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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12

2,500 조회

2021.09.02 12:18

안녕하세요 일하지 않고 돈이 갖고 싶은 남자, 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의 개굴입니다.

며칠동안 비가 죽죽 내리더니 날이 많이 선선해졌네요. 바로 갑니다 고고씡

어느 분이 여쭤보셨어요. 무슨 일을 하길래 맨날 일과시간에 글을 올리냐.

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은 점심시간이나 업무 종료 후 퇴근시간 전까지 짬짬이 메모장이나 태블릿에 깨작거리는걸 취합해서 올리는 비정기 잡담물입니다.

보통은 오며가며 생각났던 이야기에 대한 토픽을 간단하게 카톡같은데에 키워드만 적어놓고, 이걸 이리저리 살을 붙여가며 며칠정도 작성해요.

그럼 집가서 올리지 왜 하필 이런 시간대에 올리냐...라고 하실텐데,

그렇잖아요? 유부남 분들은 댁 가면 애기들하고 놀아주시느라 바쁠테고, 알바하시는 분들도 보통은 학교 끝나고 하실테니 저녁때에는 바쁘실테고요.

데이트도 보통은 저녁시간에 하시고 약속도 저녁시간에 잡으니, 상대적으로 할 일 없는 ~~조회수 뽑아먹고 리플 끌어올 수 있는~~ 시간대에 업로드를 하고 있습니다.

....결코 제가 이 시간에 심심하기 때문이 아니라구욧.....어흠 어흠.

그 머시냐....리얼 월드였었나...라는 어플? 플랫폼? 이 있어요.

놀이컨텐츠를 관리하는 플랫폼 같은데, 그 왜 이런거 있잖아요? 증강현실을 이용해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며 하는 방탈출 퍼즐이라나 뭐라나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것도 같은데.

암튼 최근에 서스펙트 게임 함께하는 분께서 리얼 월드 플랫폼에서 크라임씬 게임을 한시적 무료로 푼다고 해서 함께 즐겨봤습니다.

네 명이 동시에 특정 페이지에서 선택지를 찍어가며 각자 단서를 수령하고 썰을 풀어가는 게임인데...

▲ 게임 오픈 일주일 후

여러 번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제가 Lv.99 토끼공듀인가 싶기도 하고요-_-;; 아마 저 같은 사람이 하라고 만든 게임은 아니지 싶습니다.

사실 전 [즐기는 나]와 [게임하는 나]가 잘 분리가 안돼요. 이리저리 허술한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아까운 시간을 들여 이런 의미없는 짓을 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뭐래야 하지? 단순하다거나 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게임으로서의 최소한의 완성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라 개떡같은걸 봐도 "그래 노력했구나...토닥토닥"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건 좀 그래요. ㅋㅋㅋㅋㅋ

최대한 몰입해서 재미있게 즐겨보려 노력을 햇지만 게임 구성 자체가 <주어진 자료 읽기>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지금은 유료로 전환되었긴 할텐데.... 설마 인싸들은 이런걸 돈 내고 한단 말인가...? 흐으음.

여러분들은 하지 마세요. 저 혼자만 고통받은걸로 족합니다.

보드게임이 취미이기도 하고,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다보니 아무래도 비 보드게이머들에게 게임을 소개해줄(혹은 대접할) 일이 왕왕 있습니다.

이럴 때 꺼내는 보드게임들 다들 있을텐데, 언제 꺼내도 제 몫을 다 해주는 게임은 텔레스트레이션이에요. 사실 실패하기가 더 어려운 게임이네요.

반면에 제 마음 속 믿음의 야구 같은 게임. 이른바 "내가 가장 재미있게 했던 게임"은 정글스피드입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할리갈리 카피...인데, 대학교때 친구들이랑 시험기간에 보드게임 카페 가서 밤새 뿅망치 뾱뾱거리면서 했던 기억 때문일까요?

누구든 즐겁게 즐길 수 있을거다...라는 근거없는 자신감과 믿음의 게임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막상 꺼내면 막 그렇게 재밌게들 즐겨주시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뿅망치의 뽕맛을 느끼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걸까 싶기도 하고요.

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 계실까 해서.

정글스피드는 할리갈리랑 거의 유사한 게임인데, 과일의 갯수를 세는 게 아니라 펼친 순간에 같은 그림이 나오면 해당하는 사람들이 중앙의 토템을 빠르게 잡는 게임입니다.

사진을 보시다시피 그림들이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어요. 색반전이나 줄이 한 번 더 꼬여있다거나, 각의 개수가 다르다거나,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그림의 모양>이 아니라 <그림의 색상>으로 규칙을 바꾸는 카드 등이 있어 헷갈려서 우수수 틀려나가는 다른사람들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저런 포지션의 게임이 없는 분들이라면 하나 정도는 추천입니다. 여러가지 잴 것 없이 그림만 파악하면 되는거라서 조금 더 말초적인 재미가 있어요.

...정작 저는 없다는게 함정.

저번 잡담에서 이야기했었는데, <코보게에서 그래비트랙스 버티칼 세트를 내줬으면> 하고요.

....11번가 아마존 딜에서 팔고있네요. 9만원 정도........

얼마전에 배틀콘을 판매한 돈으로 구매를 해서 조카에게 선물(을 빙자한 나를 위한 선물)을 해볼까 심각하게 고민입니다.

......................너무 재밌어보이는데요. 저는 평생 철 들라면 멀었습니다. 어머니 그러게 어렸을 적 저에게 과학상자 하나 사주시지 그러셨어요.

11번가 너무합니다. 저에게 이런 고민거리를 던져주시다니. 하지만 무료배송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고민하게 만들어서 밉네요. 그래도 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감사합니다.

.........9만원은 제 용돈으로 사기는 좀 벅찬데, 아내한테 조카 선물용으로 4만원만 지원해달라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 결혼이 행복해 보입니까? 기억하십쇼. 얻는 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 자유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여보 사랑해.

추가) 사진 첨부하려고 11번가 들어가봤더니 몰에서 내려갔네요...... BTS가 부릅니다 <고민보다 Go>. "DOLLAR, DOLLAR 하루아침에 전부 탕진 달려 달려 내가 벌어 내가 사치"

예전에 딜라이트 게임북 첫 발매할 때 세 권을 모두 샀었습니다. 셋 다 다른 느낌의 책이었어요.

셜록홈즈는 각 씬에 숨겨진 정보라거나,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마지막에 범인을 맞춰야 하는 추리물이고

캡티브는 그냥 인터랙티브 드라마 게임을 하는 느낌이고

개척자는 간단한 전략게임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셜록홈즈는 이미 깼고 캡티브는 깰 기미가 안보여서 둘 다 처분해버리고 남은건 개척자네요.

개척자는 좀 끝까지 해보고 싶긴 한데 접근성이 좀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책에 마음껏 끄적거리기 어려워서 보류중입니다.

....그래서 책등을 절단해 낱장으로 분리한다음 일괄 스캔해서 태블릿에 넣어버릴까 고민중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TRPG 스타터 규칙서를 저런 식으로 처리를 한 시점에서 더 이상 저에게 거리낄 것은 없습니다. 저대로 두면 안읽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써!!

판단테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홀덤을 기반으로 한 팬더 테마의 포커게임인데요, 몇 년쯤 전에 규칙을 열심히 공부해서 한글 룰북을 번역해서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근데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규칙서 번역하는 내내 "와 이거 재밌겠는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플레이 해보니 재미가 기대했던 것 보다 한참 못미치더라고요.

잘 생각을 해보고 내린 결론인데, 보통 전략게임을 할 때에는 돈을 걸고 하지 않아도 뭐랄까, 상대 플레이와 내 플레이에 대해 확신이 있습니다.

저 플레이는 절대로 져도 별 상관 없지 않다... 라는 플레이가 아니라는 확신이요.

그런데 희한하게 판단테에 대해서는 그런 확신이 안서네요. '어차피 돈이 걸린것도 아닌데 그냥 팍 질러버린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막 슬금슬금.

딱히 그렇다고 진짜로 현금을 걸고 갬블을 할 것도 아니고... (이게 또 판단테는 리얼머니 모드에 대한 규칙이 공식적으로 있습니다. ㅋㅋㅋ)

다른건 안그런데 포커류 게임을 할 때에만 저런 생각이 드는게 참 신기합니다. 심지어 블러프 등의 게임을 할 때에도 저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아마 포커의 레이아웃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문제인거 같아요. '이건 돈 걸고 하는 게임이잖아?' 라는 장르적 분위기.

돈을 걸지 않고도 포커를 진지하게 칠 수 있는 팁이나 그런게 있을까요?

곧 점심시간이네요. 다들 식사 맛있게 하십쇼. 주말까지 하루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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