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글판을 기원하는 게임 TOP5
훗날 누군가가 한국 보드게임의 역사를 정리한다면,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은 “대한글화의 시대”라고 불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게 한글판이 나온다고?”라고 놀래키는 한글화 소식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을 만큼 괜찮은 보드게임들은 다 한글판으로 나온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업체 사장님들 찾아가서 “제발 이거 한글판 좀 내주세욧!!!” 하고 싶은 게임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TOP X를 소개하는 유행에 편승하여 저도 2022년에는 제발 한글판 소식이 들리길 바라는 게임 TOP5를 꼽아봅니다.
5위. Leaving Earth
2015년에 출시한 로켓 발사를 테마로 한 게임입니다. 현대 과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로켓 발사 프로젝트를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국내에도 꽤 이름을 알렸던 게임이지만, 높은 난이도 + 언어의 압박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이 입맛만 다신 게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긱 웨이트 3점대 후반의 높은 난이도, 한국인들에게는 어필하기 어려운 테마, 출시 당시에는 당연히 한글판과는 인연이 없는 게임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7년이 지나 우주에 대한 관심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했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발사 라이브를 수십만명이 라이브로 시청하는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이게 안 될 이유가 있나? 글룸 헤이븐도 한글판이 나오는 마당에 이게 안 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4위. Black Orchestra
영화, 드라마, 게임의 단골 소재라고 할 수 있는 “히틀러 암살 작전”을 테마로 한 협력 게임입니다. 펜데믹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협력 게임이지만, 저를 포함 저와 함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테마가 매력적이지는 않다”입니다. 블랙 오케스트라는 팬데믹과 유사한 시스템의 게임이지만, 테마가 2차 세계대전 그것도 히틀러 암살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게임이었습니다.
서양인들 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2차 세계대전 테마는 충분히 인기 있는 테마라고 생각해서 한글판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팬데믹의 아류라고 평가받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한글판이 나오고 있지 않네요.
3위. Nanty Narking
마틴 월라스는 브라스와 AOS로 워낙 유명한 작가이긴 하지만, “마틴이 이런 게임도 만들었어?”라는 소리가 나올만한 게임도 여럿 만들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낸티 나킹이라는 게임인데, 이 게임은 디스크 월드 : 앙크 모포크 라는 게임의 리테마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도색되지 않은 피규어가 들어 있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게임은 아트웤에서 뿜어내는 묘한 아우라와, 마틴 월라스에 대한 신뢰, 그리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시스템인 영향력 + 블러핑 + 디덕션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끌렸습니다.
물론 딱 봐도 한글판이 안 나올 것 같은 게임인지라, 진지하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틴 게임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2위. PARKS
이 게임은 저만 기다리고 있는 게임은 아닐 것입니다. 긱 상위권 게임 중 아직까지도 한글판 소식이 없는 몇 안 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긱 랭킹 첫 페이지(100위 안쪽)에 진입하면, 분명 한글판 소식이 뜰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112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조금씩 랭킹이 떨어지고 있네요. 해외에서 워낙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고, 업체들이 선호하는 패밀리 게임 포지션이라 당연히 한글판이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출시 3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는 거 보면, “설마 이거 한글판 안 나오나?” 불안한 마음도 내심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미국적인 테마라서 업체들이 꺼려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1위. Awkward Guests
디덕션 게임을 좋아합니다. 어지간한 디덕션 게임들은 다 좋아하고, 디덕션 요소가 거들어주는 게임(대표적으로 연금술 아카데미)도 좋아합니다. 간단한 요소로 사람을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 디덕션 게임들은 어지간하면 다 한글판이 나오고 있는데, 유독 이 게임이 한글판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눈에 밟히네요. 해외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 소식이 없는 건 아무레도 원 제작사가 영세하기도 하고, 이 게임이 첫 작품이기도 해서 적극적으로 판로를 개척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랄까, 이 게임이 내년에 Scandaloh! 라는 이름으로 리테마되어 나올 예정인데, 이 기회에 국내 업체가 컨택하여 한글판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은 모두 긱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