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이야기 육아이야기 개발이야기 이것저것..
안녕하세요 조이헌터입니다.
보드라이프에 올라오는 글은 종종 읽고 댓글도 달고 했는데,
제가 올렸던 게시글은 2020년이 마지막 날짜였습니다... 1년이 어디로 간 걸까요? ㅎㅎ
활동을 너무 안한 거 같아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긁어모아 손가락을 놀려봅니다.
저는 했던 게임을 또 하는 것 보다는 새로운 게임에서 주는 설레임과 놀라움 느끼는 걸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작년과 올초에는 (모임도 없고 구매도 줄어서) 같은 게임을 여러 번 하게 되었는데요. 해봤던 게임을 다시 하면서 오히려 더 큰 놀라움과 전율을 느끼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1) 게임 이야기 I :
‘피규어 끝내주는 영향력 싸움게임’으로 생각하고 구매했던 블러드 레이지는
예전에 했을 때, 아,,, 이건 전투에서 이기는 것 보다 죽는 게 더 좋은 ‘발할라 테마의 파티게임’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해보니 구사 가능한 전략이 더 다양하게 보였고 생각보다 영역 싸움의 깊이가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 외에 아내와 둘이서 했던 아그리콜라, 버건디의성, 던전팻츠,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같은 게임도 왜 아직까지도 인기가 있는지 알겠고 하면 할수록 먼가.. 현대 미술 작품들 옆에 걸린 밀레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타워즈 미니어쳐 게임도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진행이 빠르고 재미있었습니다.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플레이 하는 방식이 보드게임에서 느낄 수 없던 재미요소였어요.
다양한 기체를 다루며 대규모 전투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과는 방방곡곡, 닥터패닉, 5분마블 등 여러 게임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했던 게임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따로 글을 써볼 예정입니다.
이날, 여행 테마 게임인 방방곡곡을 한 후에 진짜로 짐을 싸야하는 갯패킹도 했습니다.
여권 챙기랴 짐싸랴 아~주 난장판으로 즐겼네요.
하트 오브 크라운은 기본 셋팅으로만 많이 했었는데 좀 더 어려운 카드들로 해보니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진짜 이 게임도 감탄하면서 하게 되었어요. 왜 카드들로 여러 시너지가 나오고 상호 작용이 발생하는 게임들이 재미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카드 하나하나를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게 힘든 일이겠구나 싶었습니다.
(2) 육아 이야기 :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건 육아하는 일이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합니다.
재작년 제 글에 등장했던 아이가 커서 올해 네 살이 되었어요.
이제 상어 아일랜드, 톡톡 우드맨 같은 게임은 혼자 조립하고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사람들은 다 구조해주고 상어가 지나가는 걸 구경하고 있네요.
'아기상어 뚜루룹 뚜룹~' 이런 노래가락을 아시나요? 육아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를 리 없는 노래인데요 ㅎㅎ 이 아이도 그 노래를 많이 들어서인지 상어가 친밀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치카치카를 해주고 있어요!
이때는 정말 귀여웠는데 요즘은 이런 말을 하고 싶더라고요. '제발 너나 닦어 주세요'
해적에게 살 집과 주차장도 만들어 줍니다.
알게 모르게 집에 있던 보드게임은 좋은 장난감이 되어 주더라고요. 보시는 건 티켓 투 라이드 열차입니다.
그런데 진짜 규칙으로 보드게임을 하는 건 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아에 유아용 보드게임을 사주기도 했어요.
빨리 커서 저의 보드게임 메이트가 되길 바라봅니다.
(3) 게임 이야기 II :
최근 자주 꺼내게 되는 게임 두개를 뽑자면 그중 하나는 '코덱스'입니다.
저는 '예쓰'(예쁜 쓰레기)를 안 좋아해서 예쓰 촉이 오면 아에 구매 욕구를 닫아버리는데 코덱스에서 필이 딱 왔었습니다. 그래서 구매를 안했던 건데..
평이 좋아서 직접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보드게임 머글’ 손님 오시면 꺼내기 딱 좋습니다.
일단, 예뻐요. 그리고 게임이 짧아요. 그런데 재미있어요.
스플랜더를 대체 할 순 없지만, 대신 꺼낼 수 있는 게임은 여럿 있는데요. 코덱스가 그 리스트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게임 중 대화 없어지고 일러스트 안보 게 되는 건 스플랜더랑 똑같더라고요 ㅎㅎ
자주 꺼내게 되는 두 번째 게임은 '흔들어봐! 헬프요정' 입니다. '버스 노선을 만들자' 만큼 이게 게임 이름이라는 것에 어처구니 없음을 느끼는데요.
때로은 이런 이름이 더 매력적이지 않나요..? 아무튼, 흔들어봐 헬프요정은 이름만큼이나 플레이 방식에도 색다른 재미가 있는데요. 여러분은 '덱스터리티 푸쉬유어 럭' 으로 돈을 벌게 됩니다.
덱스터리티 푸쉬유어 럭이 뭐냐면.... 너의 운을 믿어봐!가 아니라 너의 피지컬 실력을 믿어봐! 인거죠...
컵에 담긴 15개의 요정 말을 한 번의 손목 스냅으로 “딸깍”하고 쏟아내야 하는데요. (스르륵 하시면 안 되고요. 반드시 “딸깍”입니다.) 쏟아져 나온 요정 말의 개수에 따라 나의 행동이 결정 됩니다.
“딸깍”에 따라 나의 일꾼이 일터로 보내 질수도 있고 아니면 소란 죄로 벌금을 내야할 수도 있어요.
정확히 14개의 요정 말이 나오면 그동안 모였던 벌금을 다 가져갈 수 있지만 15개가 다 쏟아져 나오면 오히려 벌금을 내셔야 합니다. 벌금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벌금은 더 빨리 쌓여가지요.
이 게임을 한 줄로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네요. "이것이 파티게임이고 이것이 센세이션이다, 허나 믿을 내 손 하나 없다."
레이지니의 리치마작 클라스를 아주 좋은 기회에 듣게 되었습니다. 단계별로 설명해주셔서 아주 쉽게 정말 쉽게 배웠던 거 같아요.
왜 내가 보드게임 할 때 옆방에서는 사람 넷이 작은 책상에 모여 앉아서 세 시간이고 다섯 시간이고 핑이며 론이며 이상한 말장난 같은걸 하며 수다 떨고 있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해를 뛰어 넘어 그것이 순리이며 내가 가게 될 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곰잼님과 레이지니님 유튜브에 소개 된 Voyages 라는 롤앤라이트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보라 자료실에 크앙악어님이 한글화 해주신 PNP 자료가 있어서 편하게 할 수 있었지요.
롤앤라 게임도 여러 분류로 나뉘는데 (자세한 사항은 레이지니X라마나타 롤앤라 수다를 참고해주세요) 이 게임은 그리드 이동과 콤보, 자원 관리를 기본으로 기타 복합적인 방식이 접목했으면서도 최대한 콤팩트하게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주사위 셋을 굴려 두개로는 방향과 이동거리를 선택하여 배를 이동시키고 다른 주사위로는 빙고 하듯이 임무 칸을 채워 보너스를 받으며 항해 하는 게임인데 '대항해시대'의 정취가 느껴졌어요.
이게 전혀 거대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맵이 두개가 있는데, 플레이 하면서 하나에서는 무역하는 상인+모험가 느낌을 받았고 다른 하나는 내가 해군이 되어 해적을 소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너스의 개념도 첫 번째 맵에서는 무역할 상품 자원을 주는 반면 두 번째 맵에서는 함선을 업그레이드하여 추가 기능을 부여해 줍니다.
롤앤라는 이제 유행이 지나려나? 혼자 생각하다가.. 롤앤라는 '무궁무진'이야 라고 외치는 Voyages의 소리에 깜짝 놀라 자빠져버렸네요. 정식 한글판이 나왔으면 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4) 개발 이야기 :
저를 아시는 분들 보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는 보드게임 작가이기도 합니다.
재작년에는 크리드가 출시되고 보드라이브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것이 감사한 일이었고,
작년에는 배드코멧에서 주최한 '협력'공모전에 응모하였다가 우수상을 수상한 것이 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해오던 개발 모임도 못하고 있던 차에 공모전이 열려서 한번 “츄라이”를 해 보았던 건데요.
협력 공모전이었지만 제가 기획한 건 (‘정령섬’처럼) 1인플을 기반으로 다인 협력이 가능한 형태를 띤 방식이기에 혼자서 만들고 테스트 하는 것이 용이했습니다.
정말 한해 내내 육아만 하다가 두 달간은 새벽마다 빡세게 게임 개발에 열중하였는데 이 과정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게임 하나를 만들긴 했는데 정말 혼자서만 테스트 한 것이다 보니 INTJ에게만 재미있는 게임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공모전 수상 이후 다른 분들을 찾아가서 보여드리니 좀 더 대중화가 필요한 부분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빡신 계획+시뮬레이션, 프로그래밍 방식에서 약간만 빡시면서 성장소설의 주인공이 된 갬성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고 수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다른 분들의 의견이 많이 필요한데 이걸 간단한 PNP로 올리면 테스트 해주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시연가능한 오프라인 행사를 기다려야 하나.. 코시국이라 테스트하는것이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ㅎㅎ 이렇게 모처럼 키보드의 먼지를 털어보았는데요. 역시 보드게임 이야기를 듣고 쓰고 하는건 즐겁습니다.
모두 새해에는 자가증식하는 보드게임 관리 잘하시고 또 즐거운 일들도 마니마니 생기시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