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듀플릭 -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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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25 오전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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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2005

인원: 3-10 (최적인원 5-6)

플레이타임: 45분

장르: 파티게임 / 그리기

복잡하고 묵직한 게임을 장시간 하고나면 정신적으로 지치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피곤한 두뇌를 쉬게 해주고 분위기를 띄우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적절한 것은 없지요. 클래식한 게임으로는 픽셔너리, 선만 그릴 줄 알면 모두가 할 수 있는 두들퀘스트, 최근 한글판 발매로 떠들석했던 텔레스트레이션, 그림 그리기와 스파이 장르를 접목한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까지...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작들 뿐이죠. 이 내노라 하는 게임들 사이에 끼어 전혀 빛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듀플릭이죠.

그림그리기 게임에선 많아선 안되는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금손"들의 존재입니다. 그림그리기 류의 게임이 빵빵 터지는 주 요소 중 하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악한 그림과 그것을 필사적으로 정답이라 우기는 플레이어입니다. 누가봐도 지렁이인데 청룡은 너무하지 않나요? 이렇게 똥그림(...)을 가지고 정답 여부로 실랑이를 벌이는게 가장 재밌는 부분인데 금손들이 대거 난입하면 문제가 극도로 쉬워지거나, 너무 잘 그리려고 시간을 끌거나, 흙손들이 좌절(...) 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듀플릭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똥손들도 금손들을 이길 수 있는 듀플릭! 간단하게 게임을 설명한 뒤 바로 감상으로 넘어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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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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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제자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는 종이를 하나씩 준비합니다.

2. 출제자는 문제를 하나 집어듭니다.

3. 출제자는 모래시계를 뒤집자마자 카드에 있는 그림을 최대한 설명합니다.

4. 모래시계가 끝나면 모두 펜을 내려놓습니다.

5. 출제자는 주사위를 하나 굴립니다. 정답 확인히 해당 문제를 맞춘 사람을 3점을 받게 됩니다.

6. 출제자는 문제 카드 위에 빨간 투명 필름을 올려놓고 10개의 채점 기준을 하나씩 순서대로 발표합니다.

7. 플레이어들은 자기 그림을 확인하며 정답 여부를 체크합니다.

8. 한 문제당 1점을 받지만 주사위를 굴려 나왔던 번호의 문제는 3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9. 총점을 기록한 뒤 새로운 출제자를 정하여 1번부터 반복합니다.

....기본적인 규칙은 이게 끝입니다.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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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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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며 복근이 찢어지도록 웃고 싶다면 듀플릭은 꼭 해보셔야 합니다. 텔레스트레이션도 재밌게 하곤 했지만 듀플릭만큼 재밌게 한 기억은 없을 정도예요.

이 게임이 다른 그림 그리기 게임들 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재미를 주는 이유는 5개가 있습니다.

1. 인원 제한 없음

텔레스트레이션 /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 시리즈가 인원제약이 심한 반면 듀플릭은 인원 제한을 크게 타지 않습니다. 보드게임긱에는 5-6인이 최적이라고 써져있습니다만, 사람 수가 적으면 게임이 망가지거나- 하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그저 더 재미난 그림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3~4인이 해도 충분히 웃기고 재밌는 상황이 많이 연출됩니다.

2. 출제자의 설명 실력

일단 예를 하나 보고가죠.

모두가 똑같은 설명을 듣고 똑같은 시간동안 그림을 그리는데도 나오는 결과물은 이렇게 천차만별입니다 ㅋㅋㅋㅋ 출제자가 얼마나 세심하게 설명하는가 대충 설명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그림도 비슷하거나 난리가 나는 상황이 자주 나오지요. 좌상단의 그림은 그래도 좀 비슷한데, 우상단의 그림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한건지 상상조차 가질 않습니다 ㅋㅋ 심지어 어떤 사람은 구도를 잘못 잡아서 넓은 종이의 구석에다가 조그맣게 그려버리는 일도 허다하죠 ㅋㅋ

이렇게 매 라운드마다 출제자의 성향이 다르고, 출제자에 성향에 따라 사람들의 그림 결과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쉴새없이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3. 사람들의 그림 실력

아무래도 그리는 그림을 게임인만큼, 여느 그리기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못 그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미친듯이 웃게 됩니다. 위 그림은 제가 친구들과 했던건데... 누가봐도 제껀(왼쪽) 젖소 위에 올라탄 삐에로라는걸 알 수 있는 반면, 가운데 친구는 괴기 서커스(...) 를 그렸고, 오른쪽 친구는 봉신연의(?)를 그렸죠 ㅋㅋㅋㅋ 물론 셋 다 "누가봐도 내껀 젖소다"라고 우기니 더욱 웃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처럼 괜찮게 그리는 사람들(?)이 많으면 이 게임은 재미가 크게 떨어졌을테죠. 그러나 듀플릭은 다릅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4번, 5번 때문에 저 같은 노잼 금손(...) 사람들조차 하나의 새로운 웃음포인트로 변하게 됩니다.

4. 예측할 수 없는 황당한 채점 기준

문제마다 다른 10개의 채점기준은 정말 한치도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스포일은 하고 싶지 않으니 창작해서 예를 들자면... <해가 달보다 높은가> / <거꾸로 나는 새가 있는가> / <새의 부리가 구부러졌는가> / <연못에 잉어가 있는가> / <왼팔이 오른팔보다 높은가> / <옷을 바지 속에 넣었는가> / <양말에 구멍이 뚫려있는가> 등등... 안그래도 서로가 그린 똥그림 때문에 울다 못해 지쳐있는데, 거기에 채점까지 더해져 점수를 기록하는 내내 "이게 뭐야!!! 이게 왜 채점기준이야!!! " 하고 또 한번 터지게 됩니다.

5. 실력과 상관없는 점수

듀플릭이 다른 그리기 게임보다 훨씬 재밌는 이유는 승자가 누군지 도저히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위 예시를 다시 한번 볼까요? 누가봐도 세 그림 중 가장 왼쪽에 있는 제 그림이 잘 그렸죠? 최소한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해당 라운드는 우측의 봉신연의(...)가 채점 조건을 거의 충족하며 1등, 가운데 괴기 서커스가 그 다음으로 많은 조건을 충족하며 2등, 원래 그림과 가장 비슷하게 느낌으로 제 그림이 절반 조금 넘게 맞추며 3등을 했습니다.

이렇게 점수가 발표되면 서로 또 한번 난리가 납니다. 서로 그림을 보며 "이런 똥그림이 내꺼보다 잘했다는게 말이 돼?" / "야 인간적으로 너는 이 점수를 받으면 안돼. 양심에 손을 얹고 니 그림을 봐라!!!" 하고 뒤집어지죠.

이렇게 저 같은 은손/금손들이 똥손들의 그림 앞에 허무하게 쓰러지며 억울해하는 보기 드문 모습이 나옵니다. 위풍당당한 똥손들은 "자, 다음 문제로 갈까? 내 예술 혼이 불타오르는군." 하며 뿌듯해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보게 되죠. 제 아무리 날고 기는 그림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점수가 되는 포인트를 그려내지 못하면 유치원생급 그림에도 완패하는게 바로 듀플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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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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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르신 분들이라면 듀플릭의 단점을 바로 눈치채셨겠죠? 바로 소모성입니다. 대체로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소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1. 문제

2. 그림 그리는 시트

예요.

그러나 둘 다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소모성 그림부터 설명하자면, 저 두툼한 그림 카드가 모두 양면입니다. 얼추봐도 게임 값을 뽑을 정도로 재밌게 할 분량은 충분히 되지요. 게다가 매일 고정멤버와 하는거라면 모를까, 멤버가 자주 바뀌는 모임이라면 리플레이성은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설령 누군가 문제를 모두 외웠다고 하더라도 출제자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더 즐길 수 있으니 즐기기 나름입니다. 물론 플레이어로써 참가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리플레이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시트의 경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이면지를 가져다 해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트엔 그림 그리는 공간과 점수를 기록하는 공간 빼곤 별 특별한게 없거든요. 시트지 부족에 대한 걱정은 전혀 안하셔도 되겠습니다.

참, 언어의 문제가 있긴 한데... 기본적인 독해 실력이 있는 사람 한명만 있으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약간 찬물을 끼얹는것 같지만... 저는 텔레스트레이션보다 오히려 듀플릭 쪽이 더욱 한글화가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재미로 볼 때 듀플릭이 더 즐거웠거든요. (뭐... 시장성만 본다면 텔레스트레이션쪽이 더 아이들/가족들에게 먹히겠지만요)

텔레스트레이션과 듀플릭을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인원제약도 / 세팅의 번거로움도 / 진행의 번거로움 / 채점의 귀찮음도 듀플릭보다 텔레스트레이션이 심합니다. 게다가 텔레스트레이션에선 너무 쉬운 문제가 출제되면 모두가 맞춰버리는 기운 빠지는(?) 일이 생기곤 하지만 듀플릭은 전혀 그런게 없었어요. 매 라운드가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했으며, 말도 안되는 채점 기준을 들을 때마다 "아싸! 맞췄다!" / "이게 뭐야ㅋㅋㅋㅋ 그게 왜 채점기준인데 ㅋㅋㅋㅋ" 하고 매번 희노애락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텔레스트레이션보다 듀플릭 쪽이 출제자 & 플레이어 모두에게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만약 남녀노소 모두 함께 그림그리기 게임을 한다면 저는 듀플릭을 먼저 고르겠습니다.

그림 그리기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 듀플릭을 꼭 해보세요. 듀플릭에선 당신의 똥손이 금손들을 밟을 수 있답니다 >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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