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 ㅁㅂㅅㅇ 편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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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29 오후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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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세게 리뷰 작성하고 다음 리뷰 작성까지 쿨타임 채워지는 동안 (그래봤자 며칠 내에 또 올라오겠지만...) 워밍업으로 쓰는 뻘글!

오늘은 ㅁ~ㅇ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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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 물가 상승

여러분들의 지갑은 안녕하신가요? 요즘 인플레이션에 전쟁까지 아주 난리도 아니네요.

해외에 살고 있다보니 한국의 물가상승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긴 어렵지만, 여기도 생활비가 눈에 띄게 올랐어요.

팬데믹 이전만 해도 치킨 두 마리 시켜먹으면 약 5.5만원 나왔는데 지금은 8만원 가까이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보드게임에 야금야금 투자하던 비용도 철저하게 줄이고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취미를 즐기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 빌려보기. 유튜브로 관심있던 강좌 듣기. 글쓰기 같은 것들이죠.

최근 한국에서 출시되는 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자주 놀랍니다.

앞자리가 7, 8을 가볍게 찍는 상당한 가격을 보고 한번 놀라고(가끔 12-14까지 가는걸 보면 꺅 소리가 나옵니다).

그걸 30%, 40% 할인해서 파는 행사를 보고 '저렇게 팔면 회사가 버틸 수 있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며 또 한번 놀라고요.

마지막으로 게임 구매후기가 올라오는걸 보고 '어? 이 분 다른 게임도 펀딩 들어가지 않으셨던가?' 하는 생각에 또 놀랍니다.

다들 어떻게 그런 강철지갑을 가지고 계신거죠!?

내 씀씀이 습관은 어떤가 싶어 제 구매 내역을 뒤져보니 최근에 구입한건 불릿 하나. 그나마도 쟁여두던 포인트를 써서 거의 1/4 가격에 샀군요.

그 전의 구입내역은 무려 6개월 전. 별의 기록: 우주(서바스트럴) 한 개네요.

아무래도 절약모드가 올해 초부터 켜진 것 같습니다.

리뷰 하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물가는 오르고, 지갑은 딸을 위해 지켜야 하고.

참으로 어려운 시기네요.

ㅂ - 불편한 사람

운이 좋은건지 저는 보드게임을 하며 불편한 사람을 거의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딱히 훈수를 두는 사람도, 다른 멤버에게 치근덕 대는 사람도, 욕을 하는 사람도, 게임을 거칠게 다루는 사람도 만나보지 못한 것 같아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같이 게임을 하며 제게 극딜을 먹이는 두 사람이 있지만, 친밀함에서 나오는 행동인걸 잘 아니까 괜찮아요.

해외라서 웬만한 한국 소식은 거의 모르지만 가끔 멤버 한명 때문에 모임 분위기가 와장창 깨졌다는 바다 건너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요.

역시 보드게임은 무슨 게임을 하냐보단 누구랑 같이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막말로 멤버만 재밌으면 똥겜도 재밌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 주변에 불편한 사람이 없다면... 혹시 그 불편한 사람이 저인건 아닐까요? =ㅁ=?

ㅅ - 선생님, 우리 선생님.

신작 후기. 구작 후기. 개봉기. 전략 분석글. 리뷰... 정말 다양한 종류의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지만 제가 가장 재밌게 보는건 역시 선생님들의 방과후 보드게임 후기입니다.

약 10년 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아동센터에 매일 같이 들려 '이 센터 아이들에겐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다른 센터에서도 할 수 없는걸 내가 알려줄거야!' 라는 생각 하나로 매일 8-10시간씩 보드게임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시절의 후기를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탄탄하게 교육을 시켜서 그런걸까요. 제가 없는 기간 동안 보드게임 선생님들을 초빙해도 아이들이 너무 쉽다고 투덜댄다는,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되려 문제라는 소식을 듣기도 했어요 ㅋㅋ

지금은 한 가족의 가장이 되었기에 그런 정열적인 봉사활동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선생님들이 남기는 후기를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어요.

지금 막 시작하신 선생님들은 애들이 얼마나 기억하겠어- 싶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제 경험상 아이들은 정말로 오래 기억해요.

거의 10년간 성장한 아이들이 이제 번듯한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절 만나면 "저 초등학교떄 쌤이 해준 캐릭터게임(TRPG를 뜻합니다) 아직도 기억나요~" 같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너굴너굴: "오- 맞아. 너희에게 그런 문화도 알려주겠다고 내가 세션도 자주 열었지."

아이: "한쪽 눈동자 색이 달라서 마을 사람들에게 저주 받았다며 괴롭힘 받던 아이를 구해주던 이야기가 제일 기억나요."
너굴너굴: "하하하, 나도 기억난다 ㅋㅋ"

아이: "잘못 건드려서 깨어난 멧돼지 석상이 벽을 모조리 부숴대며 우리를 죽이려고 했던 것도 기억나고요."
너굴너굴: "원래 스토리엔 없던 내용이었지. 너희들이 조심성 없이 건드려 대길래 추가한거야."

아니: "진짜요!!?"

이런 대화를 하며 추억에 잠길 때가 많아요.

선생님들이 지금 하고 계신 노력. 아이들은 정말 오래오래 기억 할 거예요! 화이팅 입니다.

ㅇ - 이야기와 모험

최근에 재밌는 글을 보았습니다. 왜 RPG 보드게임을 하는가? 가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 (아, 찾았네요. 이 글입니다.)

가볍게 지나가듯 "다양한 RPG 게임을 해보았지만... 역시 TRPG가 시작이자 정점인 것 같아요." 라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마찬가지인데요.

TRPG가 주는 풍부한 재미를 RPG 보드게임이 따라갈 수 있을까? 하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TRPG의 세 기둥인 "탐험, 상호작용, 전투". 세 가지를 골고루 충실하게 TRPG만큼 구현한 보드게임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어요. (나올 수는 있을까요?)

승패 및 성장이 명확한 전투 쪽에 힘을 많이 기울인 RPG 게임만 많이 접해도 그렇게 생각하는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이유로 언제나 RPG 관련 리뷰 글을 작성할 떈 TRPG를 비교대상으로 잡지 않아요.

도대체 그게 뭔데? 라며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참가자들은 상용으로 판매중인 룰북을 이용하게 게임을 하게 됩니다.

이 룰북은 시스템적인 설명만 있을 뿐, 게임 운영은 흔히 DM 혹은 키퍼라고 부르는 진행자에게 모두 위임ㅎ해요.

이제 플레이어들은 규칙에 따라 자신의 캐릭터를 제작합니다.

흐름은 꽤 간단한데요. DM/키퍼가 상황을 설명하고, 플레이어들은 판단을 내리며, 필요에 따라 주사위를 굴리거나 하여 판단에 대한 결과를 진행자가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죠.

진행자의 재량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현명한, 멍청한 행동에 따라 진행자가 준비한 이야기가 휙휙 바뀌기 때문에 재밌는 상황이 많이 벌어집니다.

파고들면 한없이 파고들 수 있는 내용이라... 설명은 여기까지만. 좀 더 관련 정보를 간단히 찾아보세요. 아마 나무위키 같은 곳에도 내용이 많이 있을겁니다.

이 취미를 알아보다보면 "목소리/표정 같은 연기가 필요하다", "부끄러워서 오글거린다" 같은 의견을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진행자도, 플레이어도 그냥 연기 없이 덤덤하게

진행자 : "전방에 고블린 두 마리가 피가 묻은 창을 들고 있습니다. 우측으로는 짙은 숲의 초입이. 좌측으로는 목까지 잠기는 깊이의 강물이 있습니다. 어떻게 행동하시겠어요?"

플레이어 A : "숲으로 잠입할래요?" (평소 목소리로 물어봄)

플레이어 B : "강물로 들어가는건 어때요." (평소 목소리로 대답함)
플레이어 C : "소리 질러서 그냥 난타전을 벌이는건요?" (평소 목소리로 대답함)

플레이어 A & B & C : (갑론을박)

진행자 : (한참 기다리다가 주사위 굴림) "회의가 지체되자 고블린 두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나팔을 불기 시작합니다."
플레이어 A : "앗 ㅠㅠ 망했다. 그냥 죽여! 하고 소리 지르며 달려갈게요."
플레이어 B : "저도 따라갑니다"
플레이어 C : "저도 허리춤에 있는 제 나팔을 불어대며 달려갑니다."

이렇게 연기 없이 그냥 상황을 묘사해도 충분해요.

위에서 TRPG 이야기를 기억한다던 아이를 언급했죠?

그 아이도 연기를 잘해서 TRPG를 좋아하는게 아니예요. 자신이 초래한, 혹은 풀어낸 사건사고가 너무 재밌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 때문이지요.

주변에 이 게임을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있다면 귀인(?)으로 여기시며(정말 드물거든요!) 간단한 다과와 함께 게임 한번만 시켜달라고 졸라보세요.

취향에 맞는 순간 다른 RPG 보드게임이 눈에 안들어 오게 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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