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35 - 개굴이의 2022 결산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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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9 오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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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죽지 않고 살아있는 개굴입니다. 작년 이맘때쯤엔 좀 여유있던 것 같았는데 올해는 끝자락까지 엄청 바쁘네요...

연말만 되면 해마다 굉장한 분들께서 결산을 써 주시는데, 깜냥 부족한 저도 조심스레 숟가락을 이러어엏게 얹어봅니다.

다른 분들께 유의미한 정보...라기보다는 항상 써오던 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의 연말 코너쪽에 가까울 것 같네요. 그럼 가보자구!!

0. 개괄

작년부터 시작해서 보드게임 일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차피 보드라이프에 플레이 기록이 있으니 그걸 활용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고...

암튼 올해는 안밀리고 꾸준히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웬걸요? 정리하면서 보는데 "분명 이 게임을 했는데 왜 일지엔 없지?" 같은 것도 있고, 혼자 1인플 했던 것도 더러 빠져있더라고요.

분명 마챔도 혼자 갖고놀았고, 언더 폴링 스카이즈도 깨작깨작 갖고 놀았는데 말이지... 내년에는 조금 더 빡세게 써보기를 기대합니다. 작년보다 나았으면 된거죠 뭐 -ㅛ-

일지를 작성하면서 가장 좋은점은 저의 푼수짓이 빠짐없이 기록된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흑역사 기록일지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모아보면 왜이러는거지 싶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답이 아니라고? 그러면 누군가 대답을 잘못한거다!!" 를 외쳤는데 정작 제가 실수한거여서 리겜을 했는데 거기서 1등을 해버렸습니다.

패색이 짙어지자 고의로 판을 엎고 1등 각을 잰거 아니냐는 아내님의 합리적 의심이...

세어보니 올해는 174회의 게임을 플레이했더라고요. 보통은 한 판에 한시간 내지 두 시간의 게임을 하니까, 대략 260여시간의 게임을 했네요.

시간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하루에 네시간씩 게임을 약 65일, 즉 일주일에 한 번씩 보드게임에 네 시간을 꼬박꼬박 할애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뭐 디테일하게 따지면 판당 플레이타임이나 이런거를 고려를 해야겠지만요 :)

상기할만한건 11월 12월의 플레이인데, 무려 7회! 그런데 7회의 모임 참여가 아니라 7회의 게임 플레이를 했습니다. 아 진짜 연말 너무 싫어요....

집에서 아내와 많은 게임을 하는 편은 아니어서 보통은 모임에 나가야 게임을 하는데, 연말은 너무 바쁩니다. 이 시즌엔 주중 주말 없이 일을 해야하는 시기인데다 가족행사도 많아서..

1. 가장 많이 플레이 된 게임

암튼 그 중 가장 많이 플레이 한 게임은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15). 작년의 팬데믹 레거시와 마찬가지로 아무래도 스토리 기반의 고정파티 게임은 플레이횟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네요.

비슷한 얘기를 2년째 하고 있는데, 계륵이라는 느낌이 없잖아있어요. 한 번 모일때 잘해야 여섯시간쯤 게임 하는데, 그 중 두시간을 매번 한 게임에 투자해야하는건 어느 수준 이후에는 그냥 관성이자 습관처럼 되어버리다보니... 자주 모이는 편도 아닌데 매번 어울려주시는 모임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그런걸 떠나고서 게임 자체적으로만 본다면,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본판은 안하고 사자턱으로 바로 시작했는데, 깊게 파고드려면 한없이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게임이더라고요. 시작할 때 카드를 고르는게 비디오게임에서 특성 찍는 느낌이라서 꽤 신선했습니다. SRPG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보드게임으로 정말 잘 옮겨놓은 것 같아요. 솔직히 이정도 즐기고 나니 글룸헤이븐 본판이나 프로스트헤이븐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2위도 역시 스토리 기반 게임인 아컴호러 카드게임(14)입니다. 올해 중반에 푹 빠져서 줄창 돌렸던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올해 정령섬 솔플 플레이횟수가 적은데, 이 게임때문이지 싶습니다. 둘이 합치면 대충 작년하고 비슷하게 나오거든요.

본판 실패 후 던위치를 구매해서 굉장히 거의 3일에 두 판 정도의 페이스로 즐겼는데, 그 후에 무리해서 끝의식과 카르코사를 함께 구매해버렸더니 반작용으로 짜게 식어버린 케이스입니다. 전에 잡담글에서 쓴 적 있는 것 같은데 무분별한 확장은 저랑 안맞는다는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케이스에요. 당시 뽐 오를 때 같이 사버린 마챔도 지금 책장속에서 썩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 게임들은 혼자 꺼내서 놀게 되는데, 그럴바엔 뜨끄은- 하고 든드은- 하게 정령섬 솔플을(...)

2. 올해의 베스트 게임

위에서 언급한 두 게임은 사실 어느정도 의무직이라고 해야할까요... 암튼 그런 부분이 있으니 제외를 한다면, 캐스캐디아(9) - 정령섬 솔플(8) - 티츄(8) - 아크노바(8) - 루트(8) 순으로 많이했네요.

▲ 사진을 업로드하는데 머릿속에 "재밌겠다" 라는 생각이 막 피어오릅니다.

올해 총 75개의 게임을 즐겼는데요, 그 중 올해의 게임이라면.... 아크노바를 꼽고 싶습니다. 굉장히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플레이 횟수가 8회로 생각보다 적어서 놀랬어요.
아크노바는 자신만의 동물원을 꾸미는 게임입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다섯장의 액션카드 중 한 장을 골라서 플레이하게 되는데, 카드를 손에 쥐는게 아니라 일종의 트랙에 늘어놓고서는 사용하는 카드가 트랙의 몇번칸에 있느냐에 따라 액션의 효율이 달라지는게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예를들어 똑같이 카드를 뽑는 액션이라도 위치에 따라 한 장을 뽑을 수도, 세 장을 뽑을수도 있죠. 그리고 한 번 선택한 카드는 가장 약한 위치로 돌아가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액션을 고루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고요. 테포마랑 많이 비교되곤 하는데, 테포마에 비해 한 사람이 밑도끝도 없이 액션을 하는 경우가 없어서 저는 훨씬 좋았어요. 테포마의 나름 큰 컨텐츠인 중앙보드에서의 자리싸움이 아크노바에는 없긴 하지만 그 단점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취향 저격이라 흠을 억지로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어요. 아, 테이블 공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정도는 흠. 모임분이 갖고계신데도 구매의욕 생기는 게임은 클랜즈 오브 칼레도니아 이후로 진짜 오랜만이더라고요. 진짜 애써서 참고 있어요.

▲ 캘리코가 커피라면 캐스캐디아는 TOP입니다.

조심스럽게 하나만 더 꼽자면 캐스캐디아. 올해 중반기에 핫했던 퍼즐 게임인데 요즘은 살짝 뜸하네요.

자기차례가 되면 쌍으로 묶여있는 육각타일과 원형토큰을 가져와서 자신의 보드에 붙여가면서 게임 종료 후 특정 규칙에 따라 점수를 획득하는 퍼즐게임입니다.

점수를 획득하는 규칙이 매 게임마다 랜덤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어느정도 리플레이성도 보장되기도 하고,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캘리코에 비해서 조금 더 개방적인 구조다 보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라는 케이스가 잘 없기도 하죠. 자기 차례에 할 수 있는 일이 타일과 디스크를 가져와서 배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점수획득 루트와 비교하기 용이한 메이저점수 디자인 등 덕분에 배우기 쉬운데 더불어 어느정도의 전략성도 보장해주어 대다수의 집단에서 어렵지 않게 돌릴 수 있던 것 같아요. 이런 게임은 사실 하나쯤 갖고있으면 좋은거죠.

3. 올해 최고의 순간

사실 이건 올해 뿐 아니라 근 몇년간의 최고의 순간이었는데, 전에 한 번 언급했던 도미넌트 스피시즈를 학생들과 플레이 했던 순간입니다.

▲ 다시봐도 조금 찡한 최종점수.

사실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에요. 인터액션도 공격적이라서 서로 빈정상하기도 쉽고요.

남자애들끼리 물고 뜯기고 왁자하게 놀아보라고 시도해본건데, 의외로 뒤쳐지는 친구들을 일부러 끌어올려서 다 함께 경쟁 무대에서 놀려고 하는 모습에 매우 놀랐어요.

덕분에 끝까지 누가 1등할지 모르는 게임을 즐겼고, 심지어 1등 학생도 그게 더 스릴있고 재미있어서 좋다고 해줘서 모두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최근 아임더보스를 하고 있는데요, 거래에 끼고싶어하는 친구가 12억중 4억만 받을테니 데려가달라 그랬는데 보스가 억지로 5억을 쥐어주는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멋모르고 막 "1억만 받을테니 데려가줘어어" 이러고 있더니만 중반부터는 저런식으로 플레이를 하더라고요.

덕분에 한 명 뒤쳐지는 일 없이(정확히는 초반에 어그로를 왕창 끈 한명은 거의 매장을 당했지만...ㅋㅋ) 모두 함께 누가 1등할지 모르는 안개속에서 게임을 즐겼고,

결과도 근소한 차이로 야금야금 눈에 안띄게 배를 불린 친구가 1등을 했습니다. 오우 훈훈.

4. 내년이 기대되는 게임

▲ 간만에 뇌를 태우는 게임이 나왔습니다.

올 해 나온 게임중에 꼽는다면 웨더머신. 멍청하게 선주문에 들어가지 못해서 다른사람보다 2~3주나 늦게 시작한데다가 연말에 매우 바빠서 플레이횟수가 2회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스케이프플랜에서 온마스로 접어들며 비딸라세다의 게임에 약간의 여유가 생긴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말끔히 날려준 게임이에요.

"내가 가야 할 칸에 남이 먼저 갔어ㅠ" 정도의 일반적인 일꾼놓기게임의 인터액션에서 벗어나 "먼저가서 어드밴티지를 챙기고 다른사람에게 이득을 줄 것인가", "NPC 미플을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가" 등 메커니즘 하나에서도 굉장히 다채롭게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놓았더라고요.

최근 했던 보드게임중에 인터액션 방식이 가장 세련되었던 것 같아요. 몇 번 정도의 플레이를 더 해 본 후 리뷰를 쓰려고 준비중입니다.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내년에 나올 게임중에서 가장 기대되는건... 크립티드. 모임에서 저런 식의 추리게임이 잘 돌아가기도 하거니와 저도 꽤 선호하는 장르거든요. 어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도 빨리 해 보고 싶어요 :)

5. 마치며

올해 겨울은 유난히 아쉬웠습니다. 할 게임은 많은데 여러모로 여건이 안받쳐줘서 양껏 놀지를 못한 것 같아요. 책장에 사놓고 못한 게임이 적잖이 있을 정도로요.

2023에는 책장에 있는 녀석들도 제대로 해보고, 새롭게 발매될 게임들도 많이 즐겨볼거라 다짐해봅니다.

보드라이프 유저분들 모두 한 해 마무리 잘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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