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지나가버린 시대에 대한 아쉬움

Peton[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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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15 오전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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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그닥 열심히 보지 않았는데 요새 들어서 데굴데굴 스튜디오를 쭉 보게됐습니다. 볼수록 제가 가이오트님이랑 취향이 비슷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보드게임 1세대였고, 다만 당시 저는 아주 어린 학생이었기때문에 본격적으로 게임을 구매하지 못했었어요. 해본 게임은 굉장히 한정 돼 있었고, 이 게임 저 게임 규칙서 읽는 게 취미였어요. 먼 옛날 있었던 보드게임 쇼핑몰인 루비콘에서 얻었던 규칙서도 아직 파일이 몇 개 있을 거 같네요. 옛날에는 이런 책도 있었습니다.

보드게임 한 판 어때? 라고 이런 저런 게임들 소개해주는 책인데요,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그랬었죠. 원하는 게임은 쌓여만 갔었고, 살 돈은 없었기에 핸드메이드도 많이 했고, 있는 게임은 주구장창 돌아가는 그런 취미생활이었습니다. 지금도 약간 옛 습관이 남아서, 돌아가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은 이상한 것이고, 게임은 망가질 때까지 계속 해야 잘 즐긴 것이다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래서 다른 곳에서 만난 보드게이머 지인이 미리 사두고 나중에 할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린다는 말을 이해를 못했는데, 요즘은 이해가 좀 될 것도 같네요.

제가 생각하는 보드게임의 적통은 '강한 상호작용, 운의 존재, 운에 따른 이득과 손실을 적절히 분배 하기위한 머리쓰기'입니다. 황혼의 투쟁이 아주 적절하지요. 직접적인 주사위 운이나 카드 운 없어도 사람이 많아서 도저히 계산이 불가능할 경우, 계획1안과 2안을 두루두루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운 요소를 도입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고 생각해요. 파워그리드나, 어려운 게임으론 18xx시리즈 같은 거죠.

그런데 데굴데굴 스튜디오 영상에서 종종 이야기하는 말이 있죠, 현대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춰 게임이 변하고 있다. 저는 가이오트 님처럼 강한 상호작용을 좋아하지만 세상은 점점 상호작용을 없애고만 있네요.

나 이제 돈이 있는데도 왜 내가 원하는 게임을 주지를 않니! 어릴 때 봤던 그 쇼핑몰의 게임 목록이 영원히 있을 줄 알았어요. 요 며칠 쇼핑몰들을 두루두루 돌아다녀봤지만, 제가 원하는 게임들은 찾기가 힘들더군요. 풍요속의 빈곤을 느낍니다. 아아, 옛날이여. 내가 너를 쳐부쉈다! 너의 돈줄을 다 끊어버렸다! 하던 그런 게임들은 다 어디 갔나요. 어릴 때는 친구들이 맘 상했지만 이제는 그런 거로 맘 상하지도 않게 됐는데... 여태까지 살아남은 증기의 시대, 파워그리드 등에 정말 칭찬을 해주고 싶네요. 앞에 언급한 지인의 말처럼, 그때 내가 구해서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면,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ㅎㅎㅎ 경영 게임 좋아하는데, 포인트 샐러드 말고 묵직하게 좁은 길을 서로 막 부딪혀가며 나아가는 게임 좀 사고 싶네요. 푸드 체인 거물이 이 분야의 마지막 보루 같기도 한데 구해볼까 말까 고민하면서 적어본 글이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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