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없던 트레지디 루퍼에 펀딩을 들어가기까지 심경변화를 정리해 봅니다.

초코나라에민초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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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12 오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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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작성하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직접 해보지 못하고 곰잼님의 오늘 트레지디 루퍼 라이브를 본 후 구매를 결심한 보린이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내용이 장황하고 의식에 흐름대로 써서 두서없을 수 있으니 많은 양해 바랍니다.

혹시나 잘못된 내용이 있거나 불편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시세요.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그럼 본론 들어갑니다.

요즘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게임도 못돌리고, 요즘 경제적으로도 너무 어려워서 여러가지로 보드게임을 구경만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모임이나 주변에 보드게이머가 없어서 일반인 친구들을 꼬셔서 게임을 돌리던 상황이었으니 더욱 현타가 올 수 밖에 없었죠.

그런 와중에 본 트레지디 루퍼의 펀딩은 솔직히 관심 밖이었죠.

하지만 요즘에 올라오는 몇몇의 글과 트레지디 루퍼 설명영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곰잼님 방송에서 플레이 하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트레지디 루퍼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펀딩에 들어갔습니다.

혹시나 트레지디 루퍼에 관심이 없던 분이라도 트레지디 루퍼에 대한 한곰님의 영상과 곰잼님 영상을 보고, 만약 조금 관심을 가지시게 된다면 곰잼님이 오늘 하신 라이브 영상가지 한 번 보시기를 강력 추천 드립니다.

우선, 트레지디 루퍼에 관심을 안가졌던 이유를 대충 정리하자면,

1. 티알피지 느낌에 텍스트만 읽다가 끝나는 그런 추리게임인 것 같다.

2. 보드게이머가 없는 상황에서 나는 결국 주모자 역할만 하면서 남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것만 보고 들러리를 서게 될 것 같다.

3. 몇 번의 시나리오를 깨면 그 이후부터 비슷비슷한 상황으로 반복하는, 즉 리플레이성이 너무나 낮을 것 같다.

4. 일러스트가 마치 예전 그래픽만화의 다소 엉성하고 촌시러운 느낌이 든다.

이렇게 네가지입니다. 위 네가지가 모두 이번 라이브에서 확실하게 깨져서 바로 들어갔습니다.

1. 트레지디 루퍼는 티알피지 느낌의 추리게임이 아니다,

학창시절 우연히 D&D룰북을 구해서 티알피지 마스터를 경험해 봤었습니다.

티알피지는 마스터가 게임을 하나부터 열가지 모두 설계를 하고 배치를 하고, 심지어 결과까지 다 안배해 둘 만큼 알고 있지만, 플레이어로 참여하여 게임을 함께 즐기는 것이 가능하지요. 이는 티알피지가 가지는 자유도 때문이며, 결국 친구들과 떠들어 대면서 하하호호 할 수 있는 그 재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트레지디 루퍼는 할수 있는 행동이 정해져 있습니다. 기껏해야 인물들을 옮기고, 몇가지 상태토큰을 올리는 것 뿐이지요. 그러니 시나리오만 읽다가 끝나는 추리게임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본 바로는 전혀 달랐습니다.

'트레지디 루퍼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아는 시나리오가 아닌 발동조건을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시나리오의 배경에는 네러티브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게임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어떤 조건이 달성했을 때에 어떤 결과가 나타난다 뿐입니다. 할수 있는 일이 지극히 작기에 자유도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을 제약을 지극히 줄임으로서, 오히려 자유도를 높여버렸습니다.

그럼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가지고 추리를 만들어가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상호작용이었습니다.

주어진 결과값은 정해져 있지만, 그것을 움직이는 이(주인공)와 결과를 알고 혼선을 주어 막으려는 이(주모자)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티알피지와 같으면서도 다른 트레지디 루퍼만의 자유도가 발생합니다. 참 재미잇는 것이 각 중심사건은 정해져 있고 플롯은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으로 알아가며, 이 플롯을 짜임새 있게 만드는 네러티브는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통해 즉석에서 만들어집니다. 전 여기서 충격을 먹었습니다.

추리게임들은 대부분 주어진 상황을 보고, 힌트를 얻어서 그 단서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답을 찾아가고, 이 답들이 모여 큰 결론에 도달하지요. 여기서 힌트를 얻는 것은 플롯을 얻는 것이고 힌트는 게임에서 제공한 네러티브가 됩니다. 그리고 이 플롯들을 모아 알게되는 해답이 바로 중심사건인거지요. 근데 트레지디 루퍼는 이 네러티브를 플레이어에게 맡겨버립니다. 즉 살인이 일어나는 개연성을 찾아라. 플롯을 오픈해 버리고 네러티브를 만들어라는 것이죠.

네러티브를 창작하는 게임이 있다는 것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보통게임에서 정해주는 것을 막아버리고, 찾아야 하는 것을 오픈하여 만드는 이야기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이었습니다.

2. 주모자는 구경꾼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한명의 플레이어이다.

곰잼님께서 밝히셨듯이 이 게임은 티알피지와 비견되기 보단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이 더 맞다는 표현에 아주 공감했습니다. 화이트채플에서 잭은 수사관들의 수사망을 피해 도망을 갑니다. 그러면서 헛다리 집는 수사관들을 보고 속으로 놀리기도 하고, 때때론 잡힐 것 같아서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느끼는 게임이지요.

트레지디 루퍼는 여기서 하나를 더합니다. 바로 혼선이란 것이죠. 말 그대로 자신이 옮긴 케릭터들이, 그리고 장소에 무여한 상황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일수도 있지만, 혼선을 위한 뻥카일수도 있지요.

오늘 플레이 영상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는데, 게임 중간에 곰잼님이 신사에 어떤 상황 토큰(정확하게 명칭이 기억이 안납니다. 혼란이었던가 그랬던것 같아요...)을 놓았는데 끝나고 복귀할 때 아무 의미 없었던 그 행동이 주인공들을 착각하게 만든 그런 효과를 발휘했죠.

그리고 영상에서 보면 알겠지만, 곰잼님은 특유의 그 능글거림으로 세분들을 약올리는 듯한 장면이 아주 많이 나왔습니다. 막바지쯤에는 현우님꼐서 끝까지 말씀을 하진 않고 그냥 곰잼님 부르고 난 뒤에 말을 아끼시긴 했지만, 약간 약오른(?) 반응을 하는 그런 모습을 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곰잼님께서 고른 시나리오가 어렵다는 평을 듣는 시나리오이긴 했지만, 그래도 첫 주모자 플레이었는데도 허수를 섞어가며 게임을 진행했다는 것은 주모자가 단순히 들러리가 아니라 오히려 성향에 따라서는 주인공들을 들러리 세우는 게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화이트채플을, 더 간단한 도망자를 해 본 사람들은 확실히 알것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은 반드시 잭, 혹은 도망자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죠. 이 게임을 구매해서 함꼐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주모자의 역할을 탐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3. 리플레이성은 무궁무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추리게임의 리플레이성은 어쩔 수 없이 낮습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했듯이 네러티브를 게임이 제공하고 플레이어들은 이 네러티브들을 모아서 플롯을 맞춰가는 시스템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제가 보린이라 몇가지 게임을 못해봐서 확신을 할 순 없지만, 그나마 해 본 추리 게임중에서 리플레이성이 담보되어 있는 게임은 화이트채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도 생각해 보면 당연한게 네러티브를 만드는 요소가 바로 잭의 족적이니깐요. 하지만 단순히 이동경로 하나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정해진 패턴대로 갈 수 밖에 없더군요. 결국 잭의 위치에서 최소 얼마 정도 갔을 것이다고 정한 후 범위를 좁혀가는 개연성은 매 게임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트레지디 루퍼는 화이트채플보다도 더 이러한 시스템을 비틀었습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살인 이유나 어떤 도구를 사용했냐하는 가장 기본적인 답과 같은 단서를 찾는 것을 포기한 대신, 주요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행위는 어떤 결과인지를 해석해야 하고, 왜 일어난 것인지를 유추해야 합니다. 즉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이 만들어지는 디테일을 찾는 것이 이 게임이죠. 그렇기 때문에 매 게임은 케릭터의 직업이 바뀌는만큼, 장소가 바뀌고 그 장소에 있는 케릭터가 달리지는 만큼, 올라가있는 토큰이 달라지는 만큼 게임은 다른 양상을 띌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동만 하고 상태를 바꾸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각 케릭터의 능력,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 대한 능력, 마지막으로 상황 회피에 대한 능력. 이 세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게임인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 게임은 정말 불친절한 게임입니다. 세상에 추리게임의 퀄리티와 연관되어 있는 힌트를 플레이어에게 맡겨버리는 그런 파렴치한 일이 어디있습니까?

이 파렴치한 일로 이 게임은 결국 리플레이성을 얻었으며, 유저들이 수 많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4. 일러스트는 진짜... 눈에 안들어오는 상황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솔직하게 말해서 일러스트는 정말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 일러를 좋아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것이고, 이것은 어디나 취향 문제입니다.

사실 제가 게임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일러스트입니다. 그래서 카나가와나 보스크를 플레이하면서도 아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지요.

트레디지 루퍼를 처음 봤었을 때, 진짜 그냥 2000년대에 유행한 양상형 디지털 만화들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취향을 가진 제가 서스럼없이 펀딩에 들어간 이유는 오늘 플레이를 보고 나서 입니다.

오늘 차마 MTS게임즈 대표이신 현우님께 일러에 대해선 말씀드리진 못했지만, 다른 분이 질문하신 토큰이나 카드 뒷면의 가독성에 대해서는 TTS라는 것을 감안할 것. 그리고 실제로 게임을 출시할 때엔 최대한 퀄리티를 높여 게임에 지장없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단 거기서 안심을 얻었으며, 두번째로는 게임을 보면서 일러스트가 방해가 된다는 것은 없었다는 점이 제겐 큰 안심이 되었습니다.

사실 게임을 할 때에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것을 방해하는 일러와 내가 싫어하는 일러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면 퍼레이드를 할 때 일러스는 제가 좋아하는 느낌은 아닌데 오히려 이상한나라의 엘리스라는 느낌이 잘 다가와서 퍼레이드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와이어트 어프의 경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서부풍의 일러들이 게임을 할 때엔 오히려 너무 번잡해서 방해가 된다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컨셉이나 배경이 게임을 즐기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타입이기에 발생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각설하고, 마찬가지로 이번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표지에서 보던 일러스트와 케릭터 카드로 구현된 게임안에서 진행할 때의 일러스트는 확실히 주변과 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실제 게임을 하면서 이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일러 덕분에 예전에 했던 추리책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왜 상황이 벌어지고 A를 선택하면 8페이지로 가시오, B를 선택하면 25페이지로 가시오 이렇게 선택지별로 내용이 바뀌는 만화책들을 보던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결국 펀딩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들어갔으니 당연히 뭘 생각하겠습니까?! 풀확장 아니겠습니까?

비록 10일이 남은 지금은 84%지만, 실제 금액은 3,360여만원에 참여 인원은 567명입니다. 보통 이정도숫자면 적어도 200%이상 달성인 숫자이지요.

결국 MTS게임즈에서 기준을 게임을 내기만 급급해하는 회사들과는 다르게 아주 현실적인 금액으로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본적인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장치이자, 오히려 더 신뢰가 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죠.

오늘 방송에서 현우님께서는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이 모든 확장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말씀하시더군요.

비록 경력이 짦은 보린이지만, 지금까지 트레지디 루퍼와 같은 게임을 본 적은 없습니다. 길고 두서없게 쓴 글이지만, 혹시나 제 글을 읽고 트레지디 루퍼가 궁금해 지신다면,

위에도 말씀드렸듯이 보드라이브의 한곰님의 리뷰를 보고, 그 다음에 곰잼님의 리뷰를 본 후, 그래도 혹시 긴가민가하시면 오늘 곰잼님 라이브 방송까지 한 번 살펴보십시오.

직접 방송을 보시면 분명 게임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구나 하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으실 겁니다.

특히 저처럼 일러스트때문에 꺼려하셨던 분이라면 꼭 살펴 보십시오.

다음은 트레디지 루퍼의 펀딩페이지로 연결된 링크입니다.

https://tumblbug.com/tragedylooper

두서없는 길기만 한 글 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로지 오늘 곰잼님 방송의 플레이 영상만을 보고 쓴 글이기에,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불편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나 모자람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가르침을 받아 수정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면서 글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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