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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보드게임 기행 5. 스페인 바르셀로나 with "요리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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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1 23:00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작가 고태윤입니다. 저는 2018년 프랑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어요. 프랑스 및 주변 나라들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행사에 놀러 다니곤 했습니다. 그때 행사나 게임 카페 등을 다니며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와 정보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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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행사였던 '슈필 에센'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하지만 쉴 틈이 없죠. 유럽의 보드게임 행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번에 방문할 도시는 바르셀로나입니다!

구글 지도: https://goo.gl/maps/mFjzyYUMDxPi2YJ1A

공식적인 행사는 토요일부터 시작이지만, 저는 금요일 저녁에 먼저 도착했어요. 시상식을 구경하기 위해서였죠.

시상식은 극장 같은 곳에서 진행되었어요. 올해의 게임상, 공로상 등등 다양한 분야의 시상이 있었습니다. 사진에 나온 분은 '어빙 핀켈 (Irving finkel)'이라는 학자입니다. 고대의 보드게임을 연구하셨다고 해요. 수상 소감을 참 열정적으로 하셔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https://fb.watch/32hmker6GN/

스페인에서 열리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동안 유럽의 보드게임 강국이라고 하면 독일이나 프랑스를 떠올렸거든요. 하지만 바르셀로나 DAU의 시상식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행사의 규모와 짜임새에 놀랐습니다.

다음날 아침 본 행사를 참가했습니다. 행사는 여러 공간들 (강당, 야외 부스 등)로 나뉘어 있었어요. 방문객들도 많았죠.

[야외부스]

[Inka Brand & Markus Brand]

특별한 강의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빌리지"의 작가인 브란트 부부이죠. 보드게임 개발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많은 게임을 출판했고, 장르도 다양했다는 점이에요. 빌리지와 같은 전략 게임부터, 기믹을 이용한 덱스터리티 게임 그리고 최근에 나온 EXIT와 같은 방 탈출까지 정말 다양하게 개발을 해오셨죠. 참고로 이분의 자녀들도 보드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장난꾸러기 나방"이라는 게임이 유명하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족 네 명이 팀처럼 일하는듯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가족이 모여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었죠. 역시 팀으로 개발하는 게 효율이 좋은 것 같아요ㅎㅎ

[요리하는 조셉]

행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아는 보드게임 작가분의 집에 며칠간 묶었습니다 ㅋㅋ

조셉(Josep M. Allué)은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는 스페인 작가입니다. '고 쿡쿠(Go Cuckoo!)', '칼라 몬스터', '바오밥' 등 어린이를 위한 게임을 많이 개발한 작가입니다. 프랑스 As d'or 어린이 게임상 부문을 수상하기도 하셨죠.

긱 소개: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designer/8045/josep-m-allue

바르셀로나 DAU를 더 자세히 소개하기 위해서, 조셉과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요한: 안녕하세요, 조셉!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제가 듣기로는 스페인의 1세대 보드게임 작가라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조셉: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 이전에도 2~3개의 스페인 게임이 출시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아마 20년 전부터 게임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제가 유일할 듯합니다.

현재 전업 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개인 개발도 하고, 외주 작업도 하죠. 'idealudica'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다른 회사의 게임들에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저는 스스로 3F 작가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Fun(재미), Family(가족), Filler(필러 게임)이죠.

[고 쿡쿠(위)와 바오밥(아래)]

요한: 조셉 작가를 잘 소개한 단어이네요ㅎㅎ 다음으로 바르셀로나 DAU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조셉: DAU는 극장, 학교등도 다양한 장소에서 함께 진행되는 보드게임 행사입니다. 그중 중심이 되는 공간이 'Fàbrica de Creació'(창작 공장, 사진 참고)이죠. 이 곳은 행사 방문객, 퍼블리셔, 작가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1층은 게임 시연장소, 2층은 강연장으로 활용됨)

요한: 그렇다면 DAU가 스페인에서 가장 큰 행사일까요?

조셉: 아마도 그런듯합니다. '코르도바'등 다른 도시들에서도 행사들이 열리지만, DAU처럼 도시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행사는 없는 것 같네요.

요한: DAU에서 주는 상의 종류는 무엇인가요?

조셉: 올해의 게임상, 올해의 스페인 작가상 그리고 공로상이 있습니다.

요한: 올해의 게임상은 다른 행사에서도 보았지만, 스페인 작가상과 공로상은 처음 보네요.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조셉: 그리고 DAU에서는 매년 유명한 해외 작가들을 초청합니다. 브란트 부부, 브루노 파이두티 등도 초청된 적 있었죠.

요한: 네. 저도 2018년에 브란트 부부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 스페인 작가들과 다른 나라의 작가들의 교류를 돕는 좋은 시도인듯합니다. 다음으로 스페인의 보드게임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조셉: 제 생각에 스페인에서 보드게임이 점점 메이저한 취미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인의 보드게임은 많이 성장했어요. 10년 전에는 이런 상황을 생각할 수도 없었죠. 매년 더 많은 게임들이 스페인에서 출시되고, 스페인 작가의 게임들도 더 출시 되고 있죠.

세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1. 우선 다른 나라의 게임을 스페인 회사를 통해 수입하죠. 2. 다음으로 스페인 작가의 게임이 다른 나라에서 출시됩니다. 3. 마지막으로 스페인 작가의 게임을 스페인 회사에서 출시하게 되죠.

[스페인에서 유명한 카드게임 'Virus', https://boardgamegeek.com/image/4642987/virus]

요한: 한국과도 상당히 비슷한 과정이네요 ㅋㅋ

조셉: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프랑스보다는 규모가 작습니다. 하지만 5~7년 전의 프랑스 정도의 규모는 아마 될듯해요.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전통적인 큰 규모의 게임 회사들이 현대적인 보드게임을 만들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장르의 게임이 매스 마켓이 되고 있어요.

요한: DAU 행사의 시상식도 인상 깊었어요. 규모도 있었고 짜임새도 훌륭했습니다. 이런 행사는 한국 보드게임에서는 아직 상상하기 힘들어요.

조셉: 네. 상을 수여하는 다른 행사들도 있지만, DAU처럼 잘 조직된 다른 스페인 행사는 없는 것 같아요. DAU의 수상식은 프랑스의 Cannes와 비슷한 분위기인것같아요.

요한: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멋지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스페인 보드게임 산업을 1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하셨다고 했잖아요. 흥미롭게도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10년 전에 한국에서 게임을 출판하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게임을 내고 싶으면 작가가 회사를 차려야 했죠. 이제는 만두나 코보게 같은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출판할 수 있죠.

조셉: 10년 전에는 스페인 보드게임 회사가 두 개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소규모 회사들이 갑자기 많이 생기기 시작했죠. 현재는 20개 이상의 스페인 퍼블리셔(직접 게임을 개발하는)가 있습니다. 그중 4~5개는 큰 규모의 회사이죠. 참고로 스페인 작가의 게임만을 출시한 퍼블리셔도 있어요.

요한: 스페인 작가가 만든 게임만 출판하는 회사라니, 흥미롭네요ㅎㅎ

이번에는 저희가 개발한 '요리의 달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제가 처음 제안했던 아이디어를 기억하시나요? 당시에는 매우 러프한 아이디어였어요. '요리에 대한 게임'이 거의 전부였죠. 요리사가 요리를 '흉내'내면, 다른 사람들이 요리의 제목을 맞추는 게임이었어요.

조셉: 네. 레시피를 만드는 게임이었죠. 밀가루100g 과 물50ml 을 2분간 섞어라 등등.. 이런 식으로 대화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하지만 결국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ㅋㅋ

요한: ㅋㅋㅋ 맞아요. 요리로 하는 딕싯 같은 것을 만들고 싶었는데, 재미가 없었죠. 일단 각자 더 고민을 해보기로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죠. 그러다가 몇 주 후에 조셉이 훨씬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잖아요. 어떻게 생각해 내신 건가요?

조셉: 우선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작고 귀여운 조리기구들을 만들고 싶었어요.

[조셉의 초기 프로토타입과 최종 샘플]

요한: 그렇다면 게임 구성물부터 개발을 시작하신 거네요.

조셉: 한편으로는 그렇죠. 또한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고, 손님에게 완성된 요리를 소개하는 순간을 게임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짜잔~! 이 요리는 스페인 OO 지역에서 재배된 쌀과 프랑스의 OO 초원에서 키워진 닭을 곁들인 요리입니다." 이렇게 손님에게 소개하는 거죠. 또한 작은 미니어처 조리기구를 이용해, 실제로는 훨씬 큰 요리를 표현해야한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드 드래프트로 들어오는 랜덤(!) 재료를 이용해, 최선의 요리를 만드는 재미도 있어요.

[조셉이 게임을 구상하며 늘 생각했다는 티비 프로그램: Cutthroat Kitchen]

요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조셉: 보드게임 산업이 세계적으로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성장하고 있죠. 언젠가는 소설이나 만화, 음악과 같은 레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보드게임은 이런 장르와 같기 때문이죠. 삶을 풍요롭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즐길 수 있죠. 그리고 제 생각에 이런 현상이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보드게임만의 독특한 장점도 있어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만 한다는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