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게임과 그리고 상당한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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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9 03:24

요즘은 후기나 소개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데 게임을 하고도 쓰는게 쉽지 않네요...

제가 보드게임을 구입하기 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한국 유저들의 후기를 찾아보는 것이고 그 다음이 긱에 나와있는 평점, 난이도, 이미지 등의 정보를 검색하는 것인지라 저도 나름 도움이 되어보려고 후기를 쓰려고 하는데 간만에 하는 게임들을 즐기기도 벅차 소개는 커녕 후기도 쓰지 못하네요...

그나마 얼마 전 트라이트릭스 체험단이 되는 덕분에 여차저차 쓰게 된 게 다행스럽기까지 합니다ㅎㅎ

거의 다 유명한 게임들이라 왠만하면 다른 분들의 자세한 후기가 있기도 하지만요;;ㅎ

처음 보드게임을 접한게 고등학생 때였는데 그떄는 보드게임방과 플스방이 도처에 많이 생겨났던 시기였죠. 대구에 있었는데 거기도 꽤 많은 보드게임방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대구에 보드게임방의 다수가 사라진 것 같은데 그때 Pit, 할리갈리, 우노, 다빈치코드 같은 게임을 친구들과 하면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보드게임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때까진 머리쓰는 것은 공부=재미없다 라는 생각이 당연스러웠는데 이렇게 즐겁게 머리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하게 다가왔었습니다. 그래서 하나 사보려고 용돈을 조금 모아서 보드게임코리아와 다이브다이스 커뮤니티를 엄청 들락날락하면서 고민을 했었죠. 겨우 모은 돈으로 하나 사려고 하니 뭘 사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아마 2,3주동안 고민했던 것 같네요ㅎㅎ그 때 처음 산 게임이 중고 매물로 구한 배틀크라이였습니다. 메모아44방식의 게임이었는데 미니어쳐와 미국 Civil War라는 테마가 굉장히 끌렸거든요. 그리고 2년 가까이 샀던 게임이 히어로 스케이프, 자바, 샤크, 1870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깨달았죠. 보드게임의 재미는 게임성보다는 함께 할 사람!이라는 것을요. 배틀크라이와 히어로스케이프, 샤크 같은 게임들을 바닥에 쭉 세팅해놓고 돌리지도 못하고 몇달동안 그렇게 방치했던 것 같네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침 일찍 학교를 가고 밤 늦게 집에 오는 일상이 반복되었으니 할 사람은 커녕 시간도 없었죠. 그래도 가끔 저녁에 맵을 보면서 고민해서 한수한수 두고 그대로 잠들고 또 나중에 이어서 잠깐 플레이하면서 나름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어찌보면 공부를 하게 된 것도 보드게임처럼 즐겁게 머리쓰는 재미에 맛을 들린게 아닐까 생각도 되구요. 그래서 전 제가 아이를 갖게 되면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게임보다 보드게임을 먼저 알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다른데 눈이 팔리면서 저 게임들을 한번에 처분해버렸습니다. 돈이 궁해서 그랬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다른 건 괜찮은데 배틀크라이와 샤크는 정말 혼자서 생각하는 것마저 재미있어서 다시 구해보려고 해도 구할 수도 없더라구요. 그렇게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군대에서 다시 보드게임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보드게임을 한다니 격세지감을 느끼실 분도 계시겠네요 ㅎㅎ 제가 복무하던 부대에는 카탄과 시타델, 부루마블이 있어서 선후임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때우곤 했습니다. 보드게임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 수록 재밌다 라는 말에 100%는 공감할 수 없지만 70%정도는 이해가 되는 말이더군요. 그렇게 군 복무를 마치고 지금의 제 여자친구와 재미있게 놀 색다른 방법을 생각하다가 몇 달 전에 보드게임을 떠올린 게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그 미칠듯한 머리싸움에 아드레날린이 막 분비되며 정신을 차리고나니 책장에 보드게임이 저렇게 쌓여있네요. 아직 학생의 신분인지라 알바하면서 모은 돈을 조금씩 쏟아붓다보니 나름 저 것도 많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 사고 싶은 게임이 한가득입니다.

뭐하느라 이렇게 제가 잡설을 늘어놓았는지 모르겠네요.;;; 다시금 소개글이라도 올려보고자 마음먹으려고 소장샷을 찍다보니 옛생각에 그만;;ㅎㅎ 찍어놓고 보니 참 게임에 일관성이 없네요ㅎ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처음 보드게임을 접했을 때 다다에서 펑그리얌님의 퀸 박스를 포함한 컬렉션, 월하연서(킨)님의 워프로그와 2F시리즈 등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시리즈로 모아봐야지 했었는데 아직은 그럴 능력이 안되나봅니다ㅎㅎ 주로 여자친구와 플레이하다보니 2인플 전용 혹은 2인플 적합 등이 일관성이라면 일관성이랄까요. 요즘은 1인플 게임과 워게임에 맛이 들린지라 그쪽 관련해서 글이나 정보를 뒤지고 다니는게 일이네요. 정말 생각하면 할 수록 대단하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요즘은 GT님, 의지님, 흑담님, 셰리님 등 많은 분들의 블로그를 제 즐겨찾기에 추가해두고 매일 한두번씩은 들어가서 글들을 읽는데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뜬금 없지만 감사드립니다 ㅎ

두서없긴 하지만 어느덧 자유게시판에서도 허락되지 않는 수준의 글로 전락한 것 같아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여러분들은 보드게임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드게임은 어떠한 테마도 엄청나게 다양한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보드라이프만 보더라도 얼마 전 생긴 "게임발견"이라는 부분에 테마가 82개, 방식이 58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는 하나 이렇게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드게임의 넓은 포괄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보드게임이 가진 그 깊이는 더 놀랍습니다. 워게임을 예로 들면 아주 간단하게 카드로만 진행하는 워게임이나 엽서 한 장 크기의 맵과 카운터로 진행할 수 있는 워게임부터 방 한칸을 모두 뒤덮고 1000개가 넘는 카운터를 사용하며 룰북만 100장에 달하는 게임도 있으니까요. 때문에 "취향을 탄다"라는 말은 보드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로서, 그리고 보드게임이 가져야하는 불가피한 명제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어떠한 취향을 가지고 있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전 취향따위 없습니다. 저랑 해주시는 분이 취향이죠^^;;;;

즐거운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글의 난해한 가독성을 사진으로나마 상쇄시켜 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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