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2 모스크바 공방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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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0 12:15

1부: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40847&id=&tb=board_community&game_category=

전쟁에서 승리하는 수단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전력을 모두 무력화시키거나, 상대방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무너뜨려 전의를 상실시키거나 혹은 상대방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빼앗거나 파괴시키는 것이 있겠죠. 수단이 여러가지인 만큼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냐에 따라 전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독일은 소련을 무너뜨리겠다는 목표가 있었으나 수단으로써는 독일 내부에서 갈등이 있었습니다.

천재적인 기갑술로 유명한 구데리안 장군을 비롯한 독일 장성들은 소련의 수도인 모스크바까지 단숨에 진격하여 수도를 무너뜨리는 것이 전쟁에 승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중부집단군에서 2개의 기갑군을 배치받아 모스크바까지 진격하라는 임무를 받았었죠. 개전초기 중부집단군의 엄청난 진격으로 단숨에 모스크바까지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의외의 문제로 발목이 잡히게 됩니다. 남부집단군이 초기목표로 설정한 남부 거대산업도시인 키예프를 점령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리고 있었던 것이죠.

모스크바에 온맘을 쏟는 독일 장성들과 다르게 히틀러는 전쟁의 승리는 수도의 함락이 아니라 상대국가경제를 장악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관심이 소련의 수도인 모스크바보다 소련 남부의 거대자원에 쏠리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히틀러는 거대한 산업도시였던 키예프를 빠르게 점령하지 못한다면 소련의 막강한 자원력을 통해 저항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 생각했죠. 그래서 히틀러는 중부쪽에서 눈부신 진격을 하고 있는 구데리안을 불러들여 키예프를 공격하라 명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모스크바까지 도달하려던 구데리안에겐 수 백킬로를 뒤로 돌아오라는 명령이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죠. 유능한 장군이었던 구데리안이었지만 윗선에서의 "까라면 까"를 거부할 순 없었습니다.

완강하게 저항하던 키예프도 구데리안의 증원군으로 인해 함락되었습니다. 구데리안은 키예프를 함락하고는 바로 원래 목표였던 모스크바로 돌아가려합니다. 수 백킬로를 다시 돌아가는 험난한 여정에 엎친데덮친격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의해 소련의 땅들이 진흙탕이 되어버리고 말죠. 구데리안이 다시 돌아오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다시 모스크바로 진격할 때에는 10월 3일. 전쟁이 시작된 6월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져 많은 수의 군인들이 지쳤고 기갑전력들은 기능고장을 일으키기 일수였죠. 하지만 모스크바 함락까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날짜는 10월 7일.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독일의 진격속도는 빠릅니다. 다만 조금씩 내리는 비에 의해 애매하게 쌓인 눈이 녹아내려 지형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진흙탕이 수렁으로 바뀌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진격을 해야합니다. 3기갑군(초록)과 4기갑군(분홍)이 다수의 소련군을 완벽히 포위하였습니다.

땅을 자세히 보시면 조금씩 붉어지는 게 보이시죠? 소련은 서부유럽과 다르게 도로상황이 굉장히 열악한 편이지만 수도인 모스크바로 통하는 주요도로(빨강줄)만큼은 잘 나 있습니다. 소련군이 방비를 다지기 전에 주요도로를 따라 일심돌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질척이는 땅과 소련군의 저항으로 진격속도가 더디지만 3,4기갑군이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소련군 플레이어가 사람이었다면 굉장히 가슴 철렁한 상황이었겠죠.

구데리안의 2기갑군도 모스크바로 진격하기 시작합니다. 이곳 역시 진흙탕이지만 평야지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거리를 진격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수의 병력이 포위되어 고립되었지만 소련군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독일군의 일심돌파에 맞추어 방어라인을 형성합니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내려 이제 거의 모든 땅이 진흙탕이 되었습니다.

소련군은 주요도로에는 자신의 정예병력을 배치해 독일의 진격을 막습니다. 다른 보병사단들도 지형을 최대한 이용하여 방비를 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그저 무식하게 돌파만 했다간 역포위당하거나 측면을 내어주게 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진격은 매섭지만 제대로 된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곧 그 힘을 잃게될 것입니다. 철도수리부대가 열심히 철도를 고쳐나가곤 있지만 독일의 진격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진흙탕이 되어버린 땅으로 인해 보급차량들의 수송능력도 저하된 상태죠. 보급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지만 진격을 더 늦출 수는 없습니다.

남쪽 부대로부터 날아온 보고서는 굉장히 명료합니다. "밥 줘!!" 바로 코앞에 물류의 중심지인 도시가 있고 다수의 보급품이 있을테니 저기를 점령하면 보급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저기까지 진격하기엔 힘든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