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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재생] 나에게 보드게임이란

2,525 조회

2014.08.27 18:02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9Xdu0

오늘 한국으로부터 의미있는 사진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 이에 대해 이런저런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번엔 지름신을 소환하지 않을테니 부담없이 읽어주세요 ㅎㅎㅎ

====

오래 알아온 친구들을 만나서 열심히 놀다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나요?

"얘랑 언제부터 이렇게 친해졌지?"

어깨를 툭 치며 친구에게 물어봐도 둘 다 멍... "그러게? 언제부터 이렇게 친했지? 처음 만난건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둘 다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해봐도, 머리를 벅벅 긁어봐도 무슨 계기로 이녀석과 이렇게 친해진건지 도통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제겐 보드게임이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취미가 있어왔고,

지금도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지만 왜 보드게임에 이렇게 푹 빠져 지내게 되었는지 아무리 노력해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협력게임, [반지의 제왕]을 처음 알게 되고

독특함에 반해 5만원을 열심히 모아 구입한게 시작이었던건 기억납니다.

제겐 그야말로 신세계였고 그 당시의 여자친구와 동생과 함께 열심히 했었죠.

스코어 시트에 "첫 클리어를 축하하며" 라고 적어놓은걸 볼때면 그 순간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네요.

이때부터 보드게임에 푹 빠졌던 걸까요?

전 지금까지 이것이 시작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끄적이며 제 어린시절을 되짚어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는 이미 보드게임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되면 짝궁과 책받침 뒤에 있던 사다리 타기를 열심히 했구요

친구들과 100~200원짜리 쫀드기나 문어다리를 걸고 열심히 필통 축구를 하기도 했으며

뜨거운 여름 날, 쩍쩍 달라붙는 방바닥에 동생과 주저 앉아 고지라 대소동을 열심히 하곤 했습니다.

초록 고지라가 서있는 연못엔 처음으로 돌아가는 함정이 2~3군데나 있어서 뺑뺑이를 돌기도 하고,

모게라의 집에서는 동생에게 "나 한번만 봐줘. 주먹 내줘." 하며 앙탈아닌 앙탈도 부리고,

아무리 봐줘도 마지막에 고지라를 튕겨서 착지시켜야 하는 그 부분이 너무 어려워서 늘 지곤 했습니다.

열심히 천원, 이천원을 모아 여러가지 게임들을 구입한 다음 친구들에 자랑하는 것은 큰 자랑거리였죠.

부모님이 다 가져다 버렸을때의 충격은 그야말로....ㅠㅠ...

...성인이 된 지금이나 아이였던 그때나 별반 다를게 없네요.

* 검색한 그림은 일베가 출처이지만, 전 일베 유저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

때론 나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 공책에 열심히 보드게임을 그려서 친구와 하곤 했습니다.

규칙이라곤 주사위를 굴리고, 전진해서 아이템을 먹고, 마왕을 물리치는게 전부였지만요.

이런 저는 사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길에서 우연히 쇠팽이를 주웠던 날, 그 팽이만 있으면 동네 친구들을 다 이길 수 있었음에도

저는 늘 쇠팽이를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며 팽이치기에 참가하진 않았을 정도로 소심했죠.

유일하게 친구들과 열심히 할 수 있었던건 슈퍼마리오와 이런 보드게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드게임을 끼고 성장해온 지금.

보드게임이 제게 준 영향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놀랍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친절함을 자연스럽게 배웠거든요.

친구가 재밌게 놀수 있도록 혼자 규칙서(그땐 룰북이라는 말을 몰랐습니다 ㅋㅋ) 를 열심히 읽고,

어린 마음에 승부라는 것도 모른채, 꼴찌가 된 친구에게 부루마블의 돈을 공짜로 빌려주기도 하고,

친구가 게임에서 자꾸 지고 있으면 진영을 바꿔서 게임을 이어하곤 했습니다.

그 배려하는 마음가짐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어,

게임중에 상대방을 놀리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으며, 게임에 서투르거나 쑥쓰러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열심히 챙겨주며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수줍음이 많으면서 말이죠 ㅋㅋ 참 웃긴 일이예요.

제가 성인이 된 지금.

제 보드게임에 대한 사랑과 그 마음가짐은 제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전 캐나다에서 혼자 살아온지라 한국엔 친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년 한국에 갈때면 근처에 있는 아동 복지센터에 놀러가곤 하죠. 보드게임을 한아름 들고서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함께 어울리며 배려하는 태도와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늘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만 붙잡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게 안타까웠어요.

한국을 다녀온지 반년쯤 되는 오늘.

그 아동센터에서 제게 사진을 여러장 보내주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보여드릴게요.

다 찢어져서 노랑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케이스.

손때가 한가득 묻어 찐덕찐덕한 감촉을 줄 것만 같은 더러운 카드.

이 사진을 보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더럽다? 엉망이다? 아깝다?

저는 엉망진창이 된 카드와 케이스를 보며,

===

이렇게까지 게임이 망가질 정도로 아이들이 서로 함께 어울렸구나.

때론 싸우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서로 배려하는 법을 배웠겠구나.

====

하고 느꼈답니다.

카드가 망가진걸 보자마자 너무 흐뭇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서 제 어릴적 모습을 보고 있는건가봐요 :)

보드게임을 접한지 약 10년이 되었지만 그 누구와도 경험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남들의 리뷰를 보기만 했었죠.
그러나 언제부턴가 리뷰를 "찍어낸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올리고,

좋은 게임을 하나라도 더 소개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하는 이유는

저도 모르게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친절함과 배려를 행하려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누군가 제 리뷰를 보고 게임을 구입한다면 그것도 기쁜 일이요.

구입된 게임이 많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과 어울리는 법을 알려준다면 더욱 기쁠것 같습니다.

미칠듯이 최선을 다해 리뷰를 쓰고 있는 원동력은 짧은 시간 타오르는 순간의 열정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짧은 열정보단, 제가 보드게임을 통해 뭔가 넓은 범위의 친절함을 베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한단계 더 성장한 것이 그 원동력이라 믿고 싶습니다

올해 말, 재미난 보드게임들을 가지고 그 아동센터에 한번 더 방문하려 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눈으로 보고, 제가 배워온 것들을 게임을 통해 조금 더 알려주고 싶네요.

자신이 깨달아온 무언가를 전해주고픈 청년과, 그 청년이 가지고 온 재미난 게임을 보며 눈을 반짝일 아이들.

그 행복한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네요.

제겐 보드게임이 그런 존재가 되었나봅니다. 보드게임이 제 취미라 정말 다행입니다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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