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1 - 아동센터 후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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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오전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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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후기 시작 - !!

즐거움->혼란->빡침이 순서대로 찾아온 기묘한 날이였네요.

오늘은 사우나에 다녀와서 바로 센터로 고고씽 했어요. 노곤노곤... 한 몸을 이끌고 구석에 앉아 "중국에서 빛난 한국의 위인들" 이라는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위인 중 중국과 연관이 깊은 위인들을 소개하는 책이더군요. 참 신기하고 재밌는 내용이 많은데, 아이들은 왜 읽지 않으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전 예전에 방구석에 처박혀 앉아 위인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던거 같은데...

반쯤 읽다가 아이들이 노는걸 잠시 구경했습니다. 단 둘이 숲속의 음악대를 격렬하게 하더군요. 모든 카드에 행동을 정하고 해도, 제겐 많이 쉬운 편이라 1등으로 나간 뒤 다른 아이들을 방해하는 재미로 하는 편입니다.

붐 런어웨이도 했어요. 처음엔 굉장히 괜찮은 게임이라 생각했는데, 하면 할 수록 높은 카드를 성공시키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특히 7은 답이 없습니다. 운이 좋지 않은 이상 성공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다른 플레이어들이 튕겨내기도 정말 쉽고... 카드빨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드래프팅 룰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긴 할 것 같습니다. 헌데 이런 작은 게임에 드래프팅까지 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걸지도 모르겠네요.

마라케시도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돌렸어요.

양탄자 놓는 재미로 하는 마라케시죠. 제가 극혐하는 롤앤무브 스타일의 게임이지만, 워낙 이쁜 게임인지라 별로 거부감이 없습니다.

콤포넌트도 충실하고, 규칙도 쉬운 편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많은 집이라면 한개쯤 구비해놔도 괜찮은 게임입니다.

잠시 쉴겸 사무실에서 책을 조용히 읽고 있는데, 우리 센터에서 말수가 적은 아이가 친구들에게 픽 피크닉을 가르치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픽피크닉은 센터 유행의 선두주자가 된 것 같습니다. 픽피크닉이 Nobody But Us Chicknes 를 눌러버린 듯 하므로 픽 피크닉을 남겨두고 Nobody But Us Chickens 를 캐나다로 가져가기로 결정.

당연하지만 박스는 이미 파손 되었어요. 테이프로 잽싸게 수리 완료.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가 금사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희 집엔 TV가 없는 관계로 금사월의 스토리를 물었더니....

그야말로 대서사시가 펼쳐지더군요;;;;;; 그냥 듣기만 해선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아 종이에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고가 나고, 누가 죽고, 애가 바뀌고, 바람이 나고.... 한편의 소설을 감상하다가 "잠깐, 지금 몇회 이야기야?" 했더니 "4회요." 하는 대답의 돌아왔을 때의 충격이란... 게다가 드라마 제목이 금사월인데, 4편쯔음에 사월이가 태어난다는 소릴 듣고 "주인공이 그렇게 늦게 태어나?" 하고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정말 어렵네요.

그리고 아이들과 붐런어웨이 한판 더!

아브라카왓도 함께 즐겼습니다. 요전에 반칙 하는 것 같다는 후기를 쓴 적이 있는데.... 다른 사람의 타일을 보려고 몸을 내밀땐 "자신의 타일을 먼저 엎어야 한다" 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확실히 정답률이 뚝! 떨어지더군요. 감히 내 앞에서 반칙을 써먹었다니... 요놈의 땅콩들이.... ㅡㅡ +

콤포넌트 문제만 뺀다면 아주 잘 만든 게임인것 같습니다. 부끄럽던 이름들도 점점 입에 붙고 있어요. 하지만 29세 아저씨(?)가 "용용이 파워~~~~" 하고 있노라면 조금 슬퍼지긴 합니다...ㅠㅠㅠ

그리고 루미큐브로 할 수 있는 터키의 유명게임 "Okey"를 해봤어요. 규칙은 동영상&위키피디아를 통해 배웠습니다. 이전 플레이어가 버린 타일을 가져오거나 / 중앙에서 타일을 뽑아와 셋을 만드는 게임인데... 결론은 완전 지루한걸로... 터키에선 굉장히 유명하고 자주 돌아가는 게임이라는데, 그 재밌는 루미큐브 냅두고 왜 이런 게임을 하고 있는걸까요?

역사에 흥미를 많이 가지는 아이들을 위해 타임라인도 했구요.

최근 자주 돌리는 할리갈리 컵스도 함께 했습니다.

물론 귀신같은 속도를 보여주며,

아이들을 대학살.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은... 밸런스를 맞춰주기가 너무 힘들다는거?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집중&진지해져서 큰일이예요 -_-;;

TRPG는 오늘 하려 했으나... 아이들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에 진심으로 화가 나 "오늘 캐릭터게임(TRPG)는 없다!!!!" 하고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요구란 바로, "빨리 하고 싶어요~ OOO는 공부하니까 빼고 해요!!" 하는 칭얼거림이었어요.

OOO가 그냥 일반 아이라면 이렇게 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거예요. 이 OOO 이란 친구는 저와 예전부터 TRPG 를 함께 했던 원년멤버 입니다. 이 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며 "올해도 재밌는 캐릭터게임(TRPG)를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라는 말을 꺼냈기에, 관심 있을법한 아이들을 모아 TRPG를 시작한건데... 정착 그 친구들이란 녀석들은 "OOO이가 공부를 하고 있으니 그 애를 빼놓고 하자"고 떼를 쓰다니...

그 속좁은 의리에 정말로 화가 났었습니다. 불호령을 내리고 매서운 눈으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아이들을 자기 잘못을 깨닫고 깨갱...!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알아서 보드게임을 꺼내서 친구들끼리 놀더군요. 늦게 수업이 끝난 OOO은 냉랭해진 거실 분위기에 어리둥절. 아이들의 잘못을 다시 확실하게 언급해주며 일단 화는 풀었습니다. 물론 오늘의 TRPG는 취소했지요.

내일은 서울쪽으로 올라가 보드게임 모임을 가지기로 약속이 되어있어서 센터를 방문하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겠네... 다음 이야기 궁금한데...." 하며 TRPG를 못한걸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네요.

결국 내일은 서울 모임은 조금 일찍 빠져나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녁은 대충 삼각김밥으로 때우고 곧바로 아동센터로 달려가 TRPG를 해줘야겠어요. 힝... 한국에서 가지는 몇 안되는 모임자리 였는데...

이 놈의 아이들이 뭐라고 제 개인시간까지 줄여가며 이렇게 챙겨주려는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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