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을 감아 본박스에 넣는 나만의 방법
안녕하세요. 몇 년간 눈팅만 하다가 드디어 첫 글을 쓰게 되네요.
사실 예전부터 구상했던 글이 하나 있었는데 쓸까말까 망설이다 시간이 너무 흘러 버렸고, 이렇게 다른 얘기를 먼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용이 짧기도 하고 그나마 최근에 구매한 게임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물론 이것도 석달이 되어가네요..ㅜㅜ)
우선 저는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주저리주저리 떠벌리는 걸 좋아하고, 주인공은 나중에 등장하는 법이므로
바쁘시거나 제목에서 말한 그 방법에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쭉 내려가서 마지막 네다섯 문단만 읽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목에서 "나만의 방법"이라고 했지만 이미 다른 누군가가 소개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저는 보드게임 관련된 거의 모든 사항을 보라를 통해 접하고요, 다른 사이트나 블로그 및 동영상(보라 내에서도 동영상 게시물은 전혀 안 봅니다) 등을 거의 찾아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20년도 1월부터 게임 구매를 자제하게 됐습니다. 실제 플레이 횟수도 많지 않고 노플 게임도 쌓여 가는데 보유한 게임이 세자리가 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당장 할 수 있으면서 오래 소장할만한 게임만 구매하기로 새해 결심을 하게 된 거죠.
여기서 당장 할 수 있는 게임이란 가까이 살고 있는 조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느냐로 판단합니다.
아무튼 그 당시 발매 예정된 한글판 중 필구 게임은 딱 2개뿐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작년 여름에 구매했고요 마침내 "필름을 감아"가 올해 초에 출시되었죠.
생각보다 파티파티하지 않다는 후기와 플텍을 씌우면 박스에 안 들어간다는 얘기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구매했고 역시나 플텍 후가 문제더군요.
이전에도 그런 게임은 있었습니다. 컬러레또, 젝스님트, 레이지, 더마인드는 박스가 너무 납작해서 플텍을 하면 도저히 수납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덱박스를 사서 넣었죠.
요즘 같으면 투명카드케이스를 사용하겠지만, 그 당시 저 3천원이나 하는 덱박스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깝네요.
대신 남겨진 빈박스들은 다른 곳에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반지대결에서 캐릭터 말을 보관하고 있죠. 적당히 괜찮습니다.
석기시대에도 2개 사용 중입니다. 이전에는 180ml 다이소 반찬통을 사용했는데, 건물타일을 넣으면 뚜껑이 안 닫히지만 반찬통을 박스 안에 눕혀 넣으면 쏟아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식량토큰을 담은 통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정도였죠. 그래서 널찍하고 납작한 통을 찾다보니 위에서 쓸모없던 빈박스가 떠올랐습니다.
식량타일을 여유 있게 담을 수 있고, 건물 타일이 딱 들어맞는 게 너무 맘에 들더군요.
건물 타일 박스를 반으로 잘라 한쪽 옆면에 테이프를 붙여주니 스르륵 펼쳐서 바로 게임판 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된 거죠. 요 부분이 재미나서 빈박스로 바꾼 채로 아직까지 사용 중이네요.
박스에 넣을 때도 꼭 맞게 들어갑니다. 다만 반으로 잘랐기 때문에 꺼낼 때 쏟아질 위험이 있죠. 그래서 반드시 뒤집어서 넣어줍니다.
박스 크기가 같지만 하나비의 경우 카드 개수가 적어서 충분히 수납 가능합니다.
스컬킹(영판)과 몰타르의문(독어판)의 경우는 박스 높이가 충분해서 역시 수납이 되더군요.
그 외에 박스가 너무 작은 모이터러와 박스가 너무 큰 슈퍼라이노는 아예 두꺼운 종이로 만들었네요.
어쨌든 이제는 그 유명한 투명카드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직접 만들 일도 없고 3천원씩이나 하는 덱박스를 살 일도 없게 되었죠.
너덜너덜해진 슈퍼라이노 박스를 이참에 투명카드케이스(6590)로 바꿔봅니다.
------------ (중간 내용을 건너뛰신 분은 여기부터 보시면 됩니다.) ------------
드디어 주인공 필름을감아 얘기로 돌아갑니다.
저는 팝콘블랙라벨 5687을 사용했고 박스의 폭이 진짜 2~3mm 정도 모자라더군요.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처럼 플텍 후 두꺼워져서 도저히 수납이 안 되는 게임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필름을감아는 박스 높이가 충분합니다.
기존 일본판의 경우도 수납이 가능하다고 하니 더더욱 아쉽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카드케이스에 넣어야겠지요. 하지만 표지가 꽤나 예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 방법을 찾아봅니다.
우선 수납 가능한 플텍이 있다는 글을 보았는데요, 저는 그 플텍을 따로 구매하기는 좀 번거로워서 플텍보다는 박스를 조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고 박스를 고쳐 사용하는 분들이 꽤 있을텐데 보라에 올리신 분이 없는 것 같아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첫 시도는 아랫박스의 위쪽 옆면을 뜯어 조금 넓히고 윗박스의 아래쪽 옆면을 뜯어 조금 넓혀 보기로 합니다.
어차피 사용 못하는 박스이기에 망치면 그냥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아랫박스의 위쪽 옆면의 표지(푸른색)가 안쪽까지 붙어있는데요, 끝부분을 조심스레 떼어 바깥쪽 옆면까지 벗깁니다.
그다음 좌우 옆면에서 이어진 표지도 떼어내고요. 물론 원형 그대로 깔끔하게 떨어지지는 않고 좀 지저분하지만 괜찮습니다.
겉옷이 벗겨진 위쪽 옆면은 이제 좌우 옆면과 분리되면서 당연히 바닥 쪽에만 붙어있게 되죠.
여기서 바닥의 접힌 부분이 거의 뜯어지기 직전 상태이기 때문에 테이프로 바닥을 보강한 후에 2~3mm(?) 정도 바깥 부분을 접어줍니다.
저는 칼집을 살짝 내고 손톱으로 꾹꾹 눌렀습니다. 너무 여유를 주지 말고 카드를 직접 넣어보면서 아주 쬐끔만 늘려주세요.
왜냐하면 최소한으로 넓힌 상태에서 뚜껑을 그냥 닫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윗박스에 흠집을 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아까 살짝 떼어낸 좌우 옆면의 표지 부분을 가위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딱풀로 붙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위쪽 옆면 표지를 딱풀로 붙여줍니다.
약간(?)의 흔적이 남지만 뭐 이 정도는 감수합니다. 윗박스를 덮으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히 카드 모서리가 눌리지 않고 잘 들어가네요. 아래 박스만 넓혔기 때문에 윗박스에 꽉 낍니다.
공중에 든 채로 살짝 털어주면 열리긴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윗박스를 덮기 전에 종이로 띠를 하나 둘러 두면 쉽게 열 수 있지요.
이렇게 무작정 시작한 작업은 대성공이었는데, 이 글을 처음 구상했을 당시 뒤늦게 몰타 박스와 비교해 보니 크기가 얼추 비슷하더군요.
필름을감아 카드가 몰타의 박스에 들어가는 걸 보니 필름을감아의 아랫박스가 미세하게 작았던 건 확실한 듯합니다.
플텍 씌운 카드를 비교해 보니 몰타의 플텍이 약간 작아 보입니다. 찾아보니 팝콘에서 산 200매짜리 5788이더군요. 그 플텍에 필름 카드를 넣어봅니다. 들어갑니다.
아~ 어쩌면 이 플텍을 사용했더라면 기존 박스에도 들어갔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다행히도 제 박스는 이미 훼손되었기 때문에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분의 5788 플텍이 있어 넣어보니 카드가 아예 안 들어갑니다. 역시 다행이네요.
결론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플텍을 바꾸려하지 말고 박스를 넓히자는 겁니다.
좀 뻘짓 같아 보이지만 속는 셈치고 한 번 해보시죠. 아주 간단한 작업으로 생각보다 꽤 큰 만족감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깔끔하고 획기적인 방법을 기대하셨던 분들은 실망하셨을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별 쓰잘데기 없는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