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들은 처음으로 장만한 보드게임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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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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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근래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는 라쓰입니다. 오늘은 보드게임에 대한 제 추억들에 대해 끄적어 보려 합니다.

어느날 문득 보드게임 책장을 둘러보다, 어째선지 오랜시간 꺼내보지 않았던 "등불축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얘는 몇년산이지... 2016 이네..."

이건 언제 산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더군요.

혹시 여러분들은 처음으로 장만한 보드게임을 기억하시나요? 불행히도 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제가 처음 보드게임을 접하게 된 계기는 와이프 덕분이었습니다. 결혼 2년차즘 한창 드론에 미쳐있던 어느 휴일날 와이프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더군요.

"오빠 보드게임 알아?"

"응 부르마불 어릴때 해봤지. 한국에 보드게임 모르는 사람도 있어?"

"쯧쯧... 그거밖에 모르잖아?"

"알아! 루미큐브! 도둑잡기 이런거!"

"다음주 주말에 보드게임 축제같은게 열린다는데 가보자!"

아마 이때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 보드게임콘" 이었을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보드게임에 빠지게 된 계기였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출발할 땐 솔직히 기대보다는 후딱 댕겨와서 낮잠이나 자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입구부터 인파가 엄청났던 기억이 납니다. 더욱 집에 돌아가고 싶더군요.

그런데 내부로 들어서서 행사장을 둘러보는 동안 정말 신세계를 맛본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각 업체별 직원분의 룰 설명을 듣고 보드게임 체험을 즐기는 사이 제 지갑은 점점 얇아져 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더군요. 마지막엔 블러드레이지 박스를 들고있는 저에게 와이프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런거 재미없어. 내려놔."

이미 보드게임을 많이 구입한 상태였고, 당시 블러드레이지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터라 순순히 내려놓고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날 이후 제 취미는 드론에서 보드게임으로 바꼈고, 매년 보드게임 행사가 열리면 와이프와 함께 출석 도장을 찍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 뒷자석엔 놓인 커다란 비닐백을 보면 왜 그리도 기분이 좋던지요.

보드게임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해당 회사나 작가들에 대해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KS마크 같은 것으로만 알았던 "코보게 마크"가 회사 로고인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보드게임에 재미를 붙인 순간부터 거실 책장에 있던 책들이 빠지고 보드게임이 그 자리를 채워 나갔습니다.

제 친구들이나 와이프 친구들이 저희 집을 방문할 때면, 항상 보드게임 한 두판 하고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고 여행이나 친구 집들이를 가게 되는 경우에도 차 트렁크엔 보드게임이 한가득 실려있었습니다.

당시엔 와이프도 보드게임을 너무 재밌어해서 주말마다 저녁식사 후 설거지 내기로 보드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얼마 후 결혼 한 친구들이 하나 둘 육아에 빠지면서 모임이 쉽지 않게 되었고 와이프도 기존에 있던 게임만 몇 판 같이 하지, 새로 구매한 게임의 룰 설명 듣는것을 너무 지쳐하더군요.

혼자서 룰 숙지하고 에러플은 없는지 테스트 해보고... 하던 저의 노력을 몰라주는 것 같아 와이프한테 조금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보드게임을 구매하고 룰 숙지와 테스트 플레이 후, 책장에 고이 모셔놓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와이프가 같이 해줄것 같지도 않고... 굳이 플레이 할 것도 아닌데, 내가 지금 이걸 왜 사지?"

작년 이맘때즘 책장에 불어나고 있는 보드게임들을 보며 곰곰히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혼자하는 보드게임 1인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는 그러다 얼마안가 스스로 답을 찾아냈습니다.

"이게 취미생활이니까. 같이 플레이까지 하면 좋겠지만, 플레이 못해도 괜찮아! 어떤 게임인지 알아가는거. 그거 자체만으로도 재밌네!"

다행히 지금은 올 초부터 결성한 회사동료들과의 모임이 한달에 한두번 꼴로 이어지고 있고 해보고 싶은 게임들을 맘껏 즐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