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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보드게임 기행 1. 프랑스 파리 (feat. "시타델" 작가)
안녕하세요, 갓게임스튜디오의 고태윤입니다. 저는 2018년 프랑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어요. 프랑스 및 주변 나라들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행사에 놀러 다니곤 했습니다. 그때 행사나 게임 카페 등을 다니며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와 정보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칸(Cannes) 페스티벌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대사관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프랑스에서 1년간 체류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프랑스에 가기 전에는 일러스트레이터인 뱅상 듀트레(Vincent Dutrait)의 도움을 받았어요. 뱅상이 저의 프랑스 방문을 SNS에 소개해 주었고, 덕분에 많은 분들의 초대를 받을 수 있었죠. 1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뱅상이 올린 소개글]
저는 2018년 5월에 프랑스에 도착했고, 또 한 번 뱅상의 친구인 크리스토프의 도움을 받아서 쉽게 집을 구했습니다. 제가 살았던 곳은 리옹(Lyon)이라는 도시입니다.
[1년간 생활할 집 & 자주 먹던 감자와 바게트]
리옹에서의 첫 한 달간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휴대폰 요금제를 정하고, 은행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만드는 등 할 일이 많았어요. 프랑스어를 전혀 못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크리스토프의 도움으로 잘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6월! 파리에서 열리는 큰 행사에 참가하기 위하여 파리로 떠났습니다.
행사장 위치: https://goo.gl/maps/hWKbtbtNGRpNP8m46
출처: https://www.facebook.com/parisestludique/photos/2007648579269824
이번 행사의 이름은 "Paris est Ludique"입니다. 직역하면 '파리는 놀이(게임)이다'라는 뜻입니다. 보통 줄여서 PEL이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PEL은 야외행사입니다. 한국의 보드게임콘이나 페스타는 실내에서 하잖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PEL이 뭔가 신선했습니다. 좋은 점은 야외이기 때문에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답답한 느낌도 없습니다.
다만, 날씨가 정말 덥고 햇빛이 쨍쨍합니다. 6월의 파리는 정말 더워요.. 그리고 썬크림은 꼭 챙겨가세요ㅎㅎ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회사마다 천막을 치고, 게임을 시연합니다.]
['레이어스'를 즐기는 사람들]
[제다이 수련은 이곳에서도 이어집니다]
저는 영어로 대화했지만, 프랑스어를 하실 수 있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보드게임 행사는 역시 친구와 같이 가야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1박2일의 행사는 종료되었지만, 아직 파리에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유명 작가인 브루노 파이두티(Bruno Faidutti) 씨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었죠.
처음에 뱅상 듀트레가 올렸던 글, 기억하시나요? 그때 브루노 씨도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파리 방문 전에 미리 브루노와 연락했고, 브루노 씨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며칠간 머물게 되었습니다.
[브루노 집 대문 앞 보드게임들]
행사가 끝난 다음 날, 브루노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브루노는 5층 정도의 빌라의 가장 위층에 사시는데요. 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많은 보드게임들이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요리중인 브루노]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브루노와 보드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들을 여쭈어봤습니다.
Q. 좋은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브루노: 잘 작동하는 게임 (Game that works well).
기대했던 새로운 답변은 아니었지만, 인상 깊은 단순한 답변이었습니다.
저는 브루노의 최근 프로토타입을 몇 개 해본 적이 있었어요. 모두 쉽고 단순한 게임들이었죠. 그리고 어디선가 본듯한 메커니즘이었지만, 진부한 느낌이 없었어요. 게임에 군더더기도 없었죠.
브루노가 생각하는 '잘 작동하는 게임'이란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것을 배워야 할까요?
보드게임 창작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브루노: 유명한 뮤지션들을 봐봐. 천재들 중에는 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도 많아 :)
브루노는 현직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더 놀랐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우고, 여기에 저만의 고민을 더해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작가로써 다른 게임들을 많이 하는 게 좋을까요?
혹시 그로인해 참신하지 못한 게임을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브루노: 다른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그 게임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죠. 브루노 역시 다양한 게임을 하는 것이 게임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유명 작가의 예를 들며, 영향을 받지 않고 고립된 작가가 오히려 안 좋은 게임을 만들게 된다고 생각하셨죠.
Q. 보드게임 디자인에서 중요시 하는 부분은?
브루노: 상대방이 어떻게 플레이할지 (상대방의 생각을) 맞추는 재미 !
저는 항상 보드게임을 잘 짜여진 규칙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러한 브루노의 접근법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브루노와 함께 게임 아이디어를 의논했습니다.
저는 며칠 전 떠올렸던 이미지를 이용한 게임 아이디어를 브루노에게 설명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브루노도 며칠 전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하셨죠. 몇 번의 토론 끝에 첫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습니다.
[프로토타입 테스트 중]
다음날 오후, 브루노의 친구들과 게임을 테스트했습니다. 게임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고민해 보며 게임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 프로토타입의 발전 과정도 지켜봐 주세요!
이상으로 파리 에피소드를 마치겠습니다! 다음에 소개해드릴 행사는 FLIP(Festival Ludique International de Parthenay)입니다. 무려 12일간 계속되는 행사입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
<행사정보>
Paris est Ludique (PEL)
행사 위치: 프랑스 파리
다음 행사 날짜: 2021년 6월 26~27일
방문객 20,000명
홈페이지: https://www.parisestludique.fr/participer/etre-benevole/
<작가소개>
브루노 파이두티 (Bruno Faidutti)
1961년 10월 23일 출생. 프랑스의 보드게임 작가이자 역사학자, 사회학자입니다. 다른 작가들과의 많은 협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알란 문, 브루노 카탈라, 미하엘 샤흐트 등).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임도 많으며, 가장 유명한 게임은 '시타델'입니다. - 보드게임긱
대표작
1996 Mystery of the Abbey (with Serge Laget)
2000 Citadels
2003 Queen's Necklace (with Bruno Cathala)
2005 Diamant (with Alan R. Moon)
2005 Mission: Red Planet (with Bruno Cathala)
2009 Ad Astra (with Serge Laget)
2013 Mascarade
홈페이지: http://faidutti.com/bl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