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번거로움

Epic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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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12 오후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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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사를 많이 해보지 않았고 마카오, 글로리 투 롬, 먼치킨 등 여타 싫어하는 게임도 굉장히 많은 사람의 리뷰이므로 적당히 걸러 보시길 권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리뷰라기보단 생각가는대로 막 썼는데, 분량이 간단 후기보단 많은 것 같아 리뷰로 적습니다.

글 중간중간 새는 곳이 많습니다. 룰 설명이 없습니다. 편의상 사진은 없고, 구어체로 적습니다.

2015 에센 페어플레이 차트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뭄바사. 아일 오브 스카이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했던 터라, 어지간히 괜찮은 작품이랴 싶었다.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식민 게임이므로 반대한다- 는 글도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나올만한 게임이 얼마나 있겠냐 싶었던 것도 있고, 사실 해당 논란이 크지 않았던 것도 있고.

첫 플레이는 기대 이하를 넘어, 돈 낭비 수준이었다. 게임은 한없이 정적이었다. 정적이라는 말은, 수싸움이 격렬하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 게임을 하는 내내 긴장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자세한 것은 뒤에 서술하기로 하고, 같이 하는 친구들의 성향 탓인가 싶어 모임에 들고 갔다.

두 번째 플레이 때, 이 게임이 꽤나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잘 짜여진 액션, 적당한 선점 요소, 회사끼리의 견제로 인한 인터액션, 덱빌딩 요소..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흔히 보이는 모습인 익숙한 메커니즘의 결합이라고 할까. 사실 그런 게임을 싫어하지 않는다. 아그리콜라 이후로 한 아를도 재미있었고, 수많은 일꾼 놓기 게임들도 재미있게 했으며, 펠트의 게임도 일부를 제외하곤 괜찮은 편이다. 특히 노틀담, 트라야누스는.

그 좋은 느낌은 세 번째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네 번째부터 조금 회의감이 들었다가, 5번의 플레이가 끝나고 이 게임을 판매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난 게임을 애지중지하는 편은 아니다. 정말 별로거나, 괜찮더라도 좀 안 끌린다, 안 돌아간다 싶으면 곧잘 판다.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시작한지 5년이 넘었지만, 소장 작품은 30개가 채 안 된다. 그렇다고 내가 게임을 막 파는 것은 아니다. 취향이 확고해서, 정말 괜찮고 마음에 드는 게임은 끝까지 가지고 가는 편이다. 메이지 나이트는 돌아가지 못 한 채 1년이 넘어가다 얼마 전 다시 빛을 보았고, 황혼의 투쟁은 회사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매력 때문에 포기 못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돌아가지 못 한 채 썩고 있는 칸반, 코드네임, 아를 등..

뭄바사를 판 것은, 확실하게 전자의 의미였다. 난 이 게임이 별로였고, 정말 하고 싶지 않았고, 그 마음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옛날 먼치킨을 할 때, 마카오에서 할 때 느꼈던 그 기분. 보드게임을 하면서 앉아있는데, 재미가 없이 의무감으로 앉아있는 그 기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 게임은 그렇게 졸작은 아니다. 지론 중 하나인, "긱 순위가 낮은 게임은 이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긱 순위가 높은 게임은 이유가 있다" 에 정확히 부합한다. 잘 짜여진 액션과, 괜찮은 밸런스, 덱 빌딩 요소, 그럭저럭 괜찮은 아트워크.. 오히려 이 게임을 미워하기가 더 힘들만한, 예쁘장한 생김새다. 그 이유는 번거로움이었다.

난 세팅이 많은 게임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갤러리스트와 칸반은 이미 방출된지 오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위성을 느끼지 못 하는 번거로움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후술하겠지만 테마성 하고는 다른 얘기이다.) 이 게임은 정말 귀찮다. 매 번 책을 준비하고, 리필하고, 라운드 시작 시 돈을 준비하고, 카드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이 모든 요소에서, 난 긴장감을 느끼지 못 했다.

긴장감에 대해서 말해보자.

아그리콜라를 할 때 난 상대 플레이어에 집중하게 된다.

상대방이 이번에 4양을 가져갈까? 그렇다면 직업을 가져가야하나? 근데 앞 두 사람이 다 하면 어떡하지?

황혼의 투쟁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동 점수 헤드라인으로 내면 0점으로 퉁 칠 수 있을 거 같은데, 미리 터뜨려버릴까?

케네디 암살 좀 늦게 쓰면 데프콘 자살 될거 같은데 어떡하지? 상대방 손 패에 문화 대혁명 있으면 끝나는데?

푸에르토리코, 짐바브웨, 갤러리스트, 칸반, 아를, 메이지 나이트.. 내가 좋아하는, 가지고 있는 게임 (전략) 들은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시시각각 바뀌어가는 상황에 내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후 나는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지, 즐거운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이 부분에 대한 개념은 인터액션하고는 약간 다르다. 메이지 나이트나 아를은 가끔 1인플을 하는데, 그 때마다 나는 상대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한다. 어떤 수가 최선의 수일지, 어떻게 해야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을지. 뭄바사도 나를 긴장시킨다. 카드를 공개하기 전까지.

뭄바사에 가장 실망하게 된 계기는, 실질적으로 긴장하게 되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카드를 공개하고 나면, 어느 플레이어가 어디에 들어갈지 훤히 보인다. 저 사람은 커피가 제일 많으니 그 보너스 받을테고, 난 바나나 제일 많으니 이 보너스 받는다. 탐험 있는 사람은 저 사람 밖에 없으니 저 보너스 받으려나. 아그리콜라로 말하면 이번 라운드 저 사람은 무조건 양을 받을 것이고, 난 화로도 우리도 없으니 양 칸은 들어갈 필요가 없다. 대신 나만 방이 있으니 가족을 늘릴 것이고, 뭐 남은 말은 서로 이것저것 하겠지 뭐. 이런 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보너스 액션 말고, 다른 액션은 긴장감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한 사람이 독점하면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독점하게 안 놔두면 치고 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거기서 거기다. 책은 가져가면 그런갑다 싶다. 내가 원했던 책이 아니라도, 다른 책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적당히 필요한거 있으면 가져오면 된다. 땅을 늘리는 것이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인데.. 그것도 너무 번거로웠다.

그렇다면, 왜 뭄바사는 나에게 그런 긴장감을 주지 못 했을까. 바꿔말해서 게임의 준비가 번거롭게만 느껴졌을까.

주식에서 상대방이 올라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카드를 공개하는 순간 누가 해당 요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지 결정되므로, 상대방이 그걸 내주지 않는 한 내가 사용할 방법은 없다. 상대방이 상품 카드로 주식을 올린다면, 그것 또한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올리고 있는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탐험을 강요하고, 탐험 Most는 특정 회사이므로 그 회사를 늘리는 것이 이득이다. 아니면 탐험 Most 보너스만 받고 다른 회사를 올리던가인데.. 둘이서 같이 탐험을 달리지 않는 이상 전자가 이득인 것은 당연하니까 굳이 후자를 택할 이유가 없다. (주식 수 * 가치 수 이므로, 어정쩡하게 가는 것보다 한 회사에 올인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 견제가 오지 않는 한에야.)

그렇다면 다이아몬드? 긴장감은 카드를 얻냐, 마냐 까지이다. 카드가 비등하게 분배된다면 나름 긴장감이 형성될 것이고, 아니라면 자기 살 깎으면서 서로 피 보자는 얘기인데,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이득이 너무 미미하다. 다이아몬드 상인이 없으면서 보너스를 가져가봤자.. 뭄바사는 그렇게 여유로운 게임이 아니라서, 일단 내 것부터 챙겨야한다.

그렇다면 책? 분명히 책 선점하면 이득이 된다. 하지만 머리 아프게 계속 고민해서 책 가는 것보다, 편한 대체제 (다이아몬드)도 있고, 굳이 올인할 필요 없이 그 때 그 때 필요한거 있을 때 준비하는 것이 낫다.

반대로 말해서, 그렇게 말하면 못 깔 게임이 뭐냐고 말할 수도 있다. 아그리콜라는 뻔한 가족 늘리기 게임이고, 황투는 항상 똑같은 카드로만 게임하고, 케일러스는 달라질 것도 없는 일꾼 놓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그리콜라에선 누가 언제 어떻게 방을 늘릴 준비를 하는지 보여주고, 황투에선 누가 어디에 어떤 배치를 하는지 보여주며, 케일러스는 누가 얼마나 자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총애를 올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 플레이이어까지 내가 고려해야하지만, 뭄바사는 보이면서도 막을 수가 없었다. 엄밀히 말해서, 막는 것보다 내 할 일 하는게 이득이었다. 그리고 내 할 일 하는 것조차도, 라운드 시작 때 세팅하면 끝이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게임을 팔아야겠다고 결심 했다.

이 대목에서 노틀담이 나온다. 난 뭄바사와 비슷한 게임으로 노틀담을 꼽고 싶은데, 남아있는 덱을 유추할 수 있고, 정보도 거의 공개되어있으며, 상대가 무엇을 노리는지도 잘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틀담은 상대의 플레이를 어느 선까지 한정시킬 수도 있고, 내 플레이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또한 노틀담은 세팅이 훨씬 더 간편하기 때문에, 그런 지루함을 느낄 시간이 거의 없다. 뭄바사의 2시간이, 노틀담의 40분에 압축되어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뭄바사에서 다른 규칙은 다 그렇다 치고 최다 소지자만 해당 보너스 선택 가능 (바나나 5인 사람과 2인 사람이 있다면 5인 사람만 선택 가능) 이란 룰을 소지자만 해당 보너스 선택 가능으로 바꾸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렇다면 자신의 큰 이득을 택할 것인지, 상대방의 큰 손해를 택할 것인지, 올인할 것인지 밸런스를 지향할 것인지.. 이런 여러 고민을 가질 수 있었을테고, 카드 공개 이후에도 끊임없는 긴장감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이 게임을 하고 싶진 않고.. 정규 룰로만 보았을 때 다른 게임보다 이 게임을 하고 싶다면, 카드 공개하기까지 고민하는 순간이 월등히 재밌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뭄바사는 이런 단점들을 덮을만큼 재미있다기보다, 그럭저럭 할만한 게임이다. 시간은 없고, 할 게임은 많다. 그럭저럭 할만한 게임을 하기에는, 재미있는 게임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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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글 정리 안 하고 쓰니 빼먹은 부분도 있고, 좀 어색한 부분도 많네요.. 후자는 너무 많아서 수정하기 힘들고, 빼먹은 부분만 재보충해서 수정합니다. 미리 읽으신 분들과 정리 안 된 글 읽느라 고생하셨을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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