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26] 집단지성 vs 전문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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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6 08:39

보드게임긱에서 매년 보드게임 Golden Geek Award라는 시상식을 열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보드게임을 뽑고 시상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분들이 보드게임긱 순위를 좋은 게임의 지표로 삼고 있고, 가끔 어뷰징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집단 지성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보드게임긱에서 하는 시상식은 그해에 나온 게임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데 적당할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올해 나온 결과를 보니 무언가 좀 이상했습니다. 올해는 윙스팬이 15개 분야 중에서 무려 8개 분야를 독식했더군요. 지금 긱에서도 이에 대해서 치열한 토론을 빙자한 비난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전 해에는 어땠을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이게 올해만 있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올해가 유독 치열하긴 하지만 매년 수상작을 발표한 글 아래에 치열한 댓글논쟁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집단지성이 어느 정도 작동하는 긱에서 왜 시상식은 이렇게 잡음이 많은걸까? 하고 생각해 봤었는데, 골든 긱 어워드는 순위를 매기는 방법에서 실제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순위를 매길 수 있는 사람의 숫자입니다. 아무나 게임에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긱순위와 달리 골든긱의 경우는 보드게임긱에 한 번이라도 기부를 했거나 20골드를 내야만 골든긱에 투표를 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어느 정도 어뷰징을 막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투표를 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장벽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문제는, 후보작 게임들을 모두 (또는 거의 모두) 해본 사람의 숫자가 무척 적다는 점입니다. 골든긱의 투표방식은 후보작들에게 1부터 10까지의 점수를 주게 하고 Schulz method라는 방법으로 순위를 정하는데, 본인이 해보지 않은 게임이라서 아예 점수를 주지 않았다면 점수를 준 게임들보다 밑에 오게됩니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한 게임이 그 게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더 좋은 점수를 받기에 유리합니다. 사실 긱 순위도 더미점수 때문에 투표수가 많을수록 높은 순위에 위치하게 되는건 비슷하지만 투표수가 적다고 패널티를 받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투표를 해야하는 카테고리가 매우 다양하지만, 각 카테고리에 맞춰서 정교하게 게임을 분석하고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카테고리에 상관 없이 자기가 해본 게임에만 투표를 하게 되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한 게임이 상위권에 위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럼 다른 시상식은 어떨까? 궁금해서 비교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보드게임긱처럼 세분화해서 시상을 하는 곳은 유명한 리뷰어 그룹인 The dice tower밖에 없기 때문에 이곳의 자료와 비교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이스 타워의 경우는 약 2개월 전에 후보작들을 추려서 발표하고 여러명의 패널로 구성된 리뷰어들이 게임을 최대한 많이 해본 다음에 점수를 매겨서 순위를 정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이스 타워의 주인인 탐 베슬은 여기에 참여를 하지 않고, 1등이 동점인 경우만 고른다고 하네요.

두 개의 시상식 모두 꽤 다양한 분야에서 시상을 하고 있고 다행히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유의미한 비교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상분야도 매년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 골든긱의 경우는 협력 게임 카테고리가 비교적 최근에 생긴 분야이고, 다이스 타워의 경우도 올해 처음으로 솔로 게임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다이스 타워의 경우 카드게임이라는 꽤 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카테고리에 대해서 따로 시상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마 올해의 윙스팬처럼 카드게임의 카테고리가 좀 애매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그나마 카테고리가 비슷해서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옛날부터 돌아가보죠. 각 시상식마다 후보작으로 올릴 게임들의 기준년도가 조금씩 달라서 Dice tower의 경우는 러브레터가 2012년작에 포함되어서 많은 수상을 했습니다. 그때문인지 놀랍게도 겹치는 게임이 하나도 없네요. 그리고 골든긱에서도 승자가 싹쓸이하는 현상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협력분야에 엘드리치 호러를 물리치고 수상한 Freedom이라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지네요.

2014년부터는 겹치는 게임들이 나와서 그 게임들은 빨간색으로 표시를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느쪽 모두에서 한 게임이 독식을 한 것처럼 보이진 않네요. 다만 올해의 게임이 스플렌더와 데드 오브 윈터로 나뉘는 걸로 봐서 각 시상식이 지향(?)하는 성향이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골든긱에서 승자독식이 일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보통 보드게이머들의 전략게임과 테마게임을 구분하려고 노력하는데 (요즘은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둘을 잘 혼합한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긴합니다), 판데믹 레거시 시즌1은 그 둘 모두에서 수상을 했네요. 반면에 판데믹 레거시 시즌1 광풍이 불었던 2015년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스 타워에서는 올해의 게임과 협력 게임 두 카테고리에서만 수상을 했습니다. 양쪽 모두에서 수상에 성공한 티투알 맵은 어떤 확장일지 궁금하네요

작년에 이어 골든긱의 경우는 올해의 게임인 사이쓰가 많은 부분을 휩쓸었습니다. 전략과 테마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여기서도 양쪽 모두에서 수상을 했네요. 다이스 타워도 캡틴 소나가 3관왕을 하긴 했지만 올해의 게임인 사이쓰는 오히려 전략/테마 양쪽에서 모두 수상을 하지 못하고 아트웍 하나만 추가로 수상에 성공했네요.

골든긱의 경우 또다시 올해의 게임인 글룸헤이븐이 무려 5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다이스 타워에서도 3관왕을 차지했는데, 전략과 테마 모두에서 수상을 허락하진 않음으로써 객관성을 지키려고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2018년에도 여전히 트랜드는 이어지고 있어서 루트가 5관왕을 차지했네요. 이상하게 요즘으로 올수록 그 트렌드가 점점 더 뚜렷해지는듯한 느낌입니다.

비교를 해보면, 전문가로 이루어진 패널들이 점수를 매기는 다이스 타워의 경우 각각의 카테고리에 맞는 게임들을 선정하려는 노력이 어느정도 보이는 반면에 골든긱의 경우는 그냥 인기투표처럼 올해의 게임이 각종 카테고리를 쓸어가는 경향이 보입니다. 골든긱 2019년 수상작 발표 포스트 밑에 어떤 유저가 2021년 골든긱 예측이라면서 댓글을 달아놨네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Frosthaven은 글룸헤이븐의 후속작으로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해서 킥스타터 보드게임 최고 모금액을 경신했습니다.

Board Game of the Year: Frosthaven
Best Two Player Game: Frosthaven
Best Artwork: Frosthaven
Best Card Game: Frosthaven
Best Cooperative Game: Frosthaven
Best Expansion: Frosthaven: The Promo Card
Best Family Game: Frosthaven
Most Innovative Game: Frosthaven
Best Solo Game: Frosthaven
Most Thematic Game: Frosthaven
Best Wargame: Frosthaven
Best Podcast: Talkin' Frosthaven
Best Boardgame App: Frosthaven Companion App

사실 골든긱도 후보작만 봤을 때는 다 좋은게임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는데 막상 수상작이 결정되고 나니까 왈가왈부 말이 많아지네요. 게임을 고를 때 상을 탄 작품들을 참고하고 싶다면 꼭 수상작만 보지 말고 후보작들도 두루 보고 그 중에 고르는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골든긱은 윙스팬이 쓸어간 현재, 다이스 타워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다이스 타워의 결과는 올해 7월쯤에 발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