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5~17 - TRPG 가 가져온 파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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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8 오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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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TRPG 가 주력인 관계로 다른 게임 이야기는 가볍게 가볍게 넘기겠습니다~

20151215

이 날은 제가 오전~오후 내내 아이들 공부를 봐주느라 저녁에 TRPG만 한시간 정도 해주었습니다. 제 이야기 끊기 신공 + 아이들의 몰입으로 인해 아주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다만 정도가 지나쳐서(?) 약간 문제가 생겼는데... 이건 조금 뒤에 이야기 하기로 하겠습니다.

TRPG가 진행되는 동안 밖에선 에니그마가 한참 벌어졌군요. 인기가 많은 게임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제법 열심히 합니다. 한번쯤 같이 하고 싶은데 4가지 퍼즐에 두루두루 강한 아이가 없어서 기회를 가지기가 조금 어렵네요. 비슷한 예로 할리갈리 컵스 디럭스가 있습니다. 아무리 봐줘도 아이들이 절 따라올 수가 없어서... 뭔가 천상계에서 홀로 노니는 느낌(?) 까지 듭니다.

이 날은 마무리로 숲속의 음악대도 했네요. 이 게임도 꽤나 자주 돌아가는 게임입니다. 속도가 아주 빠르면 재밌는데, 한명이라도 버벅버벅~ 하면 게임의 긴장감이 뚝! 떨어지네요 :( 나중에 실력파 아이들끼리 모여서 빛의 속도로 진행하는 숲속의 음악대 영상을 올려보고 싶습니다 ㅎㅎ

20151216

최근 뒤늦게 인기몰이 중인 어메이징 라비린스 입니다. 타일을 이리저리 밀어가며 자신이 가고자 하는 그림에 도달해야 하는 게임이죠. 쉬운 규칙 + 짧은 시간 + 약간의 수읽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에게 잘 먹히고 있습니다.

재밌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카드 운빨도 제법 있는데다 썩 재밌는건 아닙니다만, 아이들은 충분히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이 있다면 딱히 구입하지 않으셔도 상관없는 게임입니다.

라온도 했어요. 세가지 게임 중 두번째 게임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운데 주어진 자음/모음만을 가지고 가장 많은 타일을 요구하는 긴 단어를 찾아내야 하지요. 게임 자체가 굉장히 재밌어서라기보단 약간 리코쳇의 느낌 때문에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가장 길게 나온건 청룡열차로 무려 11개의 타일이 필요한 정답이었습니다. 이것보다 긴 정답은 어떤게 있을지 궁금하네요.

20151217

이 날도 오자마자 라비린스를 함께 해주었습니다. 고학년들은 옆에서 구경하며 블랙스토리를 함께 했어요. "대낮에 길가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죽어갔다." 는 문제를 풀었는데, 정답을 듣고나더니 완전 멘탈이 깨지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ㅋㅋㅋㅋ 그게 블랙스토리의 매력이지요 ㅋㅋㅋㅋ

블랙스토리를 하랴~ 라비린스를 하랴~ 조금 설렁설렁 하긴 했지만, 아이들의 실력이 굉장히 늘었어요. 카드 운빨이 없었다면 졌을거예요.

오랜만에 돌아간 컨셉트. 보드가 반으로 두동강 나는 불상사가 있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꾸준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부를 봐주는 동안 아이들끼리 숲속의 음악대를 하고 있네요. 특히 저학년들에게 폭풍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TRPG 한시간!

지금까지의 여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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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용상 덕분에 120년을 넘는 수명을 가진 원주민 무리가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습격자에게 용상을 빼앗기게 되고, 용상은 근처 사원에 놓이게 됩니다. 원주민들의 수명은 원래대로(40년)으로 돌아왔죠. 다양한 모험가들에게 부탁하여 용상 회수를 부탁해왔으나, 모두 연락이 두절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울 꼬마들을 차례가 오게 되죠.

우리 꼬마들은 사원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사원에 설치된 함정과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용상 회수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사원의 가장 높은 곳에 도착. 용상을 회수하기 직전, 검은색 로브를 입은 외눈박이 파충류가 나타나 "용상이 없던 기간동안 괴수들을 봉인하는 사원의 힘이 약해졌소. 더 이상 사원의 힘을 약화시키지 마시오." 라며 꼬마들을 저지하려 합니다. 서로를 설득할 순 없었고, 결국 한바탕 접전 후 꼬마들은 결국 용상 회수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잠시 후, 사원 뒤에 있던 거대한 쌍둥이 폭포 속에 봉인 되었던 7마리의 용이 세상으로 풀려나게 됩니다. 자신들을 가둔 생물들에게 파멸을 가져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흩어집니다. 특히 화룡은 탈주하자마자 이기적이었던 원주민 마을을 완전히 불살라버리죠.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은 꼬마들.

가장 난폭한 성격을 가진 화룡부터 다시 잠재우기 위해 화룡이 날아간 방향으로 추격을 시작합니다.

한참 길을 따라 걸어가던 일행은 마차자국과 아이의 신발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 그것이 "성인의 신발"임을 알게 되죠. 소인족입니다. 좀 더 마차 자국을 따라가니 개의 발자국 + 인간들의 발자국 + 소인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죠. 조사를 끝마친 꼬마들은 격렬한 토론 끝에 숲 속으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죽어가는 소인을 발견. 의술을 담당하는 꼬마가 간신히 치료를 했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소인은 숨지고 맙니다. 죽기 직전 "마을이 학살 당하고 있다"며 지름길을 알려주었지만요. 소지품을 뒤져보니 약간의 약, 음식, 돈이 있고 아내에게 쓴 편지가 있습니다. 꼬마들은 일단 마을로 달려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기로 결정합니다.

지름길로 가는 길은 나무가 빽빽히 들어찬 숲. 횃불을 쓰기엔 화재의 위험이 있어 랜턴을 쓰기로 합니다. 하지만 빛이 거의 안들어올 정도로 깊은 숲이라 시야가 한없이 좁네요. 조심조심 전진하던 아이들 머리 위로 들려오는 이상한 벌레의 소리. "스스스스스스ㅡ" 하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아이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지네가 떨어집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재빠르게 피해내지만, 행동이 둔한 마법사 꼬마는 지네에게 붙들려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됩니다. 지네의 몸이 아이를 옥죄기 시작합니다. 몸이 부서질 것처럼 고통받는 마법사 꼬마. 아이들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지네에게 덤벼듭니다. 여러차례 지네에게 공격을 가한 끝에, 꼬마의 몸이 조금 풀려나는가ㅡ 싶었지만...

"키에에에에엑ㅡ" 하고 지네가 괴성을 지르자, 잠시 후 사방에서 "스스스스스스ㅡ"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무슨 뜻인지 깨달은 아이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위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거대한 지네 두마리를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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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최근 TRPG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 어려서 난처해하거나 힘들어 하는게 많네요. 그래서 최근엔 제 캐릭터(파충류)까지 NPC로 동행하도록 하여, 게임마스터겸 아이들의 서포터 역까지 맡고 있어요.

아이들과 틈틈히 TRPG를 하다보니 여러가지 장단점이 보이네요.

장점

1.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볼 수 있다.

TRPG의 장점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이 요즘엔 "조사를 해볼게요!" / "다가가서 말을 걸게요!" / "힘으로 제압할게요!" 하며 문제에 막힐 때마다 다 같이 고민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보니 대견합니다. 물론 오판으로 인해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가진 물건/능력을 통해 어떻게든 극적으로 빠져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는걸 보면 참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2. 언제든 시작 / 종료할 수 있다.

보드게임의 가장 귀찮은 점인 세팅/치우기 과정이 없습니다. 마지막 1분까지 게임을 하다가 "오늘 이야기는 끝 ㅡ !!!" 하면 되죠 ㅋㅋ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지막 1초까지 게임에 사용하진 않습니다. 시간을 틈틈히 확인하며 절체절명의 순간에 "여기까지 ㅡ !!" 하고 끊어버리죠. 그러면 아이들은 "1분만 더해요! 제발!" 하며 애원하는데, 드라마 작가해도 되겠다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ㅋㅋ 아이들이 더 하고 싶어하는 순간에 끊을 수 있도록 이야기의 길이를 절묘하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ㅋㅋ

3. 중간에 인원을 투입 / 빼기가 쉽다.

보드게임은 중간에 인원이 추가되거나 빠지면 난감합니다. 그 자리를 누군가 채워야 하거든요. 그런데 TRPG는 그냥 NPC로 처리해버리거나 난입 캐릭터로 치부하면 되니 별로 어려운 점이 없습니다. 중간에 사정이 생겨 집에 가야 하는 아이들이 많은 환경 속에선, TRPG의 이런 점은 빛이 나죠.

단점

1. 이야기를 만들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아이들인만큼 자극적인 이야기 / 무서운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대신 가슴 두근두근하고 주사위 한번 한번이 아슬아슬한 모험을 그리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인디아나존스를 많이 참고하고 있죠. 전체적인 스토리는 대략 그려놨지만... 세부적인건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즉석에서 지어내야 해서 순발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사실 소인족 이야기도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 지어낸 이야기예요 -_-;; 이렇게 이야기를 질러놓고(?)나면 그 뒤를 어떻게 수습할지 많이 고민합니다.

2. 아이들간의 의견 충돌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있는 만큼 의견충돌이 존재합니다. 소심한 아이일 수록 안전한 루트를, 적극적인 아이일 수록 위험한 루트를 선택하려 하죠. 엄연히 TRPG인 만큼, 플레이어가 아니라 캐릭터끼리의 말다툼으로 유도합니다. 합의가 안되면 결국 캐릭터끼리 지능대결을 벌여 이기는 쪽의 결정을 따르긴 합니다만... 그래도 게임을 하는 것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표정 / 서운함 / 불편함 등의 분위기를 눈치껏 읽어내며 이야기를 절묘하게 지어내고 아이들간의 화합을 이루어 내는게 제법 어렵네요.

3. 보드게임을 안해 !!!

이게 가장 충격적인건데.... 애들이 TRPG를 맛본 이후로 저녁시간 땐 보드게임을 잘 안하려고 합니다.... OTL....

"자메이카 할래?"

"시러요~ TRPG!!!"

"ㅠㅠ 나 버스에서 룰북도 읽고 왔는데? 그거 꿀잼 허니잼이야!!"

"시러요~ 이야기 들려주세요"

"오늘 밤에 쿠한델 할까?"

"시러요~ 어제 이야기마저 해주세요."

"오늘 저녁에 두부왕국 어떠니?"

"으으음... 그건 다음에 하고 이야기게임(TRPG) 해주세요"

"오늘은 다른 게임 하면서 쉬면 안될까? 콜트익스프레스 어때?"

"이이잉~ 오늘 해주기로 했잖아요~~ TRPG!!!!!"

"ㅠㅠ 오늘 목 안좋은데."

"아.... 정말요?"

"응"

".... 그럼 작은 목소리로 해주세요"

"......."

TRPG를 안하는 친구들이 있을 땐 보드게임을 하긴 합니다만... 저녁 때 TRPG 하는 아이들만 남으면 무조건 TRPG 하자고 그러네요. 좋아할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다른 게임들이 찬밥신세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OTL

12월 30일엔 1박2일 캠프가 있는데... 꼬마 여자아이가 제게 쪼르르 오더니 조심스럽게 묻더라구요.

"쌤 캠프 올거죠?"

"그럼~! 가야지. 그 날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놀자."

"네에..."

"왜 그러니?"

"밤새도록 TRPG도 해주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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