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r? Collector!
안녕하세요~ 보드게임에 대한 생각을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긴글이지만 재미있을진 모르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벌써 보드게임이란 매체를 접한 지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동안 수많은 보드게임을 해오며 든 부끄럽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을 밝히려 한다.
누군가는 이 글로 인해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은 누구를 탓하고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글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라면서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궁금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보며 지금 한 그 생각처럼 나는 어쩌며 관종일 수도 있고, 누구처럼 훌륭한 블로거가 되어 인생을 바꿀 경제적 기회를 우연히 얻을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나를 잘 모르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이유들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이 글을 통해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과 공감하고 그 사람들로부터 공감받으며 즐거운 취미 생활을 해 나가기 위함이다. 혼자는 외로우니까.
첫 이야기는 나의 부끄러운 정신 상태에 대한 이야기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며서 사 모은 게임이 지금은 600 여종에 이른다. 다시 밝히지만 사서 모은 게임이다.
누군가 "확장도 포함하나요?", "카드게임들은 그 중 몇개나 있나요?", "알레아 빅 박스 시리즈는 모두 있죠? 다 넘버링 되어 있는걸로요?" 등의 질문을 한다면 넣어두시길. 자랑이 아닌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이야기다.
보드게임이 200개 남짓 되었을 때 일이다. 이쯤되면 주변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온다. "미x놈이다." , "보드게임 카페 차리려고?", " 아하하하.."
그런데 신기하게 보드게임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연락이 온다. 어떤 게임이 재밌는지, 이럴 땐 어떤 게임을 해야하는지, 어디서 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받게된다. 그리고 내 경험을 바탕으로 답을 해주면 누구든
나에게 "보드게임 전문가" 라는 칭호를 부여해 준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평소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던 나에게 전문가라는 칭호는 매력적이다. '나는 전문가고 그래서 보드게임을 잘 알아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오는 신작은 물론이고 커뮤니티에서 재밌다고 하는 보드게임을 무차별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할 시간은 없는데 해야 하는 게임은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게이머와 컬렉터 사이에 있던 나는 점점 컬렉터 쪽으로 걸음을 옮겨 갔다. 게임은 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수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보드게임 전문가라는 엄청난 훈장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 가지고 있지만 해보지 않은 게임에 대한 정보를 물어볼 때 보드게임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에
아... 못해봤어... 몰라.... 이런 말 대신 후기에서 본 내용, 상세페이지에서 본 내용을 억지로 기억하여 나불대기 시작했다. 아마 물어본 사람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더 최악은 주변에 다른 보드게이머들을 은연중 무시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저 사람은 나보다 게임도 적으면서 떠드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저렇게 말하지?"
이쯤 되면 전문가병 수준이다. 그러다가 누군가 내가 모르는 게임이라도 말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하기도 했다.
집은 좁은데 게임은 늘어가고 같이 사는 사람의 불평도 늘어간다. 가화만사성 이 말을 보드게임 때문에 실감할 줄이야.
그래서 큰 결심을 한다. 먼지 쌓인 보드게임에게 새로운 주인을 만들어 주겠다는 결심.
혹시 절판이 되거나 단종이 되어 나중에 못 구하면 어떡하지?, 지금은 못해서 팔았지만 나중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아쉬우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들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초 큰맘 먹고 20 여종의 보드게임을 팔았지만 지금 어떤 게임을 팔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혹시 나와 같은 마음을 먹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믿어도 좋다! 꼭 파시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문학이 그렇듯 보드게임도 하는 사람마다 느끼는 재미와 생각이 모두 다르다. 전문가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런 사람을 만나보고 다시 한번 느꼈다. 자기만 옳다고 믿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구나... 우리가 바라는 전문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인정하고 더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깔아주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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