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카페 도전하는 아저씨 이야기(6) 카페가 바빠야 할 이유

켠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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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1 오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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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바쁩니다! 금요일은 저녁 6시부터 혼자 근무해서 마감까지 하고, 토요일은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다른 근무자 둘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데요, 처음 일하기 시작했던 10월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정말 두 배 가까이 바빠진 것 같아요.

혼자인 지난 금요일에는 10개 테이블이 다 찼고 대기팀들까지 있었는데, 금요일에 이런 건 처음이었네요. 제가 출근하자마자 고등학생들이 와랄랄라 들어오길래 오늘 무슨 날이에요? 하고 물어봤더니 기말고사가 끝났다고 하더라구요. 이제 중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본격적으로 방학을 시작할 때가 됐으니 당분간은 이렇게 계속 바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선임 근무자에게 이틀 일을 배운 다음 3일째 바로 현장에서 혼자 마감에 투입이 되었는데요, 그때는 손님 테이블도 몇 개 없었는데 뭐가 그렇게 정신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보드게임카페 특성이 식사 시간에 손님들이 떠났다가 식사 끝나면 우르르 몰려온다는 건데, 그렇다보니 저녁 7시반쯤 10분 안에 네 테이블이 들어오고 이러면 정말 멘붕이 오긴 합니다. 이젠 조금씩 익숙해져서 손님들이 한 순간에 확 몰려와도 차분히 응대할 여유가 생겼지만요.

토요일은 2시부터 퇴근할 때까지 정말 저녁식사 피크시간 1시간 남짓을 제외하고는 계속 만석이에요. 대기 명단도 줄줄이 이어지구요. 그래도 근무자 셋이 착착착 손님 안내하고 음료 만들고 게임 설명하고 계산하고 하면서 하면 몸은 힘들어도 정신이 나갈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바쁘지?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제가 일하는 카페 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카페는 손님에게 재미있는 보드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프라이빗룸 형식의 카페들과는 차이가 많은 것 같아요.

대형 카페들의 노선은 아무래도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하고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서비스하는 게 우선인 것 같더라구요. 게임 룰도 대부분 패드를 활용해서 고객들이 동영상 보고 알아서 학습하게 되어 있구요. 당연히 이게 나쁘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그게 편한 손님들도 당연히 많이 있을 것 같구요.

정해진 리스트가 있긴 하지만, 제가 일하는 카페는 아무리 바빠도 스플렌더 대결 수준 이하의 게임들은 거의 다 룰설명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룰설명 가능한 게임 리스트를 따로 안내하고 있어서 그 게임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근무자들이 다 안내를 하게 되어있고, 그 리스트에 없더라도 여유만 된다면 손님이 원하시는 게임의 룰설명을 해드리고 있어요.

최소한 저는 보드게임이 이렇게 즐거운 겁니다! 더 재미있는 게임들도 많습니다! 2인이 와서 제발 다빈치코드 하고 젠가 한 다음 할리갈리 하고 집에 가지 마세요! 이런 진심을 담아 일하고 있어요.

음료 만드는 거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스플렌더 로스트시티 설명하고 있나, 이런 마음은 전혀 없어요. 이건 저희 카페 사장님의 운영 철학이기도 해요. 무조건 음료보다 룰설명이 먼저다. 룰설명보다 입장 손님 안내나 계산이 먼저이긴 하지만요...

제 카페를 창업하면 저도 이런 방향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하려구요. 저는 내 공간에 들어온 사람이 즐겁게 게임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제가 소개한 게임을 너무 재밌게 즐겼다고 하면 피로가 사라질만큼 기분이 좋거든요.

결국 만족스러운 보드게임 경험을 한 사람들이 계속 보드게임을 찾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또 다시 내 공간을 찾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너무 순진한 생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보드게임 플레이어를 늘리는 게 파이를 키우는 일이고, 파이가 커져야 내가 돈도 벌면서 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에요. 다빈치코드 하던 손님 스플렌더 가르쳐 드리고, 아 이거 재밌네요 하시면 센추리 알려 드리고 캐스캐디아 알려드리고. 딱 이까지만 해도 정말 너무 너무 보람찰 거 같아요. 버밍엄 버라지 카네기는 꿈도 안 꿉니다. 암요, 이건 욕심이죠 ㅎㅎ

그 까페 사장님 친절하고 룰설명 잘해주더라, 재밌는 게임 덕분에 많이 했었다, 이런 소리 나오는 카페가 되고 싶어요. 손님들한테 게임 소개하고 룰설명하느라 더 바쁘고 정신없고 더 힘들어도, 누군가에게 좋은 게임을 소개해서 그 사람이 그걸 즐겁게 했을 때의 보람과 행복을 포기 못할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순진한데, 그래도 아직까진 이런 꿈 좀 더 꿔볼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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