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카페 도전하는 아저씨 이야기(3) 2인용 게임의 중요성
보드게임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그 동안은 신경쓰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알게됐습니다. 이전까진 신작 전략게임 많은 카페를 찾아가 게임에만 몰두해왔으니 주변이 어떤지 볼 생각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 대부분의 손님들은 나랑은 또 다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일단 열 테이블의 손님이 있다면 이 중 전략게임은 한 테이블이 돌까 말까 합니다. 심지어 제가 일하는 매장은 전략 게임들이 많기로 알려진 카페인데도 불구하구요. 4~5 테이블은 성별 무관하게 친구들끼리 와서 왁자지껄 떠들며 노는 손님들이고, 나머지 5~6 테이블 정도가 데이트하는 2인 테이블인 것 같아요.
주로 젼락게임을 하긴 했지만 동호회에서 다인용 파티게임은 많이 해왔어서 그래도 파티게임을 추천하거나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편입니다. 다만 간단한 2인 데이트용 게임은 정말 모르는 편인데, 일을 하면서 좋은 2인용 게임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커플이 오셔서 다빈치코드 몇 판 하다가 2인 할리갈리 몇 판 하다가 나가시는 분들 보면 아... 저게 보드게임의 참재미가 아닌데... 라는 안타까움이 너무 너무 몰려와서, 콕 찍어 다빈치코드 주세요 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제가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걸 추천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일 많이 추천하는 데이트용 라이트 게임은 더게임과 장미전쟁이에요. 둘은 되게 다른 게임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기도 합니다. 일단 룰이 너무너무 쉽고, 한 판이 끝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그래서 뭔가 전략적인, 머리 쓰는, 게임다운 게임을 했다 라는 성취감을 준다고 생각해요. 이 두 게임은 추천해드리고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게임을 좀 해봤다 하는 커플들은 거의 스플렌더를 하는데, 이런 커플들에게도 좀 더 다양한 게임을 해보시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센츄리나 로스트시티를 추천하곤 합니다. 의외로 스플렌더는 해봤는데 더 쉬운 로스트시티를 안 해본 분들이 꽤 많더라구요. 세듀까지는 무리인 것 같아 아직 추천을 도전해본 적은 없네요.
그리고 지난주 처음으로 스플렌더 대결을 설명해봤습니다. 게임이 나왔을 때부터 룰북을 읽어두고 설명할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난주 한 커플 손님들이 스플렌더는 해봤는데, 조금 더 어려운 게 있을까요? 하시길래 냅다 추천해드렸습니다.
보석판 다시 한 번 채울 때까지만 옆에서 봐드리면 그 다음부터는 틀릴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에러플 있나 좀 봐드리다 슥 빠졌더니 웬걸, 한 시간 반 동안 두 판을 연달아 하시고 너무 재밌다는 말을 연발하시더라구요. 역시 영업 성공만큼 보람찬 일이 없네요.
혹시 데이트용 2인 게임으로 더 추천해주실 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손님들이 세듀나 워터게이트는 아무래도 많이 어려워할 것 같고, 일단 다음엔 펀자이, 마라케시, 패치워크 영업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모두 해본 적은 없고 룰북만 읽었지만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