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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보드게임 기행 3. 프랑스 생 말로 (feat 닥터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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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3 17:54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작가 고태윤입니다. 저는 2018년 프랑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어요. 프랑스 및 주변 나라들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행사에 놀러 다니곤 했습니다. 그때 행사나 게임 카페 등을 다니며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와 정보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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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더웠던 프랑스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습니다. 저는 로베르토 프라가(Roberto Fraga)의 초대를 받아 그 집에서 며칠간 묶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갈 곳은 생말로(Saint-malo)입니다. 생말로는 프랑스의 북서쪽 끝에 있는 해안 도시입니다.

https://goo.gl/maps/uQ7ZfXZM3iGafe5w6

정말 사방이 바다에요. 뭔가 바다 냄새가 느껴지지 않으시나요?ㅎㅎ생말로는 중세 시대에는 사략 해적들의 항구였다고 해요. 영국과도 가까이에 위치한 중요한 요충지였기 때문에 곳곳에 요새들이 지어져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요새가 보이시나요?]

로베르토를 처음 만났던 곳은 2017년 서울입니다. 이때 인연으로 생말로에 방문하게 되었죠.

로베르토 씨는 프랑스에서 거주하는 보드게임 작가입니다. 사물을 이용한 기발한 게임을 오래전부터 만들어오셨기 때문에 어떤 분일지 늘 궁금했었죠. "캡틴 소나", "닥터 유레카", "스핀데렐라" 등등 130여 가지의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로베르토의 게임들]

[로베르토의 프로토타입]

로베르토의 집을 견학하며 놀랐던 점은 그동안 만들어온 프로토타입이 매우 많았다는 거예요. 매년 다수의 게임을 출판하는 작가답게, 만드는 프로토타입의 개수도 많았습니다.

[리버 드래곤]

약 열흘간 집에 묶으면서 로베르토의 출시된 게임 및 프로토타입들을 같이 플레이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게임들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어요.

로베르토와 나누었던 이야기 중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을 이곳에 적어볼게요.

Q.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찾으시나요?

로베르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막 애를 쓰기 보다는 그냥 발견한다.

[2015 독일 어린이 게임상 수상작, 스핀데렐라]

로베르토는 "스핀데렐라"라는 게임의 아이디어를 공항에서 멍 때리다가 얻었다고 해요. 공항에서 기다리며 천장을 보다가 거미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네요.

Q.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는 편인가요?

로베르토: 아니, 딱히 게임을 많이 하지는 않아

로베르토는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정글 어딘가를 상상해보라고 했습니다. 그곳에 정말 오리지널 한 보드게임 작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이전의 브루노 인터뷰와는 반대되는 말이죠. 브루노 파이두티는 게임 플레이하기를 좋아하며, 많이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어요.

저는 둘 중 하나만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여러 작가들을 만날수록, 각자의 방식이 있더라고요. 이를 통해서 서로 다른 느낌의 게임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로베르토의 대표작 "닥터 유레카"의 개발 일화도 재미있었어요. 영감이 떠올랐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바로 완성이 되었던 거죠.

로베르토는 "훌륭한 게임은 많은 테스트 플레이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했어요. 물론 모든 게임이 이렇게 완성되지는 않지만, 로베르토의 개발 방식 (단순하지만 기발하고, 효과적인)을 보여주는 예시인 것 같네요.

로베르토는 본인의 젊었을 때의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바다를 좋아했기 때문에, 해군으로 군 복무를 했어요. 당시에는 프랑스도 한국처럼 징병제였다고 하네요. 복무 이후에도 상선을 타며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셨다고 해요. 이외에도 화물 기사로 일하기도 하고, 설계 회사에서 일하기도 하셨죠. 마지막으로 2010년까지는 해안경비대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전업작가가 된 것은 2010년 이후였지만 그전부터 (제 기억으로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게임을 만들어 오셨어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도 끊임없이 게임을 창작해온 열정이 인상깊었어요.

마지막으로 로베르토의 홈페이지에 있는 소개 영상입니다.

나이는 저의 부모님보다도 많으시지만, 정말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에요. 좋은 의미로 어린아이와 같은 부분이 있는 분이죠 ㅎㅎ 저도 나이가 들었을 때 이렇게 즐겁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분입니다.

<작가소개>

로베르토 프라가 (Roberto Fraga)

저는 보드게임 작가입니다. 저의 일은 UFO (Unknown Fun Objects)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미 알려진 우주와 그 너머에 걸쳐 130개가 넘는 게임을 출판했습니다.

저는 1960년 12월 11일 스페인 북서부의 라 코루냐에서 태어났습니다. 14살 이후로 게임을 만드는 것에 빠졌습니다. 이후로는 가족,작가로서의 활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안 경비대 대장으로서의 본업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12월 9일 해안 경비대를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0년 회사 FRAGAMES를 만들고, 제 열정을 완전히 따르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7 년 1 월 1 일부터 플로렌스 (아내)는 생말로 병원의 심장병 간호사를 그만두고 이 모험을 3000%로 저와 함께 합니다!

홈페이지: https://fragames.com/en/about-me/

짧은 글 하나로 로베르토 씨를 소개하는 것이 참 어렵네요.. 로베르토 씨와는 이후에도 자주 만나고 있어요. 앞으로의 에피소드에서도 자주 등장하실 예정이니, 천천히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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