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100개가 넘어 가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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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7 20:43

새로운 신작이 나오고,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채널로 신작에 대한 홍보를 하다 보니, 웬만한 ‘자제력’이 아니면 우리 같은 순진한 보드 게이머들은 대부분 게임을 살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일반적으로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입문하면서 100개 까지는 정말 순식간이었던 것 같아요. 왜 이리 신기한 게임이 많은 지... 보통 처음에는 100개를 마지노선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90개 언저리부터는 열심히 수량 조절을 하게 되는 데요. 결국 100개가 넘어가면 고삐 풀린 좀비 마냥^^ 또 다시 365클럽까지 스물스물 갑니다. 매일 하나씩 새로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365클럽은 일반적으로 평범한 가정의 한쪽 벽면 정도를 깔끔하게 채우는 정도니, 그나마 봐줄만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경제적인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집안 인테리어 관점에서도, 보유 피로 면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의 집안 사정(공간)에 맞춰서 보드게임의 갯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요, 저한테 큰 도움을 주었던 몇 가지 방법들이 있어서 잠깐 생각을 나눠 봅니다.

1.그물 망 작전

‘이래서 사야 해’, ‘저래서 사야 해’ 라는 심정이면 무조건 필패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는 거예요. ‘이래서 살 수 없어야 돼’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물처럼 촘촘하게 구매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긱 평가 7.0 이상, 아트워크에 대한 호감도, 독창적 시스템, 수상작이나 후보 작, 그리고 심지어 박스의 사이즈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여러 평가 요소를 작성한 후에, 그 조건에 부합한 작품들만 구매하는 거예요. 당연히 기준들이 많다 보니 살 만한 작품 수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전의 가장 좋은 점은 아무리 괜찮은 작품들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취향과 상황이 보는 시점에 따라 단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점이에요. 일단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결과적으로 구매 동기가 확!! 떨어지게 되죠.

2.한 박자 쉬기 작전

사람의 열정이 늘 한결같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한 건데요. 발매 직후엔 대부분 호평 일색의 리뷰가 쏟아집니다. 사실 이때가 가장 사고 싶을 때이긴 해요. 그래도 정한 시간 만큼 꾹 참아 봅니다. 그리고 발매 후, 자기가 정한 시간이 되었을 때, 다시 돌아 보는 거예요. 그때도 마음이 들면 사면 됩니다. 하지만 그 무렵에는 또 다른 멋진 작품에 관심이 생길 때라서, 첫 마음 같지 않거든요. 게다가 단점 리뷰도 많이 볼수 있으니.. 핫한 게임의 핫한 시절을 넘길 수 있는 훌륭한 방어법이 되는 셈이죠..

3.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작전.

리뷰나 동영상 홍보 영상을 보지 마시고 직접 파일을 구해서 규칙서를 읽으세요. 차분히 저녁에 앉아서 읽다 보면, 게임에 대해서 아주 냉정한 시선을 갖게 됩니다. 이 게임이 나에게 어떻게 속삭이는지 진심을 들어보는 거예요. 규칙서는 호들갑을 떨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규칙을 읽다 보면, ‘이거 정말 신박하다, 하나쯤 이런 것이 있어도 좋겠다. 아니다. 생각보다 별로다. 자리만 차지 하겠다 등등. 막연하고 모호했던 고민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텍스트를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는 정말 날 것 그대로입니다. 일단 동영상이나 리뷰에서 볼법한 감탄사나 찬사가 없잖아요. 감상이 삭제된!! 아주 논리정연하게 쓰여진 규칙서만 보아도 대부분 걸러집니다.

5.본질을 보세요. 작전

사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게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화려한 일러스트와 아크로 바틱한 피규어, 그리고 취향 저격스런 테마 뒷편에 시스템이란 놈이 정체를 꽁꽁 숨기고 있어요. 본질적 재미는 시스템에서 옵니다. 자신이 가진 컬렉션 안에 비슷한 시스템이 있다면, 과감히 넘겨 버리세요. 혹여 신작의 시스템이 더 나을 수도 있겠죠?. 그럼 같은 형식의 구작을 처분하세요. 어차피 개수는 늘지 않거든요. 도미니언처럼 자신의 컬렉션을 카드 장수 늘리지 않고 압축 덱으로 빌드하는 것처럼, 공간 낭비 없이 탄탄한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드는 겁니다.

6.마지막으로, 창고이론입니다.

이건 저에게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이론인데요. 곧 사라질 것 같은 보드게임!! 언제든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저는 제가 정말 사고 싶은 게임. 지금 형편이 안된다면, 그냥 나의 소중한 동지님들의 창고에 잠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이머님들의 성향 잘 아시잖아요? 관리까지 얼마나 애지중지 해 주십니까? 언젠가 여유가 되면 그분들에게 얻어오면 됩니다. 심지어 할인된 가격으로 말입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대충 몇가지 팁을 적어봤는데요. 공간과 자원은 한정돼 있고, 우리의 욕심은 끝도 없고, 참 딜레마입니다. 저도 여러 고수님들을 통해 많은 조언을 얻고 있지만 수집에 대한 욕구와 만족에 대한 부분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구요.

마지막으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을 써 베스트 셀러가 된 저자, 곤도 마리에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