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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인 고정팟 결성기

2,561 조회

2022.02.21 12:22

어느 날 친구가 초등 5학년인 큰아들을 데리고 집에 놀러왔습니다.

아이가 집에 있는 보드게임에 관심을 가지는데, 아이가 할만한 게임이 없더군요.

코보게 사은품으로 받은 [마니토바]가 그나마 쉬워서 아이에게 보여줬는데 하고싶어해서

아이와 저, 둘이서 게임을 하는데 아이가 곧잘 따라옵니다.

그리고 한 달 여 후, 이번엔 초등 1학년인 둘째딸까지 데리고 집에 놀러왔습니다.

큰 아이가 요즘 반지의 제왕을 본다면서 [반지전쟁]에 관심을 보이고,

문명6를 한다면서 [쓰루 디 에이지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놓은 [스페이스 크루]가 있어서

두 아이를 데리고 임무는 제외하고 트릭테이킹만 가르쳐 보았습니다.

1학년인 둘째까지 아주 재미있어 하며 잘 놀더군요.

딩크인 저와 남편, 친구인 애들아빠와 5학년 큰아들, 1학년 작은딸,

이렇게 다섯명이 스페이스 크루를 가지고 임무는 제외하고 트릭테이킹만 하였습니다.

대박이었습니다.

딸아이가 로켓3을 들고 희희낙낙하며 냈는데, 애아빠가 로켓4를 내자 우왕 울음을 터뜨립니다.

울자마자 웃으면서 "너무 재밌어!" 하는 겁니다. ㅎㅎㅎㅎㅎ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서 해보라고 [마니토바]를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친구가 보드게임을 사고싶다면서 추천해 달라는데,

해보진 않았지만 순위도 높고 평도 좋은 [돌팔이 약장수]를 추천해주었는데,

친구집에서 성공적으로 재밌게 플레이 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생각이 드는 겁니다.

큰 아이만 괜찮다면 [팬데믹 레거시 시즌 1]을 고정 4인 팟으로 해볼 수 있겠다!

친구도 아주 좋다하여 바로 저, 남편, 친구, 큰아들 고정 4인 팟 결성!

룰루랄라 게임을 새로 사고 준비를 하고 친구를 기다리는데 친구가 둘째딸까지 같이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딸더러 "OO와 아빠는 한팀." 이러면서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딸이 자기 혼자도 할 수 있다고 아빠랑 한팀 싫다고 합니다.

일단 제 남편이 빠지고 넷이 팬데믹 기본룰로 연습게임을 해보았습니다.

팬데믹 룰이 어렵지는 않고 협력게임이다보니 아이들이 곧잘 따라왔습니다.

큰 아이는 나서서 이렇게 저렇게 작전도 지시하고 재미있게 연습게임을 잘 했는데...

막상 게임이 끝나니 큰 아이가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합니다.

바이러스 확산 되는게 너무 무섭다고 하네요.

친구 말이 큰 아이가 감정이입도 잘하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고생하는 거 못 보겠다고 20분만에 나온적도 있다고 합니다.

팬레를 해본 입장에서 둘째 아이 데리고 하기엔 어려운 개념도 있는 것 같고,

큰 아이는 무섭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여기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팬데믹을 마치고 아이들이 가져온 [돌팔이 약장수]를 돌려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애아빠가 소위 게임은행장으로 빠지고, 남편 소환해서 저, 남편, 아이 둘이 게임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아는 게임이다보니 서로 설명하느라고 정신없이 유쾌하게 게임을 즐겼습니다.

이 게임은 이기는 것 보다 솥이 폭발하는 걸 보는 재미로 하는 게임이더군요.

그 후 [스페이스 크루]를 임무를 넣어서 해볼까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방에서 [아카디아 퀘스트]를 들고 나옵니다.

남편은 싫어하지만 저는 판타지를 좋아해서 혹시나하고 사놓았는데, 그게 아이들 맘에 들었나봅니다.

둘째한테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둘째아이가 캐릭터 특성을 살려서 정말 잘하는 겁니다.

너무 재밌다며 중간 업그레이드까지 하고 한 판을 연달아 더 했습니다.

그렇게 둘째아이까지 합류해서 5인팟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2주 후, 5명이 다시 모였습니다.

지난 번에 한 아카디아 퀘스트는 연습게임으로 하고 본격적으로 캠페인 시트까지 작성하며 다른 시나리오로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이제 매 번 모일 때마다 아카디아 퀘스트는 고정으로 한 시나리오씩 캠페인 끝날 때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두번째로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준비했습니다.

검색하고 찾은 보람이 느껴지는 플레이였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게 잘 합니다.

장애물 타일 얻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동굴타일 얻는 것도 좋아하고,

거의 뒤쳐지지도 않고 정말 레이싱하듯이 모두 비슷하게 들어왔습니다.

게임이 짧지도 길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이 "한 판 더!" 하자고 하는 게 완전 성공이었습니다.

연속해서 2판을 하고나서 이제서야 [스페이스 크루]를 본격적으로 해볼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는 찰나,

둘째아이가 팬데믹이 하고싶다고 합니다.

"뭐? 뭐라구?!!!"

큰 아이는 여전히 무섭다하고, 작은 아이는 팬데믹 하고 싶다고 하고,

그래서 큰 아이는 만화책을 보기로 하고, 쉬고 있던 남편 소환.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첫째 대신 둘째가 낀 팬데믹 레거시가 시작되었습니다.

"실패해도 되니까 OO가 하고 싶은대로 해~" 라면서 아이에게 맞춰주면서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해본 입장에서 성공하면 기분은 좋은데, 뭔가 심심한 느낌이고,

실패할 때가 더 정신없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서, 아이가 성패 상관없이 최대한 즐길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첫 판을 아슬아슬하게 한 턴 차이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느꼈을지에 굉장히 신경이 쓰였는데, 재밌다면서 한판을 더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애아빠가 본격적으로 게임에 몰입합니다.

실패를 했으니 두번째는 성공을 하고 싶어하죠. ^^

점점 몰입하며 작전을 짜는 애 아빠와, 게임을 하면서 곧 빠질 치아를 연신 흔들고 있는 둘째 아이,

게임하고 있는 우리들 옆에서 만화책을 보면서 계속 키득키득거리는 첫 아이의 웃음 소리.

뭔가 정신사나우면서도 왁자지껄 엄청 재미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결국 드라마틱하게 확산은 일어나고 두번째 게임도 실패!

그와 함께 둘째 아이의 치아도 빠졌습니다!

아이들이 간 후,

재밌었던 엘도라도의 확장판과 기습특가라는 [포가튼 워터스]를 기습구매!

남편이 안 놀아줘서 못하는 [광기의 저택] 대신

세일하는 [크툴루: 죽음마저 죽으리니] 본판과 [미니빌 레거시]까지 질러놓고

다음 게임 할 날을 기다립니다.

크죽죽은 둘째한테 컨펌 받긴 했는데, 아이들이랑 해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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