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지난 주말, 제 캐릭터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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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7 11:38

3년쯤 전엔가 레딧에 올라온 한 TRPG 유저의 글입니다. (https://www.reddit.com/r/DnD/comments/aspns6/my_character_died_this_weekend_i_decided_to_write/)

당시에 저 글을 보면서 굉장히 뜨거워짐을 느꼈어요. 아마 해당 스레드를 읽은 사람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거에요.

번역하면서도 여러 번 가슴이 울컥울컥...크허ㅓ어ㅓㅎ어ㅓ헝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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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온 몸의 상처마다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고, 하늘을 찢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습니다.

드래곤은 온 몸을 부딪혀가며 쏟아져내리는 유리 파편과 돌더미 사이를 뚫고 대성당을 부수면서 날아올랐습니다.

한 때 Zilfanyr의 역작이었던그 교활하고 가학적인 존재는 이제 드루이드의 주문으로 그 최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드래곤은 그저 본능에 몸부림치는 한 마리의 야수일 뿐이었고, 그 야수는 자신의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있엇습니다.

수날, 미노타우르스 바바리안은 자신이 선호하고, 가장 잘 하던 방식을 다시 한 번 택했습니다.

물론 그는 날아오르는 드래곤에게는 고작 티끌같은 존재였지만 자신의 사냥감의 등에 그레이트 액스를 박아넣은 후 그것을 붙잡고 버텼습니다.

DM : 근력 판정 한 번 가보시겠어요?

플레이어 : 음....그냥저냥이네요. 17?

DM : 그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직 드래곤이 충분히 속력을 내기 전 이네요.

수날은 굉장히,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그는 도끼를 쥐고 있던 두툼한 손을 자신의 갑옷의 구멍 사이에 가져다 대었고, 손은 금새 피로 물들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도끼날에 피를 문지르자, 도끼가 얼어붙어 무기가 단단히 고정되었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이미 부유섬은 저 멀리 보였습니다. 드래곤은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저 앞으로, 앞으로 날아 달아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수날의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수날은 그 소리를 더 정확히 듣기 위해 마법 귀걸이에 빈 손을 가져다 대었습니다.

"이봐 덩치 큰 친구,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거야?"
드워프의 목소리는 충격을 미처 감추지 못한 채로, 평상시와 다르게 울리고 있었습니다.
"날아오르기 전에 착지 한거지? 다치지는 않았나? 어서 그렇다고 말해줘!!"

수날은 펄럭이는 진홍빛 날개 너머를 바라보았습니다. 2000피트 아래로,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정오의 태양빛이 바다에 떨어져 부서지듯 빛나고 있었습니다.

"걱정말게 기디온.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니."

귀걸이 너머로 겁에 질린 엘프의 목소리가 새로이 들려왔습니다.
"수날 아저씨, 무슨 말씀이에요! 정신차려요. 우리 계획은 아직 끝난게 아니잖아요! 아저씨를 잃을 순 없다고요!"
엘프 드루이드의 목소리는 이미 걱정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에이머릴은 영리한 소녀였고, 자신이 인정하느냐와는 상관 없이 다가올 미래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수날은 부상당한 허리와 구멍이 뚫린 폐에서 고통이 엄습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껄껄 웃었습니다.
"별거 아니다 꼬맹아. 그냥 골칫거리를 해치우는 것일 뿐이야. 이녀석이 너희들과 또 다시 싸우도록 만들 순 없지. 너희들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DM : 좋습니다. 당신은 전투에서 벗어난 상태에요. 원래는 격노가 사라져야 하지만, 하우스룰을 적용해 아직 20초정도의 격노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죠. HP는 어떻죠?

플레이어 : 10점 언저리군요.

DM : 알겠습니다.

도끼를 쥔 손에서 박동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근원인 격노가 서서히 사그러 드는 것을 느끼며 그는 이를 악 물고 도끼를 잡아당긴 후, 다시금, 다시금 내리 찍어댔습니다.

플레이어 : 머리 쪽으로 가 볼게요.

DM : 좋아요. 세 칸 정도입니다. 운동 판정입니다.

플레이어 : 19.. 에.... 뭐 이정도면 되지 않나요? 계산해야 할까요?

DM : 아니에요. 충분하네요.

그는 숨을 몰아쉬며 드래곤의 목 언저리까지 다가갔지만, 드래곤은 쉬이 목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좋아 애송이들.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내 몫으로 나눈 물건들은 다들 나눠가지라고."
수날은 귀걸이에 대고 이야기 했습니다.
"자...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