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카페 도전하는 아저씨 이야기(7) 커피가 중요할까요?
보드게임카페 가실 때 커피나 차, 음료를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정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음료는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좀 더 정확히는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커피가 맛이 있으면 물론 좋지만, 그게 막 중요한 건 아니다, 맛이 정말 없어도 그러려니 한다, 보드게임카페에는 게임을 하러 간 거지 음료 마시러 가는 게 아니까'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카페의 음료들이 맛이 없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되게 맛있어요!! 특히 스무디류는 다 되게 맛있어서 만들다 남으면 따로 제 컵에 빼놨다가 먹기도 합니다. 아, 물론 저희 카페 정책 상 근무자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그냥 마음대로 만들어 먹어도 되는데, 단지 일만 하기도 힘들어서 따로 만들어 먹진 않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보드게임카페에 올 때 기대하는 건 맛있는 음료보다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거잖아요. 그런데 또 근무하는 입장에서 보면 보드게임 소개하고 알려드리는 것만큼 많은 노동이 음료 제조에 듭니다. 그래서 뭔가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 더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 같아요.
가끔 음료를 반도 안 먹고 남기고 가는 손님들도 있거든요. 그런 손님들 보면 아직도 내가 만든 게 맛이 없었나? 내가 뭘 실수했나? 초코가 너무 가라앉았나? 아니면 시럽을 너무 타서 달아서 못 먹었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저도 이런데 음식점에서 음식 남기면 사장님 입장에선 오죽할까 싶어요.
사람들이 스타벅스나 투썸을 기대하고 보드게임카페에 오는 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나 차가 맛있으면 '어, 기대도 안 했는데 여기 커피 너무 맛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구요. 결국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어야 하니까 음료도 거기 일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진 바리스타 학원까지 알아보다가, 주변에서 그건 좀 오바다... 라고 말들을 해서 그 조언을 듣고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보는 정도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직 포기를 못하겠는 건 바로 원두와 티백의 브랜드에요.
고급 원두, 고급 티백을 쓰고 싶거든요. 커피에 조예가 깊은 건 전혀 아니지만, 집에서 한 5년 전부터 기계를 바꿔가며 전자동 에스프레소머신을 쓰고 있는 터라 항상 원두를 여기 저기서 사서 먹어 왔거든요. 제가 느끼기에 원두에 따른 맛 차이가 분명히 있어서 내가 경험한 맛있는 원두로 대접하고 싶어요.
그게 테라로사 원두입니다. 가격은 1킬로에 4만원 정도인데, 사업자로 구매하면 조금 싸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카페에서 쓰기엔 엄청 비싼 거더라구요. 보통 웬만한 카페에서 쓰는 원두가 1킬로에 만원 정도인 걸로 아는데, 원두에 나가는 원가가 4배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1킬로에 50잔 정도를 만든다 생각했을 때 커피 1잔의 원두 원가가 200원에서 800원으로 늘어나는 거니까 4배라곤 해도 600원 차이인 거면, 차라리 500원 정도를 더 받고 좋은 원두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티백은 원가 차이가 훨씬 더 들더라구요. 전 TWG를 쓰고 싶은데 이건 티백 하나에 싸게 해도 1,500원은 잡아야겠더라구요. 적당한 티백의 10배입니다^^; 하지만 이도 마찬가지로 그냥 1천원씩 더 받고 좋은 차를 파는 게 좋지 않나... 생각 중입니다.
그래서 커피컵, 찻잔도 최대한 예쁘고 조악하지 않은 제품으로 쓰고 싶고, 손님이 와 여기 맛도 좋고 대접받는 느낌이 난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런 것들 다 너무 순진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게 차별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아직까지 전 돈을 어떻게 하면 더 벌 수 있을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 망하고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손님들한테 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보니...
이래놓고 나중에 장사 시작하면 원두 티백 다 싼 걸로 바꾸고 이불킥 하는 거 아니겠죠...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