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힘든데 그냥 다 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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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15:22

긴 글 패스하는 여러분들을 위한 한 줄 요약 - 네고(Negotiation : 협상)는 무작정 깎아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제발.

정확히는 판매가 힘들다는 게 맞겠습니다.

구매할 때야 그냥 판매자가 달라는 대로 돈 주고 물건 받으면 땡, 문제래봤자 빠진 게 있거나 상태 불량 정도일텐데 여지껏 저는 운이 좋았는지 그런 적은 없었구요. (아, 생각해보니 저번에 그 계좌번호 기억 못하시는 분이 있긴 했네요.) 근데 구매할 때는 그렇게 운이 좋다가 판매를 해보니 구매하려는 사람 둘 중에 한 명 꼴로는 이상한 사람이 걸리는 것 같네요.

방금 전에도 간만에 게임 2개 팔았는데 시작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가격 네고 원하신다면서 어디 장바구니에 신품 담아놓은 걸 찍어보내셨는데, 분명 제가 판매하는 구성은 A+B+C 인데 장바구니에는 왜 A+B밖에 없을까요? C까지 포함하면 제가 올려놓은 가격 넘어가니까? 그래봤자 별 차이 나지도 않는데, 앞자리 숫자 달라지면 깎아주는 금액도 달라질까봐 걱정되셨나. 근데 여기까진 괜찮았습니다. 네고 가능하다고 제 스스로 판매글에 써놨고, 옥의 티가 있긴 했지만 나름 근거를 보여주셨으니까요.

그래서 그럼 그럽시다 하고 보내주신 장바구니 가격보다 1만원 가까이 (C까지 포함하면 1만원 넘게) 깎아드리고 입금+주소 말해달랬더니 이어서 다른 게임도 사고 싶으시다네요. 그리고 그것도 깎아달라시는데 이번엔 뭐 이유도 없습니다. 첫 번째 게임처럼 신품 가격 내밀거나 상태 확인하고 그걸로 깎아달라고 하시면 이해나 가지 밑도끝도 없이 그냥 깎아달래요.

첫 번째 게임은 새 게임 직접 산 거지만 두 번째 게임은 저도 중고로 거래한 거라 정가보다 낮게 구했고, 저는 거기서 또 낮춰서 올렸기 때문에 정말 싼 건데도 깎아달라십니다 허허... 이것도 1만원 깎아달라시길래 이미 많이 싸게 올린거라 5천원밖에 못 깎아준다 했더니 어떻게든 비용 줄여보시려 이번엔 배송비로 넘어가시네요. 반값 택배로 받을테니 배송비를 빼달라고, 1800원밖에 안 된다고.

1800원밖에 안 되면 뺄 게 아니라 그냥 좀 주시죠...? 반값 택배가 싸니까 그쪽으로 할게요도 아니고 그냥 빼달라니, 반값 택배로 보낸다고 배송비가 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제가 배송비를 아예 다 빼줘야 하나요. 그리고 원래 '이거 얼마 안 되니까 깎아줄게' 같은 말은 파는 쪽에서 하는 거 아닌가? 손해는 제가 보는데 왜 사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고 ㅋㅋㅋㅋㅋ 뭘 자꾸 깎아달라 우는 소리만 하시길래 이렇게 말해주고 거래 엎으려다가 하지도 않는 게임, 잘 팔리지도 않는 게임 그냥 처분하자는 마음으로 참고 그것까지 오케이, 다시 입금하라니까 또 뭘 물어보십니다, 두 번째 게임 구성품 D도 포함이냐시네요.

내가 판매글에 D 있다고 했나? 아닌데? 없는데? 안 써놨는데? 써놓은 적도 없는 D는 무슨 말이냐니까 그것도 당연히 포함된 줄 아셨답니다.

게임 구매할 때, 물론 가격, 상태 다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다 타협이 가능하지만 구성은 그게 아니잖습니까. 백 번 양보해서 불필요한 게 더 끼어있으면 빼달라고까진 할 수 있겠지만, 없는 걸 만들어낼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게 없다면 굳이 그 다음 단계인 상태가 어떻고 가격이 어떻고 실랑이 할 이유도 없구요.

그래서 전 판매글에 사진 한 장 안 올리고 상태 설명도 대충 문의하라고 해놨지만 구성만큼은 자세하게, 무슨 풀셋 이런 식으로 쓰지 않고 구성품 ABCDEFG 하나하나 다 써놨는데 그걸 보고서도 왜 '당연히' 포함이죠? 물건 팔 때 포함된 것만 잘 써놓으면 되지, 원래 있어야 할 구성품이 누락된 것도 아니고 완전 별개인 물건이 없는 걸 없다고도 써놔야 하나요? 하... 물론 구매자는 그냥 별 뜻 없이 물어본 걸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어째 또 깎아달라는 소리로 들려서 그냥 없다, 구매할거냐 말거냐 물었더니 구매하신답니다. 그래서 이제 드디어 끝이다 생각하며 입금하고 주소 달라니까

'그럼 반값 택배인가요 일반 택배인가요?'

???

아니 방금 반값 택배로 받을 테니까 배송비 빼달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일반 택배 소리가 왜 나와요?

주소 물어보길래 일반 택배로 보내주려나 싶어서 물어보셨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이 그걸 원하신 건 아니구요? 쿨거래였으면 기분 좋아서라도 서비스로 해줬을지 모르지만 깎을 거 다 깎고, 본인 입으로 반값 택배로 받을 테니까 배송비까지 빼달라고 하셔놓고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복회로를 돌리셨지... 제가 무슨 자선 사업가인가요? 깎아달라는 거 참고 깎아주니까 호구로 보였나?

계속 입금+주소 반복하다 습관적으로 말한 것 뿐인데 반값 하기로 했으면 당연히 편의점으로 알아들어야지 그걸 어떻게 집 주소 물어보는 걸로 받아들이셨냐니까 편의점은 주소라고 하지 않고 지점 이름 알려달라고 말해야 하는 거라십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는 반값 택배라는 게 있다는 것만 겨우 알았지 몇 천 원 아끼려고 써본 적이 없어서 몰랐네요~~ 이 땐 이미 입금된 상태라 돈 다시 보낼 테니 계좌번호 부르라고 하려다가 옆에 꺼내놓은 게임들 보고 저 애물단지들 지금 아니면 언제 치울까 싶어 다시 꾹 참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정말로 반값 택배를 써본 적이 없다보니 이게 작은 박스만 가능한 줄도 몰랐네요. 기분이 나쁘건 어쨌건 돈은 받았으니 약속한 물건 보내러 갔는데 작은 박스만 받는답니다. 집에 박스가 널렸는데 작은 게 없어서 결국 반값 택배 전용 박스까지 새로 사고 1800원은 얼어죽을, 2300원씩 2개로 나눠 보냈더니 차라리 그냥 택배로 보냈어도 될 만큼 나오네요. 배송비를 아낀 것도 아니고, 배송 시간은 시간대로 걸릴테고... 이게 무슨 멍청한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이렇게 하나하나 힘겹게 판매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앞으로 새 거든 중고든 게임 구매할 때는 엄청 신중하게 결정해야겠습니다. 최소금액 맞춘다고 필요하지도 않은 거 끼워서 사면 결국 내버리든가 다시 팔아야 되는데, 멀쩡한 게임 아까워서 도저히 버리지는 못할 것 같고 팔자니 스트레스 받고... 힘듭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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