯤 지나 숲길로 들어서자, 섬뜩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코요테 울음소리로, 존스는 코요테가 사람을 피해 다니니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이윽고 두 번째 울음소리가 더 먼 곳에서 들려온다. 존스는 산 속으로 주의를 돌린다. 단풍이 들어 주홍빛으로 뒤덮힌 하늘 사이로 부서진 유리처럼 햇빛이 들이친다. 존스는 반 시간을 더 걸어 숲에서 벗어났고, 길 끝을 쫒아보니 두 번째 숲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존스는 길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 해가 기울어 가는 것이 시시각각 느껴지자 존스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렇게 숲의 공터를 지날 즈음, 터의 가장자리를 막 벗어난 곳에서 어스름한 형체를 마주한다.

커다란 곰이 자기 머리 위에 달린 열매를 먹으려 위를 바라보고 있다. 존스는 괜한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고, 발디딤에 주의하며 조심조심 뒤로 물러난다. 다행히 곰은 열매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간신히 자리를 벗어난 존스는 길 위로 돌아온다.

계속해서 동쪽으로 걸어간다. 아니면 이 방향이 동쪽이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어둠이 사방에 내려앉고, 존스는 여전히 민가나 어떠한 인기척도 발견하지 못한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음습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첫 번째 숲에서 들었던 그 울음소리지만, 끓어오른 주전자 소리처럼 거슬리는 소리가 낮게 깔려 불길함을 더한다. 울음소리는 매우 가까이서 들린다.

존스는 걸음을 재촉한다. 좌우에서 불길한 울음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마치 서로 신호를 주고받듯, 한 쪽에서 선창을 하면 반대쪽에서 울음소리를 토해낸다. 이윽고 존스는 내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무들 사이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크고 뾰족한 귀에 달빛에 눈이 번뜩이는 형체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것들 중 하나가 튀어올라 존스를 덮치려 한다. 존스는 발로 걷어차 쫒아내지만, 어느새 그것들은 존스를 둘러싼다. 그것들은 낮게 깔린 연기처럼 불안했지만 당장이라도 튀어오를 용수철처럼 팽팽했다. 존스는 놈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순간, 갑자기 그것들의 거죽에서 검붉은 보랏빛의 불꽃이 치솟아오른다. 현장은 타오르는 불꽃과 매캐한 연기, 놈들의 지독한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그 사이에서 존스는 의식을 잃는다.

존스는 황급히 몸을 일으킨다. 푹신한 매트리스와 방을 메우는 햇빛이 여기가 메이의 민박집임을 알려준다. 메이가 다가와 어제 큰일 날 뻔 했다고 가볍게 다그친다. 지나가던 농부가 쓰러진 존스를 발견하고는 수레에 실어 데려왔다고 한다. 긴장이 풀린 존스는 다시금 쓰러지듯 잠이 든다.

다시 잠에서 깬 존스는 아침거리를 간단히 먹는다. 메이는 루스와 함께 몇 시간 정도 자리를 비울거라는 쪽지를 남겼다. 존스는 밖으로 나가 마을을 둘러본다. 마을주민들은 봉화를 준비하느라 이른시간부터 장작을 나르는 등 바쁜 모양이다. 이 동네는 무언가 의심스러움이 가득하다. 존스는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한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존스는 민박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메이가 외출한 틈을 타 메이의 침실을 뒤져본다. 침실은 민박집의 다른 곳과는 달리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지저분한 상태다. 방을 둘러보던 중 존스는 바닥이 침대다리에 끌린 자국을 발견한다. 침대를 밀어내고 깔린 러그를 치우자 바닥문이 나타난다. 바닥문은 쉽게 열렸고, 지하창고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존스는 계단을 내려간다.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존스는 계속 내려간다. 창고에는 메이의 여러 잡동사니와 짐들이 있다. 적어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존스는 이내 그것들이 모두 여행가방이라는 걸 깨닫는다. 약 20여 개의, 각자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힌 여행가방이다. 그 의미는 ... 존스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급히 지상으로 올라와 방에 들어온 흔적을 정리한다.

민박집을 벗어나 존스는 마을회관으로 향한다. 축제준비에 한창인 마을주민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정문이 아닌 회관 뒷편으로 돌아 접근한다. 회관은 닫혀있었지만, 한 창문의 셔터가 잠겨있지 않아 그 곳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도착한 곳은 회의실로 보인다. 존스는 회의실 한편에 있는 출입금지 표식이 달린 방문을 연다.

방 내부에는 벽을 채운 책장과, 작은 화장실 그리고 식품고가 있다. 존스는 방을 관찰하고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책장 쪽의 벽면이 외부에서 볼 때와 달리 너무 두꺼운 것이다. 해당 책장을 조사하다가 책 케이스 여러 개를 붙여 고정시킨 장치를 발견한다. 장치를 조작하자, 책장 전체가 움직이며 숨겨진 벽면이 열린다.

벽면 내부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공간에 좌우로 책장이 들어서있다. 내부는 어두워서 무슨 책인지 식별이 어렵다. 존스는 무작위로 책 몇 권을 집어들고는 도망쳐 나온다.

책 중 두 세권은 전혀 모르는 언어로 쓰인 책이다. 다른 하나는 이집트 상형문자로 써진 책이고, 어떤 하나는 '에메랄드 서판'의 필사본으로 보인다. 마지막 하나는 1919년 보스턴에서 출판된 에드워드 데비라는 작가의 '아자토스와 다른 신들' 이라는 시집이다. 이 시집은 크기가 작아, 존스는 그 책을 안주머니에 넣어둔다.

더 이상 이 위험한 마을에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 존스는 마을의 남쪽길로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길 끝자락에 주민들 서넛이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서쪽 방면도 마찬가지로, 존스는 이 마을에 갇혀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존스는 서쪽과 남쪽의 주민들 중 좀 더 멍청해 보이는 남쪽 주민들에게 다가간다. 그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경계하는 태도로 존스를 바라본다. 존스는 그들에게 봉화대에서 사람들을 급히 불렀으니 빨리 가 보라고 하며, 그동안 자신이 대신 경계를 서 주겠다고 한다. 주민들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정말 그렇다면, 존스도 함께 봉화대로 가자고 한다.

존스는 급한 일이다, 이럴 때가 아니다라며 주민들을 보챘고 의심을 거두지 못한 주민들도 일단은 알겠다고 하며 존스에게 쇠고랑을 들려주고는 봉화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계속 뒤를 돌아본다. 잠시 후 그들의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존스는 쇠고랑을 집어던지고는 동쪽편으로 뻗은 길을 따라 도주한다.

정신없이 내달린 뒤 숲에 도착한 존스는 길을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른다. 2시간 여만 있으면 완전히 해가 지고 그도 어둠 속에 파묻힐 것이다. 어둑해진 밤길을 나아가는데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반가움도 잠시, 존스는 그 소리가 자신의 뒤편으로부터 들려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존스는 굵은 나무에 딱 붙어, 추격자들이 지나치기만을 기다린다. 등불을 든 추격자 두 명이 말을 타고 다가온다. 주홍색 불빛이 나뭇잎과 덤불 사이에서 이지러져 존스의 얼굴을 뒤덮는다. 존스의 바람이 무색하게, 말발굽 소리는 존스의 바로 앞에 멈춰선다. 추격자는 존스를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외친다. 존스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직감한다.

존스는 주먹을 쥐고, 나무등걸을 박차고 뛰쳐나간다. 추격자 중 한 명은 등자에 걸리기라도 한 건지 말에서 내리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다. 말에서 내린 다른 한 명은 얼핏 보이기에 나이를 꽤나 먹은 노인으로, 쭈그러진 얼굴이지만 알 수 없는 결의로 가득 차 있다. 노인이 손에 든 몽둥이를 들어올리기 전에, 존스의 오른주먹이 노인의 광대를 강타한다. 하지만 노인은 금새 자세를 바로잡고는 몽둥이를 위쪽으로 휘저어 올린다. 존스는 몸을 뒤로 젖혀 몽둥이를 피하고, 왼주먹을 휘두르지만 몽둥이를 피하는데 집중한 탓에 주먹은 노인을 제대로 노리지 못한다. 노인이 앞으로 몸을 내던지며 몽둥이를 내려친다. 존스는 오른팔을 들어 머리를 감싸지만 노인의 체력까지 실린 타격은 그의 어깻죽지에 묵직한 통증을 남긴다. 노인과 존스는 그대로 충돌해 서로 뒤엉켜 낙엽 위를 뒹군다. 얕은 비탈을 따라 구르면서도 두 사람은 주먹질을 주고받았으나 대부분은 낙엽과 흙바닥을 두드릴 뿐이다. 존스는 먼저 자세를 바로잡고, 쓰러진 채 삼킨 낙엽을 토해내는 노인의 머리를 강하게 걷어찬다. 노인은 기이한 신음소리를 내며 반쯤 들어올렸던 상체를 다시 바닥에 처박는다. 한 동안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존스는 숨을 몰아쉬며 두 번째 추격자에게 다가간다. 그는 존스와 자신의 동료, 그리고 엠버허드 방향과 주변을 불안한 듯이 바라보더니 존스에게 말한다.

"당신이 이겼어, 어차피 지금은 이미 늦은 것 같지만."

그는 기절한 노인을 말 위에 얹고는 밤길 속으로 사라진다.

얼마 뒤, 존스는 엠버허드에서 상당히 먼 곳까지 떠나온다. 저 멀리 보이는 엠버허드에서 봉화대의 선명한 주홍색 불빛이 주변 하늘을 물들인다. 밤보다도 새까만 연기는 별들 사이로 솟구쳐 오른다.

마을 위에서, 별 하나가 움직인 듯한 느낌이 든다. ... 그럴리가 없지.

끝

후일담.

존스는 엠버허드에서 가져온 데비의 시집을 읽어본다. 그는 이 시집의 내용을 이해하는데만 일주일이 걸린다. 책에서는 존재의 중심에 위치한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끊임없이 끓어오르며, 몸을 뒤집어 떨고, 우주의 모든 구조를 찢어발기는 그것. 또한 그 대리자는 얼굴 없는 신이며, 기어드는 혼돈이라 한다. 책에 쓰인 시는 상상력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무력한 계시에 가깝다.

존스는 시들 사이의 알 수 없는 연결점들이 자꾸 뇌리에 남는다. 그는 앞으로 마음 편히 쉬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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