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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 기념 별별 BEST (2)

2,396 조회

2021.01.03 14:36

주말에 시간 있을 때 마저 써볼까 합니다!

버라지

브레인 버닝이 극심한 게임 BEST

품질 문제만 떼놓고 본다면 버라지는 흠잡을 데 없는 좋은 게임입니다

크라니오에서 제품 생산에 좀 더 신경 썼더라면 긱순위가 지금보다 수단계 상승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가 이 게임을 구매했을 수도 있고요......네, 저는 버라지를 소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모임에서 몇 번 플레이하고 나서 정말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고, 품질 개선판이 나온다면 얼마가 되었든 구입할 용의가 있습니다

버라지는 매순간 목숨줄이 왔다갔다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하는 게임입니다

저는 유로게임을 두 부류로 나누는데요, 하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다른 하나는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둘 중 버라지는 큰 그림 그리기 힘듬의 극점에 위치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으로 또 예를 들자면, 모자이크를 하는 과정과도 같달까요?

매번 어떤 색 종이를 얼만큼 찢어 어떻게 붙일까를 고민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상류에서 하류로 물이 흘러가요

길목에는 물웅덩이가 몇 개 고여 있고, 그게 댐과 발전기, 도관을 지을 수 있는 포인트가 됩니다

물에는 주인이 없잖아요? 누구나 보드 위의 물을 사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댐과 발전기, 도관에는 각자 주인이 있고 거기에 사용되는 물은 주인만 쓸 수 있거나 남이 댓가를 내고 빌려야 합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마친다면 꽤나 단순한 영향력 싸움 같아 보일 수 있을텐데요,

꽤나 많은 액션들로 구성된 일꾼 놓기 매커니즘과 휠을 이용한 자원 관리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꽤나 복잡한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자원을 관리하는 휠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면서, 골치가 아픈 기믹입니다

이 게임에는 건설에 필요한 자원이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자원을 사용하면 보통 공급처에 반납을 하잖아요? 버라지는 그렇지 않아요

개인보드에 붙어있는 물레방아 한켠에 고이 모셔놔야 합니다

물레방아를 360도 한바퀴 돌려야만 기존에 사용한 자원이 다시 돌아와요

근데 물레방아를 돌리는 게 만만치가 않아요

새로운 자원을 사용하거나, 일꾼을 소모하는 등 값비싼 댓가를 지불해야 하죠

이처럼 버라지는 소비에 소비에 소비를 하지 않으면 소비할 수가 없는 게임입니다

때문에 뭔가를 얻거나 부유해진다는 느낌을 받기가 힘들어요

항상 자금난에 허덕이기 일쑤이고, 왠지 스스로가 사채빚이라도 진 것마냥 위축이 됩니다

그리고 댐, 발전기, 도관 짓는 데 자리 선점이 굉장히 치열해요

특히 4인일 때 미쳐버립니다

저는 종교가 없지만 버라지를 할 때마다 기도를 드리게 되더라고요

'하느님! 제발 제가 찜해놓은 저 곳에 누군가가 댐을 짓지 못하게 하소서!'

근데 그럴 때마다 꼭 누가 댐을 짓더라고요

제가 위에서 이 게임은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자리 선점의 영향이 큽니다

내가 원하는 자리에 원하는 건설을 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그렇다보니 매 턴마다 내게 주어진 '변한' 환경을 살펴보며 임기응변 식으로 대응해야만 합니다

이게 정말 어려운데...정말 재밌고 브레인버닝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딱 좋아요

(사진은 긱에서 퍼왔습니다)

레즈아르카나

놀라운 발견 BEST

저는 게임을 구매할 때 두 가지만 봅니다

하나는 긱순위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 예요

긱순위를 살피는 이유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좋게 평가한 데에는 당연한 이유가 있기 마련일테고, 저 또한 그 이유를 배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예요

지난 1년 까지 긱순위 보고 산 게임들 중 90퍼센트는 다 만족스럽고 재밌었습니다

단, 성향이 전혀 맞지 않아서 실패하는 예외 경우가 있기도 해요

저한테는 아컴호러 카드게임이 그러했습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하게 될 날이 올 것 같네요)

작가도 제 구매 고려 요소 중 중요한 한 가지입니다

제가 앞뒤 가리지 않고 이름만 보고 사는 게임들이 있어요

우베 로젠버그, 다니엘 타치니, 시모네 루치아니(크라니오 X), 마틴 월레스

일단은(?) 요렇게 4인의 작가님들은 제 마음 속에 까방권이 있습니다

이 분들이 낸 신작은 왠만해서는 구입하는 편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그냥 제가 구입했던 그들의 게임들이 다 재밌었거든요

그들의 게임이 거기 있으니 단지 저는 지갑을 꺼낼 뿐이죠

근데 여기서 눈치 채시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저 분들의 게임은 대부분 긱순위도 높습니다 ㅋㅋ

각설하고...최근 들어 리스트에 또 한 분의 작가님 이름이 등재가 되려고 하는데... 그 분은 바로 토마스 리먼입니다

레이스 포 더 갤럭시를 만든 작가님이고 보드게임계에 잔뼈가 굵은 분이죠

저는 레이스 포 더 갤럭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피지컬 카피는 단종이 되어서 구하지 못하지만 보드게임 아레나, 모바일 어플을 통해 수 시간 플레이했어요

이 때까지만 해도 작가보다는 게임 자체에 더 눈길이 갔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구입한 레즈 아르카나 이후로 작가 이름도 확 눈에 들게 되었습니다

토마스 리먼은 정말 훌륭한 자동차 연구원이세요...엔진을 잘 만드시거든요 (...)

레포갤을 플레이하다보면 게임 후반부에 빵 터지는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내가 디자인한 엔진이 마침내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할 때가 바로 그러합니다

특정 액션 한번 했을 뿐인데 이 카드 효과로 뭐 받고 저 카드 효과로 뭐 받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갖지 못하는 엄청난 부를 축척하게 되는게 참 재밌어요

레즈 아르카나도 그런 맛이 있으나 궤가 약간 다릅니다

대표적인 차이점을 꼽자면...

우선 카드 풀이 레포갤보다 적습니다

8장의 카드들로 덱을 만들고요, 처음 자기 손에 쥐는 카드가 그 중 3장인가 그렇습니다

8장이 전부 인가요? 네 전부예요 새로운 카드를 추가로 가져오는 액션은 없어요

대신에 공용으로 가져올 수 있는 타일, 카드들(성소, 기념품 등)이 매트 위에 깔리게 됩니다

근데 이것들도 막 가져올 수 있을 정도 싼 것들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게임 후반부가 되어서야 얻을 수 있습니다 (레포갤로 치면 6짜리 개발, 행성 카드 같은거예요)

레포갤이 자신과의 싸움에다가 액션 선택의 인터랙션을 가미했다면,

레즈아르카나는 상대방과의 싸움에다가 카드 액션의 인터랙션을 가미했습니다

카드 능력에 남의 자원 뺏기, 카드 버리게 하기 같은 게 있어요 (방해가 심하진 않습니다)

아! 그리고 테마가 다릅니다

레포갤은 SF, 레즈 아르카나는 판타지예요 (스팀펑크와 중세가 믹스된 판타지)

저는 둘다 좋아하는 테마이긴 한데, 레즈 아르카나 쪽 일러스트가 좀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공통점이라고 해야할지...레포갤보다 덜하긴 한데 아이콘 해석이 조금 어렵습니다 (물론 여러번 플레이하고 나면 쉽습니다)

게임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이걸로 엔진을 만들 수 있다고? 될까?

혹여 규칙서를 잘못 읽은 게 아닐까 다시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첫판은 엄청난 실패와 혹평이 난무했어요

게임이 뭔가...굉장히 별로더라고요

함께 플레이한 친구와 이 게임이 왜 이렇게 별로인지 장시간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노란색 금 자원이 겁나 중요한데 그걸 생산할 수 있는 카드가 없었어! 밸런스 망이야'

'자원 겁나 부족해! 카드를 잘 써야 되는 게임이네'

'내려놓은 카드끼리 시너지가 나야되는데 그게 전혀 없어'

'야! 이 게임 다시는 가져오지 마'

그 이후로 레즈 아르카나는 상당 시간 제 책장에 방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3,4개월 지났을까요? 문득 이 게임이 다시 생각 나더라고요

그 때 이렇게 해볼걸 하는 아쉬움도 생기고, 왠지 이번엔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 당시 친구를 어렵게 재소환해 속는 셈치고 한판 더 해봤습니다

....그리고 대성공했습니다

저희는 이 게임을 단시간에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전략겜으로 자주 플레이합니다

최근에 나온 확장도 나오자마자 구입했어요

아마 저처럼 레즈 아르카나 첫 플레이에 실망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럼 딱 하나만 기억하세요...'드래프트'

랜덤 뽑기하지 말고 드래프트하세요 무조건

이 게임은 8장으로 만드는 카드 덱이 어마무시하게 중요합니다

랜덤으로 뽑으면? 시너지가 날 수 없는 카드들로 구성된다면

게임이 엉망진창이 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만 가중될 뿐이예요

때문에 드래프트 방식으로 밑그림을 그리면서 카드 8장을 구성해야 해요

내가 카드 8장을 몽땅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 어떤 엔진이 만들어질지를 미리 머릿속에 구상을 해놔야되는 겁니다

좀 더 익숙해진다면 드래프트하는 과정 또한 게임 과정의 일부로서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될 거예요

돌이켜보면 토마스 리먼의 게임들이 대게 그런 것 같아요

첫 플레이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재미도 없는데 서너판 해보면 중독되다시피 급속하게 게임에 빠져들게 됩니다

레즈 아르카나가 딱 그 쪽이고, 정도가 좀 더 심한 축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드 능력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대강 이해하고, 플레이 흐름을 읽은 뒤에야 그 진가가 발휘됩니다

하마터면 책장에 모셔두었다가 팔 뻔한 게임인데, 늦게나마 참재미를 발견하게 되어

놀라운 발견 베스트 게임으로 타이틀을 선정해보았습니다

얼른 두번째 확장도 출시되면 좋겠네요

(사진은 긱에서 퍼왔습니다)

글이 굉장히 길어지네요...다음 기회에 또 끄적거리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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