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에 풀리지 않는 게임들이 5년 후에 잊혀지지 않을 가능성은?
주변에 게임을 같이 플레이 해 주는 사람은 있지만 게임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하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일단 제가 사야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집에 안 해본 게임들이 쌓여서 사람들이 올 때마다 숙제처럼 새 게임을 꺼내서 소개시켜주고 같이 플레이하곤 합니다. 물론 다들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라 일단 하면 다들 좋아합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2,3 게임 정도를 하고 정령섬이나 가이아 프로젝트, 테라포밍 마스처럼 반복적으로 플레이 하는 게임들도 있다보니 나머지 대부분의 게임들은 한 번 이상 플레이 하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왠만하면 신작보다는 몇년 전에 나온 작품 중에서도 아직도 플레이 되고 있는 게임들을 사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킥스도 왠만하면 기존에 나왔던 게임들의 디럭스 버전을 주로 사게 되구요. 그리고 제가 미국에 있고 유명한 게임의 영문판은 품절 될 일이 거의 없으므로 품절될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바로 구매해야하는 불안감도 없는 편입니다.
문제는...요즘 회사들이 킥스타터에 맛을 들리고, 게임성에 자신이 있는 경우에는 리테일에 풀지 않고 킥스 이후에는 퍼블리셔 홈페이지에서 밖에 살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요즘 레니게이드에서 My father's work이라는 시나리오 기반의 일꾼 놓기 게임을 킥스타터에 내놓았는데 가장 상단에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 글이 저를 흔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리테일에서 팔지 않고 킥스타터 이후에는 레니게이드 홈페이지에서 더 비싼 값에 팔릴 예정입니다" 결국 이 게임을 사고 싶다면 지금이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겠죠.
리테일에 풀리지 않으니 저처럼 신작을 기다렸다가 사는 입장에서는 지금 못사면 가장 싸게 살 기회를 놓치게 되는거라 갈팡질팡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든 의문은 리테일에 풀리지 않은 게임 중에서도 몇 년 후에도 여전히 플레이가 되는 게임이 뭐가 있을지 궁금하더라구요. 작년에 리뷰어들이 최고로 꼽는 게임 중에 엘더베일의 거처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 역시 리테일에 풀리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구할 수 있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아무리 리뷰어들한테 고평가를 받았어도 작년 golden geek award 후보작에도 못 들더라구요. 아무래도 리테일에 안 풀리면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람 숫자가 적기 때문에 벌써 100위권에 진입한 다른 2020년 몇몇 작품들과 달리 아직 300위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300위도 어마어마하게 높은 순위긴 합니다. 그래도 300위에 머무는 게임이면 1년 반짝하고 잊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퍼블리셔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팔기 시작했을 때 꾹 참고 넘겼습니다.
그 외에 Chip Theory Games도 자사의 게임들을 리테일에 풀지 않고 홈페이지에서만 구입할 수 있게 해놨죠. 그 중 투매니 본즈는 그러한 악조건을 딛고서도 벌써 50위 안에 안착한 게임이라 클라우드 스파이어 킥스 때 냉큼 구입을 했습니다. 사실 클라우드 스파이어도 게임성은 좋은 것 같은데 1:1 또는 2:2로만 할 수 있는 제약 때문인지 의외로 더 올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더라구요.
7대륙도 리테일에 팔지 않기로 했던 게임인데도 나오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10위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물론 그 후에 리테일 버전을 따로 만들긴 했지만, 긱 플레이 로그를 보면 아직은 잊혀지지 않고 플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주저리주저리 적었는데, 사실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My father's work이 5년 후에도 플레이 될만큼 훌륭한 게임일까요? 아니면 새로 나오는 유명한 게임은 거의 빠짐없이 해보는 신작러들 사이에서만 1년 반짝 떴다가 사라질 게임이 될까요? 사실 쓰다보니까 답은 이미 나와 있네요. 유명하면 확장이 나올테니 그때 본판이랑 같이 사면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