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 미스테리와의 악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는, 한때 유행했던 방탈출 카페를 찾아다니는 추리 꿈나무였습니다.
보드게임 취미를 접하고, 머더 미스테리 장르를 알게되어 코보게에서 '서스펙트 게임'을 사고, 4명의 인원을 모아서, 처음으로 머더 미스테리를 하게 되는 날의 흥분과 기대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4인 모임은 친척누나, 친누나, 매형 그리고 저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제가 요구한 것들을 우쭈쭈 해주는 모임이기에, 인물에 몰입해달라는 제 의견을 주입시킬 수 있었던 우호적 환경도 저의 기대감을 더욱 고조 시켜줬습니다.
약간의 긴장감과 흥분을 가지고 모두에게 시나리오 1번의 인물들을 나누어주고 각자 자신의 인물에 빙의해 가는 순간에....
친척 누나가 물었습니다. "비밀이 어디있어?"
아.....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모든 인물들은 비밀을 가지고 있고 범인은 본인이 범인임을 들켜도 다른 사람들의 비밀을 알아내면 같이 패배시키거나, 모두의 비밀을 알아내면 반대로 승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것을요.
범인이었던 친척누나는 모든 인물들이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서 범인도 비밀을 가지고 있는줄 알았나봅니다... 그 비밀이 당신이 범인이라는 의미였는데요....
친척 누나의 한마디 이후로 그 자리에 있던 저를 포함한 모임원 모두 범인은 누구인가를 찾으려는 표정에서, 어떻게 범인을 모르는 척할까로 전환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 모임은 저를 우쭈쭈 해주는 특성이 강한 모임이고, 제가 이 게임을 위해 이 조합으로 4명을 모았고, 몇 주전부터 재밌을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던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마음씨 착한 우리 모임원들은 저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범인을 애써 부인한채 추리에 몰입하는 척 연기를 했습니다.
억지로 시나리오1을 마치고, 담배를 한갑은 태웠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범인은 '당신은 범인입니다.' 라고 써있고, 승리조건, 완벽한 승리조건이 써 있습니다.
다른 일반 인물들은 '당신은 범인이 아닙니다.'라고 써있고, 비밀, 승리조건 1. 범인을 찾아낸다. 2. 범인에게 자신의 비밀을 틀키지 않는다. 라고 써있습니다.
꼭 여러분들이 서스펙트 게임을 하게 되신다면 모임원들에게 시작 전 주의 시켜 주세요... 저처럼 가슴아픈 경험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가슴아픈 첫 시나리오 경험후, 시간상 아쉬운 헤어짐 이후, 2,3개월 지나서 다시 모이게 되어 두 번째 시나리오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매형이 물었습니다.
"이건 펼쳐봐도 돼?" 저는 대충 답했습니다. "네."
저는 서스펙트 게임전에 했던 다른 보드게임을 정리하는라 순간 방심했습니다. 매형이 말한 '이건 펼쳐봐도'에서 '이건'이 오프닝 시나리오인줄 알았으나, 각 인물 종이였다는 것을요.
생각해보니 저나 매형이나 지난 몇 개월간 다른 보드게임을 하느라 착각 하고 있었습니다. 서스펙트 게임엔 오프닝 시나리오는 없다는 것을요. 저도 제가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도저히 돌이켜봐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의 순간적 실수와 방심을 되돌릴새도 없이, 매형은 하필 자신의 캐릭터 종이를 전 인원이 쳐다보는 앞에서 열어봤고, 저를 제외한 누나와 사촌누나가 범인인지 아닌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왜 갑자기 캐릭터 종이를 열어봐도 된다고 했으며, 매형은 왜 캐릭터 종이를 모두가 보고 있는 테이블 한 가운데 놓고 펼쳐봤을까요.....
그렇게 저희는 시나리오2를 시작도 전에 게임을 마쳤습니다.
저의 서스펙트 게임은 이렇게 시나리오1,2를 끝으로 제 책장에 모셔두고 있습니다.
가슴아픈 머더 미스테리 경험을 끊어내고자 이번 연말 Y의 장례식이라는 비교적 호평받는 게임을 도전했습니다.
가슴아픈 경험을 공유한 저희 4인 모임은 이번엔 제발 정상적으로 게임을 끝내보자고 다짐하며 시작했습니다.
제가 범인을 뽑았습니다.
게임은 생각보다 무난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시나리오1밖에 못 해봤지만, 확실히 몰입도는 서스펙트가 더 훌륭한 것 같습니다.)
Y의 장례식은 밀담이라고 해서 두명씩 짝을 이뤄서 단서를 보고 추리하는 게임이라, 정보 단절과 그 과정에서의 거짓말이 재미 포인트라 다함께 정보공유를 하거나, 토론하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제일 재밌게 하는 방법인 것 같았습니다.
단서보다가 지시카드를 오픈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지시카드가 열 몇장 있는데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지시카드가 4,5장 남았을때, 지시카드에서 각자 생각하는 범인을 발표하고 동기를 말하라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지시카드가 몇장 더 남았으니까, 범인으로써 항변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범인으로 두표를 받았을때, 일단 지시카드가 더 남았으니까 넘어가보자 하고 다음 카드를 넘겼는데 바로 다음 카드에 범인은 누구입니다가 적혀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당황했습니다. 그냥 게임이 끝났습니다. 뭐 일단... 두 표의 지목을 받은 제가 범인이었으니까 범인이 걸리고 끝난것은 맞지만, 좀 허무했습니다.
다음카드에 범인이 공개됩니다라는 주의 문구나 다른 색감의 종이라도 껴 줬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허무했습니다.
게임 자체가 짧아서 그렇지 시나리오가 허접하지는 않은것 같은데 마지막에 너무 허무하게 게임을 마치다 보니 이번에도 머더 미스테리에 대한 만족도는 없었습니다.
2023년에 MTS에서 미스터리 파티 인 더 박스 시리즈가 출시된다고 하고, 코보게에서도 리로드를 선주문했는데 부디 제 머더 미스테리엣 대한 악연이 끝나길 바라며 제 장황한 악연의 역사를 적어봤습니다. 혹시 추천하실 머더 미스터리가 더 있으신지요? (웬디와, 목베는 마을은 구매 보관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