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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

3,543 조회

2015.11.23 00:08

Grand Austria Hotel

인원 2 ~ 4 (4인플 비추천)

시간 - 사람 당 25분

난이도 - 중

언어 요소 - 없음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이하 GAH)촐킨, 마르코 폴로를 디자인했던 Simone Luciani가 Daniele Tascini와 떨어져 에기지아의 작가와 협업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기대를 했던 게임이니다만.. 여태까지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긱 순위도 낮고, 주목도도 낮아 크게 재밌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습니다. 호텔 테마를 어떻게 잘 버무려냈을지, 주사위로 만든 전략 게임이 마르코 폴로와는 얼마나 달라졌을지 그런 기대만 있었죠. 그런 저의 생각을, 멋지게 배신한 작품이 GAH입니다.

세팅 설명은 생략합니다.

GAH의 룰은 쉬운 편입니다.

게임 진행을 설명드리자면, 순서를 정하고, 각자 자신의 턴 마커를 가져갑니다. 선이 인원 수에 맞는 주사위를 모아 굴립니다. 그리고 눈금에 따라 액션 보드 위에 주사위를 배치해놓습니다. 이제 턴 마커의 번호가 가장 적은 플레이어부터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턴에 할 수 있는 액션은 세 가지입니다.

1. 손님 호객 (선택)

2. 주사위 액션 OR 패스 (필수)

손님 호객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다만 호객을 하면 이미 턴을 가진다는 것이므로 패스는 불가능합니다. 손님 호객은 한 턴에 한 번씩 가능하므로 한 라운드에 총 두 번까지 가능합니다. 대기열에 있는 손님 중 한 분을 선택하여, 하단의 비용을 지불하고 개인 보드의 카페로 모시고 와 배치합니다. 이 때 빈 공간이 없다면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며, 카페에 있는 손님을 임의로 쫓아낼 순 없습니다. (손님이니까요!)

주사위 액션은 6가지가 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1. 해당 액션 칸의 주사위 갯수만큼 슈트르델(갈색)과 케이크(흰색)을 가져옵니다. 이 때 케이크는 슈트르델의 수보다 많을 수 없습니다. 이 때 획득하는 메뉴들은 즉시 손님에게 대령하거나, 개인 보드의 카페로 갑니다.

EX) 1 주사위 2개 있었다면, 1 슈트르델 1 케이크이나 2 슈트르델은 되지만, 2 케이크는 안 됨.

2. 1번과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가지고 오는 것은 와인(빨강)과 커피(검정)이라는 것입니다. 커피를 와인보다 많이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3. 해당 액션 칸의 주사위 갯수만큼 방을 배치합니다. (빈 방으로.) 이 때 방 배치 규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기존 방과 인접할 것

<2> 방 칸이 놓이는 층에 따라 돈을 지불합니다.

<3> 방 칸과 방 타일의 색을 일치시킵니다.

4. 해당 액션 칸의 주사위 갯수만큼 돈 또는 황제 트랙을 전진시킵니다. 원하는만큼 섞어서 사용해도 됩니다. 1, 2 와 같은 제약은 없습니다.

5. 해당 액션 칸의 주사위 갯수만큼 할인받아 직원 카드 한 장을 내려놓습니다. 0원보다 내려갈 수는 없습니다.

6. 1원을 내고, 1~5 중 선택하여 실행합니다. 이 때의 주사위 갯수는 해당 칸이 아닌, 6칸의 주사위 갯수로 계산합니다.

주사위 액션을 시행하고 나서 사용한 주사위를 가져와 자신의 해당 턴 마커 위에 올려둡니다. 액션을 하고 싶지 않다면 패스를 합니다. 패스한 플레이어 다음 플레이어가 진행하면 됩니다. 패스한 플레이어들을 제외하고 턴 마커 위에 주사위가 모두 올라갔다면, 현재 보이는 눈금(주사위로 가려지지 않은 눈금)이 가장 작은 플레이어가 남은 주사위 중 하나를 제거하고 다시 굴립니다. 그리고 다시 배치하고, 원래처럼 진행하면 됩니다.

또한 액션을 시행할 경우, 보조 액션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보조 액션은 1번을 제외하고 무한대로 할 수 있습니다.

1. 1 크로네를 지불하고 시행하는 액션의 주사위 갯수가 하나 많은 것처럼 취급합니다.

2. 1 크로네를 지불하고, 카페에서 손님에게로 먹을 것을 대접합니다. 3개까지 가능합니다.

3. 현재 목표를 달성한 정치 카드 위에 디스크를 올려 승점을 획득합니다. (한 정치 카드에는 한 번만 득점 가능합니다.)

4. 라운드 당 한 번 사용 가능한 직원 카드 중 사용하지 않은 카드를 사용합니다. 그 후 뒤집어 놓았다가 라운드 종료 후 공개합니다.

5. 요구를 만족한 손님을 방으로 옮깁니다. 해당하는 색깔의 방 (노랑, 빨강, 파랑은 해당 색깔로 들어가며, 녹색은 아무 방이나 들어갑니다.)을 뒷면으로 뒤집고, 손님 카드를 버립니다. 손님 카드의 보상 (승점 + 보상)을 획득하고, 혹 개인 보드의 방 중 완성된 그룹이 있다면 크기와 색깔을 참고하여 보상을 획득합니다.

라운드는 더 이상 가져갈 주사위가 없거나, 모두의 턴 마커에 주사위가 꽉 찼을 경우 종료됩니다. 3, 5, 7라운드 종료 시에는 현재 위치한 황제 트랙에서 점수를 획득합니다. 그리고 해당 라운드 수만큼 황제 트랙에서 내려간 뒤, 타일에 따라 검은 칸이라면 벌을, 노란 색 칸이라면 보상을 획득합니다. 1, 2 칸이라면 아무 것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7라운드 종료 후에는 최종 점수 계산을 합니다. 직원 카드의 승점, 완성된 방의 승점(1층은 각 1점, 2층은 각 2점 ...), 남아있는 음식과 마실 것 당 1점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카페에 남아있는 손님마다 5점을 잃습니다.

<총평>

엄밀히 말해서,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은 참신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공동 주사위 풀도 많은 게임에서 차용했었고, 직원 카드는 아그리콜라의 직업 카드를 연상시킵니다. 손님(미션)을 가져와 대접(자원 지불)을 하고 유치(보상 획득)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게임에서 활용하는 요소죠. 황제 트랙은 점수 계산 후 떨어뜨린다는 것 외에는 다른 게임들의 점수, 업그레이드 트랙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새로운게 정치 카드 정도일까요.

하지만, 이 기존 요소들 사이에서 작가의 센스가 빛이 납니다.

공동 주사위 풀을 사용하지만, 같은 눈금의 주사위가 많아야 이득이 많습니다. 따라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순서는 A B C A B C 가 아니라, A B C C B A 순서로 움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서 어떤 순서로 주사위를 가져와야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요소는 밸런스를 잡아주는 장점으로도 작용하지만, 장고에 따라 게임이 늘어지고, 4인이 되면 선 플레이어는 자신 플레이 후 6번을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단점으로도 작용합니다. 하지만, GAH의 주사위 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직원 카드는 아그리콜라의 전례에서 봤듯, 매 게임마다 달라지는 세팅으로 각 플레이어의 전략을 바꿔줍니다. 또한 보상에 따라서 더 뽑아쓸 수도 있고, 직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도 많아서 콤보를 뽑아내기가 훨씬 더 수월해졌습니다.

손님은 단순히 각 보상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종료 후 방 층 수에 따라 보상을 주고, 같은 그룹에 따라 다양한 보상(점수, 돈, 황제 트랙 전진)을 줍니다. 따라서 손님을 데려올 때 어느 방에 넣을 것인지, 방 여분은 있을지 고민하면서 데려와야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단순 미션이 아닌, 정말 손님을 모셔야합니다. 방이 없는데 손님을 데려와봤자, 카페에서 시간이나 때우고 있을테니까요.

황제 트랙은 3, 5, 7 라운드에 따라 다른 보상 / 벌을 주고, 게임 종료 후에는 승점을 제공합니다. 보상은 그렇게 센 것이 아니지만, 벌들이 대체로 강력하므로 게임 내내 너무 풀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정치 카드는 너무 산만해질 수 있는 게임의 방향성을 잡아줍니다. 또한 먼저 획득하는 플레이어가 더 큰 보상을 받으므로, 남들보다 앞서가야합니다. 그렇지만, 점수가 잘 나는 게임 특성상 (보통 75점 이상은 넘는 것 같습니다. 첫 플에서는 못 해서 10점도 안 나오는 사태가.. ㅠ) 15점과 5점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목표를 달성하는데 치중할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승점을 챙길 수도 있습니다.

각 요소에 관한 말을 마치고, GAH에 대한 최종 평가를 하기 전에, 잠깐 제가 생각하는 주사위 전략 게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주사위 전략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은, 전략과 운이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타 전략 게임(이를테면 케일러스, 러시안 레일로드, 아그리콜라 등)과 다르게, 라 그랑하와 트루아, 버건디 등은 운의 요소가 더 커집니다. 그 요소가 좀 더 적은가, 많은가. 그 운의 요소를 어떻게 보정할 것인가의 차이일 뿐이죠. 그렇기에 다른 게임이라면 몰라도, 주사위 전략 게임에서 "운이 안 좋아서 졌다"거나, "운이 좋아서 이겼다" 라는 말은 무의미합니다. 어차피 모두가 동등한 리스크를 지고 가는거고, 그런 불평을 할거라면 애초에 주사위 게임을 해선 안 되겠죠. (그렇다고 가볍게 얘기하는 것까지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상기한 게임들은 남과의 싸움일 뿐만 아니라, 확률과의 싸움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온전하게 확률만 있다면 전략 게임이라고 할 수 없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보정을 가합니다. 재굴림, 남의 주사위 구입, 주사위 눈 보정. 이 방식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인데, 트루아나 버건디처럼 순수한 눈금 가치에는 거의 차등이 없는 방식으로 두어 사오거나, 눈금을 보정하게 구현하기도 하고, 킹스버그처럼 주사위 눈금에 따라 가치를 차등으로 두어 올리는 쪽에 중점을 두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후자가 운적인 요소가 더 강하겠죠.

명작으로 언급되는 작품들은 그 중에서 균형을 잘 잡은 것들입니다. 만약 트루아가 남의 주사위를 사와서 재굴림하거나 뒤집을 수 있다면, 버건디에서 6 주사위가 일꾼 토큰을 12개 준다면, 라 그랑하가 각자 주사위를 활용한다면, 마르코 폴로가 주사위 재굴림이 안 되거나 검은 주사위를 살 수 없다면, 지금처럼 재미있는 게임이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GAH는, 주사위 전략 게임의 본질을 잘 잡아냈을 뿐만 아니라 균형 또한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내 리스크를 고려하면서 플레이해야 합니다. 주사위가 잘 나와줄 것을 노리고 패스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득을 덜 보더라도 확실한 것을 고를 것인지? 그런 고민들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도 여럿 존재합니다. 보조 액션, 손님, 직원 카드, 패스. 패스를 하면 재굴림을 할 수 있는 대신, 내가 원하는 액션이 나올 확률과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확률이 계속해서 줄어들게 됩니다. 손님과 직원 카드는 활용하려면 자원과 방이 있어야하는데다, 각각의 효과로는 크게 이득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연계를 노려야하죠. 보조 액션을 마구잡이로 하다가는 부족한 돈에 허덕이게 됩니다. 따로 떼놓고 보면 식상하지만, GAH는 고유의 요소를 추가하고 결합함으로써 색다른 게임으로 거듭났습니다. 또한 마냥 가볍거나 무거운 게임이 아니라,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기도 하죠.

GAH가 주사위 전략에서 최고의 작품이냐? 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솔직히 저 같은 경우는 최고의 작품을 정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마르코 폴로나 트루아, 버건디, 라 그랑하, 보라보라 등에 비해 이 작품이 월등하게 뛰어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참신함을 따지자면 트루아와 버건디와 비할 바가 아니기도 하고요. 또한 패스 이외에 재굴림이 없는 점, 턴 순서와 인원에 따라 게임이 늘어지는 점, 게임 곳곳에 산적한 운적 요소 (손님, 직원, 타일 등.. 다만 직원은 변형 룰로 드래프트를 진행한다면 좀 덜 하긴 합니다),를 고려한다면 명작이라고 하긴 힘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GAH를 플레이할 가치가 있느냐? 라고 한다면, 네. 당연히 플레이해봐야 된다고 하겠습니다. GAH는 마르코 폴로에 이어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수작이며, 무게에 있어서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위치를 잘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르코 폴로가 그러하듯, 파면 팔수록 전략이 나올 것 같아 기대되는 측면도 있거니와, 저에게 있어서는 상기한 작품들을 뛰어넘는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객실이 3개 밖에 없던 허름한 호텔이 꽉 찬 객실에 다수의 직원을 거느리고, 황제에게 총애를 받아가는 과정은, 내 손으로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로 만들어가는 재미를 줍니다.

여러 콤보로 점수 뽑아내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 테마에 맞는 게임성을 좋아하시는 분. 주사위 전략을 좋아하시는 분, 너무 복잡한 룰은 안 좋아하시는 분, 경영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을 실망하지 않을 명작으로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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