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5 - 아동센터 후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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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오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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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갑자기 확 추워졌군요. 감기 조심합시다!! 오늘도 아동센터로 고고씽!!!

아동센터 문을 열어보니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컨셉트를 하고 있네요. 모든 아이에게 모든 게임을 가르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규칙을 빠르게 습득하는 몇 아이들에게 서로 다르 게임을 가르쳐뒀더니, 이젠 제가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는 훈훈한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지나가면서 슥~ 힌트를 보고 "OOO 이네?" 했더니 정답 -_-; "아 선생님!!!!!!!!!" 하는 아이들의 원성을 뒤로하고 "미안~"하고 말하며 후다닥 사무실로 들어갔어요 ㅋㅋㅋ

꼬꼬마 저학년들을 데리고 아브라카왓을 가르쳐주었어요. 하면 할수록 재밌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하면 할수록 콤포넌트가 영 부실하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드네요. 몇번을 해도 블록 내의 마법타일이 밖으로 삐져나오는건 너무나 불편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순위에 오르는가 싶더니... 점점 입소문을 타고 "쌤~ 아브라카왓 가르쳐주세요~"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네요. 아이들 사이에서도 재밌다고 소문이 났나봅니다. 저 개인적으론 비슷한 게임인 다빈치코드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알려준 게임은 루미큐브. 고전게임(?) 하면 떠오르는 게임 중 하나지요. 보통 이런 게임을 알려줄 땐 소규모의 똑똑이 & 똑순이들만 우선적으로 알려줍니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 하면 게임 내내 "이해 못하겠어요" / "너무 어려워요" / "다른거 해요" 하며 칭얼대느라 게임의 흐름이 끊기거든요.

두번째 게임이라서 그런걸까요? 오늘은 제법 잘 따라오길래 다른 저학년들도 옆에 앉히고 어떻게 게임을 진행하는지 지켜보도록 & 도와주도록 했습니다. 때론 제가 앉아서 시시콜콜 다 설명하는 것 보다, 친구와 함께 실수 & 착오를 통해 터득해 가는 방법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더군요.

다른 봉사자도 루미큐브에 흥미를 붙이더니 자리에 앉아 함께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보드게임의 마력은...

처음엔 다들 헤메는가 싶더니, 제가 타일을 찢고 붙여가며 손패를 줄여가는걸 보고 금세 따라하더라구요.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 좋은 전략은 설명해주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은 듯 합니다.

다들 열심열심~

물론 경험자인 제가 한끗차이로 먼저 손을 털면서 승리! 원래 루미큐브는 여러판을 하여 점수를 가지고 승부를 가르는 게임인데... 센터엔 학습 프로그램이 가득하기에 그렇게 장시간 게임을 할 수 없어 그냥 단판 승부로 놀아요.

그리고 악마의 게임 미니빌.... 제가 사는 카드마다 주사위 눈이 안나오게 되는 더러운 악마의 게임....

아이들은 정말 좋아하지만, 솔직히 저는 미니빌의 시스템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입니다. 아이들이 이 게임을 가져오면 "윽..." 소리가 나오죠. 제가 전형적으로 싫어하는 "굴려서 결과 적용" 시스템이거든요. 같은 주사위 게임이더라도 "굴린 후 주사위 눈으로 전략을 결정"하는건 괜찮습니다. 게임이 나를 조종하는게 아니라, 내가 게임을 조종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뭐... 애들이 좋아하니까 해주긴 하지만 이 게임을 할 때만큼은 그냥 정신줄을 놓고 아무생각 없이 합니다. 이번 게임에서 돈을 탈탈 털리는 3을 10번 가까이 굴린것 같네요.

사내아이들이 간절하게 원하던 콜트도 해보았어요~ 역시 상을 받은게 납득이 될 정도로 가볍고 유쾌하게 잘 만든 게임입니다. 테마도 잘 녹아있고 캐릭터마다 개성도 잘 살아있구요. 터널을 지날 땐 카드를 엎어서 놓는다~ 는 컨셉도 아주 흥미롭네요. 유일한 단점은 돈/보석/가방이 너무 작다~ 지만 게임성이 워낙 좋아서 그런 단점쯤은 가볍게 씹힙니다.

규칙조차 아주 쉬워서, 아이들끼리 꺼내서 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두었습니다. 유일하게 애매한건 각 시나리오마다 마지막에 적용하는 이벤트 아이콘들이 좀 모호하다는건데... 사실 그냥 빼놓고 해도 충분히 재밌어서, 고학년들은 룰북을 찾아서 적용하도록 & 저학년들은 그냥 하도록 할 생각이예요. 정말 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인기있는 두부왕국도 했어요. 한 아이가 6연속 공주가 되는 기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_-;;;;

참, 요 몇일간 제가 여행 + 김장 때문에 아동센터에 방문하지 못했는데...

센터에 와보니 이렇게 재미난 흔적이 남아있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자기들끼리 직접 만들어서 했나봅니다 ㅋㅋㅋㅋㅋ 귀엽기도 해라~

마지막은 노땡스! 몇번이고 언급한 내용이지만... 센터에 있다보면 온갖 임기응변을 통해 없는 게임도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여야 합니다. 노땡스가 그런 부류에 속하네요. 숫자는 잭스님트로... 칩은 달무티 카드로 대신했어요. 규칙이 워낙 쉬운지라 아이들도 금방 적응하고 함께 어울려 놀았습니다ㅡ만 악랄한 제 플레이에 "쌤 나빠요!!" 소리를 엄청나게 들었네요 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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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약간의 썰~ 센터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늘 고민하는 세 가지.

1. 인력이 부족해요

아동센터에선 봉사자 인력이 굉장히 모자랍니다. 와서 센터를 청소해주거나 수업 조금해주고 가는 봉사자는 있지만, 저처럼 아이들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봉사자는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동관찰 + 공부지도 + 청소지도 + 식사지도 + 놀이지도 + 분쟁조절 등 다양한 역할도 하고있어서... 이렇게 매일 8시간씩 보내다보면 아이들과 친해질 수 밖에 없죠.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저랑 놀고 싶어해요.

몸은 하난데 4~5개 그룹의 아이들이 서로 게임하자고 하면 어찌해야할 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본인의 책임을 다한 아이하고만 놀아준다"는 규칙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2~3 그룹이 동시에 나오면 우선순으로 해줄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다보면 서운해 하는 아이도 나오고~ 몇일 연속으로 같이 놀지 못하는 아이도 생깁니다. 마음 같아선 모두와 놀아주고 싶긴 한데 한계가 있지요. 이건 6년째 고민하고 있는데 영 해결책을 못찾겠네요. 비슷한 문제가 또 하나 있는데... 수많은 아이들이 자기와 밥을 먹길 원합니다. 이것 역시 매일 돌아가면서 앉아주긴 했지만, 그것도 지쳐서 지금은 혼자 주방에서 조용히 먹어요. 음... 어째야 할지 이래저래 고민 중입니다.

2. 아이들이 달라붙어요!

센터에서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백종원씨처럼 팔짱을 끼고 있거나 팔짱 + 한쪽 손을 턱에 붙인 채로 있습니다. 제가 서있을 때의 손 위치가 아이들의 몸 & 허리쪽에 위치하기 때문인데요. 오해 받을 수 있는 & 불필요한 스킨십은 하지 않으려다보니 생긴 습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달라붙는 아이들은 달라붙습니다 -_-;;; 허리춤에 안기거나, 제 다리에 매달리거나, 다른 아이와 대화하려고 쪼그려 앉아있으면 등에 업히는 행동이 대부분인데요... "어허! 선생님에게 달라붙으면 안돼~" 하면서 곧바로 떼어내지만 영 효과가 없네요.

버럭 화를 내야할까? 싶지만 악의없이 애정표현 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것도 이상한 일이고... 자조치종을 설명해도 아이들은 진지한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지 않고... 흐음 고민입니다. 다행히 6년간 지켜봐온 선생님들이 저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덕분에 때때로 정신줄 놓고 같이 간지럼피고 놀고 있더라도 믿어주십니다. 다른데 같으면 주의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인데... 믿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예요. 놀이가 끝나면 철저하게 팔짱을 고수하며 아이들을 안만지려 하는 등, 선을 넘지 않으려 행동하니 그런가봐요.

속마음은 아이들과 마음껏 놀아주고 싶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하니... 늘 고민 중입니다.

3. 다양한 모습

센터에 갈때면 언제나 다양하고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정색하며 칭찬하기(?) 컨셉을 밀고 있어요. 한 아이가 저를 빤~히 보고 있으면,

"응? 어이!! 뭘 보고 있어! 딴데 봐! 하여튼 엄청 이쁜 것들은 꼭 남을 쳐다본다니까. 이래서 이쁜 것들은 안돼. 안그래도 이쁜데 이쁜짓만 골라하니 스트레스다 정말."

완전 정색하며 말합니다. 욕처럼 들리는 칭찬에 아이들은 꺄르르르르륵ㅡ 웃으며 도망가거나 기분 좋아하며 더 노려보죠 ㅋㅋㅋㅋㅋ

그 밖에도

"OOO아, 거기 서있지마."

"왜여?"

"꽃이랑 같이 서있으면 누가 꽃인지 알아볼 수가 없잖아. 사람들 불편해 하니까 딴데 있어."

"우웩루멘ㅇ루메냐뤰ㄴ야뤠ㅑㅁ니ㅏㅇ러ㅣㅏ ㅡ !!!!"

"OOO아, 널 보고 있으면 내 옛날 모습 같아."

"왜여?"

"너무 잘생긴거 아니니? 나도 예전엔 그랬거든. 그래서 주변에 피해를 끼쳤단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니아러ㅣㄴ암러ㅣㅏㅁ너라ㅣ먼ㅇ리ㅏ ㅡ !!!!!!"

(아이가 옷에 음식을 흘린걸 발견)

"OOO이는 너무 착한거 같아."

"왜여?"

"옷이 배고플까봐 옷에 급식을 나눠준거 아니니?"

(옷에 묻은걸 발견함)

"끼ㅑㅓ이ㅏ런이ㅏ러ㅣㅏㄴ어라 ㅡ !!! 그냥 흘린거예요!"

"가끔 OOO이의 친절함에 쌤은 감동하게 되더라구. 얼굴도 귀여운데 마음씨까지 고우니...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지 마. 나에게 오렴."

"민ㅇ러ㅏㅣㅁ넝라ㅣㅓㅁㄴ아 !!! 필요없어요! 지금 당장 닦을거예요!!!"

"ㅋㅋㅋㅋㅋ 닦아내고 오렴"

===

이러며 정색하고 느끼한 개드립을 던지면 반응이 폭발합니다 ㅋㅋㅋㅋ 헛구역질 하는 아이들을 보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실인걸." 하고 히죽 웃는 능청스러움은 필수!!

이렇게 상황에 따라 바보 & 느끼 & 헛소리 & 엄격 & 친절 & 상냥 .... 온갖 종류의 캐릭터를 보여주곤 있는데... 뭔가 더 재밌으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캐릭터가 없는지 고민중이예요. 개그프로그램을 전혀 보지 않으니, 아이들은 어른의 어떤 모습을 보고 즐거워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음... 이 역시 매일매일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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