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 펀딩 직전까지 갔다가 그만 둔 작은 이야기
와디즈 신규가입해서 만원 쿠폰 까지 챙겨서 구매하려다가 잠시 멈춰 생각하다 인터넷 창 닫은 후 드는 생각들 주저리 적어봅니다.
개봉노플 컬렉션은 늘어만 가고, 늘어난 게임 수 만큼 피로도는 높아져 오히려 비디오 게임만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거실 한쪽 벽면을 보드게임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이뻐보이긴 커녕 어느순간 부담이 되어 퇴근하면 컴퓨터 방으로 도망가 비디오 게임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보드게임이 와도 살 때 기대하던 충족감은 없고 기계적으로 컴퍼 체크하고박스 포장하고 책장에 꽂아 둡니다. 룰북 볼까하다 부담감에 컴퓨터를 킵니다. 심지어 박스 오고 1주일 만에 뜯기도 합니다.
군대에서 처음 아컴호러 2판 구매해서 룰북 구입해서 후임들이랑 하던 신기함, 두근거림이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원 다니면서 적적한 마음이 보드게임을 사면 친구들이랑 즐겁게 하면서 충만해지기를 바라며 구입하기 시작 했을 때 컬렉터의 길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물건을 사며 그 것을 통해 가질 수 있는 이미지도 분명 중요한 부분이지만, 공허감을 막기 위해 그 이미지만 쓰고 막상 그 물건을 사용은 하지 않게 됩니다.
전형적인 자신의 내면의 공허함에 대한 피상적 대처에만 집중했던 거죠.
그렇게 계속 게임 플레이하며 느끼는 즐거움보다 게임을 구매하는 행위로 충만해지길 꿈꾸는 자신을 보게 되더군요.
그럴꺼면 차라리 개꿀잼 5천원짜리 로또나 사지... 로또는 그래도 무조건 1회플은 하는데
최근 보드게임 거의 안하다 반려인간과 아컴호러 카드게임 재밌게 하면서 간만에 보드게임 하는 것이 재밌더군요.
막상 보드게임 구입은 항상 하고 있었는데 플레이로 즐거움을 느낀 건 오랜만이란게 유머네요.
게임은 적지 않을 정도로 있지만 즐거운 추억이 함께하는 게임은 몇 안되는 것 같아요.
밤새 친구들이랑 했던 레지스탕스 아발론
학부 때 허리 부서지는 줄 모르고 원룸 바닥에서 하던 엘드리치호러. 하도 많이 해서 보린이 5-6명이 이 게임은 모두 룰마가 되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전설의 패륜아가 탄생했던 빌리지
페이트 뽕에 취해 즐겁게 플레이 한 카멜롯에 드리운 그림자
반려인간을 보드게임에 더욱 빠지는데 큰 기여한 광기의 저택(지금도 여러 보린이 납치 공적 1순위)과 아컴호러 카드게임
등등
쓰고 보니 제법 있네요. 다행입니다.
뭐랄까 뻔한 이야기지만, 보드게임이란 물질이 내 즐거움을 위한 수단이었을 때 저는 보드게이머로써 참 즐거웠구나란 생각도 듭니다.
하여 저는 다시 구매라는 행위보다 플레이라는 즐거움을 저에게 주려고요.(안물)
그래서 위쳐 시리즈 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굳게 마음 먹고 무분별한 구매를 참아보려고 합니다.
무조건 사는 강박적 소비에서 벗어나서,
사고 나서 후회감마저 느끼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기보다는
가지지 못한 아쉬움에 취해보고 싶네요.
이 글 쓰다보니 자정이 거의 다되어 더 맘 편히 스킵 할 수 있겠네요.
...이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밤이라 그런지 쓸 때 없이 tmi+센치한 지저분한 글이 되었네요.
다들 평온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