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똑똑한 연금술사는 누구? : 연금술 아카데미(Alchemist)

포카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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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9 오후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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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

안녕하세요, 포카텔로의 다섯번째 리뷰입니다.

오늘은 제가 프레스코를 처음 만났을때 느꼈던 크 충격감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 보드게임,

알케미스트, 한글판으로는 연금술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그 보드게임을 리뷰하려합니다.

맨 처음에 이 게임이 나왔다는 소식이야 워낙 커뮤니티에서 뜨거웠기때문에 모르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별로 관심도없었고 오히려 살 계획은 전혀 없었죠. 왜냐면 누가봐도 너무 머리아플정도로 추리를 해야되고,

잔룰 많아보였기때문이죠. 특히나 저는 추리를 할때 이렇게 종이와 펜까지 써가면서 하는 게임은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코틀랜드야드가 그러했고,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도 그랬죠.

보드게임은 딱 그대로 즐겨야지, 종이 펜까지 준비하며 너무 심층적으로 들어가는게 영 탐탁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우연치않게 이 게임을 접하게되었고, 그때는 별로 하고싶지않았는데 일단 설명만이라도 듣고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했다가 이게 왠일.. 이렇게 테마 몰입도가 끝내주는 게임은 또 오랜만에 보네요.

더욱이 스마트폰을 사용한 보드게임이라는점에서 대단히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보드게임은 그동안 사실 기계가 감히 침범하지못하는 신성한(?) 금기의 영역이었습니다.

예전에도 제가 보드게임 매너에 대해서도 글을 한번 올린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때도 수 많은 보드게이머분들이

보드게임할때 핸드폰질하는걸 정말 진절머리나게 싫어하시는거에 대해 공감을 많이 표현했었죠.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었듯이 보드게임은 스마트폰이 감히 비집고 들어갈수없는 영역이었지만,

이 연금술아카데미는 그것을 확실하게 깨버렸습니다.

발상의 전환처럼, 오히려 스마트폰이 없이는 이 보드게임에서 소통도 없다라고 못을 박은듯한 느낌이었죠.

더러는 스마트폰을 사용한게 단점이 되었다고들 얘기했지만, 저에겐 이게 아주 큰 가점 요인이 된것같네요.

자, 그럼 떠나봅시다. 중세 연금술 부흥기로.

<이번에는 BGM찾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네요. 연구실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가장 절제되면서도 좀 괴짜같은 분위기가 나는 비지엠이 없을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BGM입니다.

원래 이 BGM자체가 산업혁명시대 초 고도로 발전하는 과학에 관한 시나리오에 쓰인것인지라, 그나마 좀 잘 맞을거라 생각합니다.>

리뷰

<사진출처 - 구글>

디아블로2라는 게임을 해보신분들 아마 잘 알고계실 사진. 바로 디아블로2 입문자들의 영원한 친구이자,

어머니같은 휴식처(?) 물약장수 아카라이다. 보통 이런 RPG종류 게임의 주인공은 무시무시하고 화려한 무기를 든 모험가들이 주인공이다.

퀘스트를 받고 언제나 그들이 화려하게 적들의 머리를 베어오고, 금의환향처럼 마을로 돌아온다.

그리고 가장먼저 하는일은? 바로 체력을 회복하기위해 물약을 먹는것이다. 그리고 퀘스트를 끝낸 그들을 바로 사라진다.

더 멋진 모험을 위해.

그러나!

비단 이 게임뿐만아니라,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포션장수들의 노고를 잊고있었다.

보라! 저들이 물약을 만들기위해 얼마나 노력을하는지, 그것도 부작용없는 완벽한 물약으로 말이다.

돈 한푼이 아쉬운 저들에겐 솔직히 모험가에게 사기같은 물약을 팔아먹고 돈만 두둑히 챙길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러나 거진 푼돈만 챙겨받고 모험가들에게 완벽한 물약을 공정하게 거래를 하려하니, 얼마나 착한사람들이 아닌가.

모험가들의 모험담이 화려해질수있는 이유는, 그 뒤에 포션장수들의 피와 땀이 섞여있는 물약이 언제나 든든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드게임에 저들이 들어간다면 과연 착해질까?

플레이어들은 이제 주인공이었던 모험가에서, 일개 포션장수로 변신을 하게된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게 PC게임에서 포션을 샀듯이, 보드게임에선 우리가 그들에게 포션을 팔아야한다.

그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공정거래해야되냐고요? 글쎄요..

"엿장수 마음대로야!" 라는 말이 왜 있을까요 흐흐.

자, 연금술 아카데미의 앞면과 뒷면입니다. 아직 비닐도 채 따지않은 따끈한 신작품입니다.

이렇게 한글판이 하나씩 나온다는게 얼마나 즐거운일인지 모릅니다.

텍스트 하나 없는 보드게임을 한글화하느니, 차라리 이렇게 텍스트 많은 보드게임을 한글화시키는게 백번 이득이지 싶네요.

...그런의미로 마이스앤미스틱과 데드오브윈터의 한글화를 언젠간 바래보겠습니다 흐흐..

아무쪼록, 좋은 작명센스입니다. 그냥 "화학자들" 혹은 "연금술사들" 이런식으로 번역됬다면 밋밋했을게,

연금술아카데미라는 좋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으니요.

아, 그리고 한글판 특전인지는 모르겠지만 호의반지라는게 하나 들어있더라고요.

박스 크기는 대략 세븐원더스정도로 생각하면 될것같습니다.

역시 펀칭거리들 투성입니다. 개인 연구실을 조립해야된다는건 알고있었지만 직접 따서 열어보니 진짜 많긴하네요.

그래도 그만큼 정리할만한 지퍼백도 많이주고, 심지어 맨 아래 사진처럼 작은 플라스틱통도 하나 줍니다.

총 두개주는데, 저는 한개에는 색깔구별이 확실한 +,- 토큰을, 다른 한 쪽은 색깔구별이 불 확실한 +,-토큰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통이 조금만 충격받아도 은근히 잘 열리는듯한 기분이들어 고무줄로 묶어놓았습니다.

게임보드판과, 열심히 프로텍터 작업을 한 뒤의 모습입니다.

사이즈미스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카탄사이즈 끼니까 카드가 조금 작더라고요?

그래도 막 흘러나오는정도는 아니다보니.. 차라리 다행이네요.

중세 연금술사라는 테마에 맞게 꽤나 배경을 판타지스럽게 맞추었습니다.

탑은 기괴하게생겼고,모험가들은 마법을 쓸 줄 알고, 재료들은 하나같이 괴상망측하게 생겼죠.

플레이어들은 이제 그 괴상망측한 재료들을 가마솥에 넣고 끌여 포션을 만들고 그것을 모험가들에게 팔거나, 논문을 쓴다거나

아니면 그 논문을 반박하거나, 새로운 가구를 들여놓는등의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주민들의 호의도 받아가셔야죠.

연금술사들은 예로부터 마을의 주술사, 사제들과 함께 꽤나 권위있던 직업이었으니까요.

가장 궁금한점은 이것일겁니다. 그렇다면 연금술은 어떻게 진행하느냐?

재료를 일단 섞어야지 물약이 나오는거니까요. 그 부분에서 바로 연금술아카데미의 장점이 드러납니다.

모든 연금술과정은 바로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것이죠.

매 게임마다 재료의 혼합결과가 달라집니다. 예를들어서, 지금 조립된 파란색플레이어의 실험실에 꽃과 닭발을 함께 섞어보고싶다면,

저런식으로 위에 얹어놓고 QR코드를 인식하듯 스마트폰으로 카드를 비추면 알아서 결과가 나옵니다.

-가 나올수도있고, +가 나올수도 있는셈이죠.

그러나 무작정 끓이고 결과만 볼 수 없습니다. 왜냐, 직점 시음을 해봐야 그게 -인지+인지 알 수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때문에 바로 맨 위의 저 두가지 칸이 존재하는겁니다.

왼쪽에 사악하게 웃고있는 사진은, 자신의 제자에게 물약을 먹여보는겁니다.

그대신 부작용이나오면 위로금 1원씩을 지불해야되는거죠.

반대로 오른쪽은, 자신이 직접 임상실험을 해보는겁니다.

그러나 그만큼 부작용은 모두 자신이 직접 겪게됩니다.

몸이 허약해져 병원에간다거나, 스테미너가 급격하게 저하되어 아침 기상시간이 가장 늦는다거나..

아니면 정신력이 바닥이되어, 미치광이가 되면 명성이 하나 떨어지게됩니다.

어떤 선택을 할것인지는 모두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실험실의 확대버전입니다. 만약 이 두가지를 섞고싶다하시면..

그러면 앱스토어에 들어가셔서 Alchemists라는 어플을 받으시고,

원하시는 액션을 취하시면 됩니다. 학생에게 먹이기, 직접마시기, 물약팔기 등등.

모든건 임상실험을 거쳐야지 결과를 도출할수있습니다. 심지어 모험가에게 먹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딜가나 위험요소는있죠.

이건 물약팔기 액션을 어플로 취해본겁니다. 닭발과 괴상한 버섯을 섞었는데, 색이 세가지가 혼합되어있고 +,-가 되어있네요.

제가 닭발과 버섯을 섞을때, 파란색포션 +가 나올것같다! 라고 예상을 했는데, 저런 결과가 나왔네요.

저 결과는 제가 예상한 색깔도 맞았고, 음양도 맞았다는 뜻입니다.

즉, 닭발과 괴상한버섯을 섞으면 건강한 마나포션이 탄생한다는겁니다.

연금술의 과정은 다른플레이어가 볼 수 없고, 오로지 결과만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저 포션을 받은 모험가는 아주 기뻐하겠군요.

그렇다면 저걸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 걱정마십시요. 바로 이런 시트지가 존재합니다.

화이트채플이나 클루처럼 여기에도 플레이어들이 필기 할 수 있을만한 종이를 어마무시하게 많이주는데,

우리는 보드게임을 사랑하는 보드게이머들 아니겠습니까.. 저런거 아까워서 못쓰겠다하시는분들은 코팅을 해서 쓰셔도 됩니다.

물론 저도 그 부류에 속하기때문에.. 코팅 하는법은 모르겠고해서.. 하드보드지에 이 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팽팽하게 랩질을 했습니다.

꽤나 마음에 들게되었네요. 이제 이 위에 매직으로 X, O를 치며 추리를 하고 유사시에는 휴지로 지울수도 있습니다.

뭐 이런식으로 말이죠. 이것은 물론 테스트플레이입니다만, 랩질을 해놓으니까 지우기도 쉽고 간단하네요.

펜은 텔레스트레이션에 들어있는것들을 사용해봤습니다. 물론 랩은 찢어지기 마련이기에, 언젠가는 코팅해놓는게 더 편할거에요.

위의 사진들은 게임 중반부의 모습인데, 모험가들에게 포션을 파는것을 모두 성공해버려서 돈도 많이 벌었고,

심지어 그 돈으로 마법절구까지 구입했는데도 아직까지 5원이나 남아있는 모습입니다.

이런건 그냥 운이 좋았다고 하는거죠 뭐 허허.. 임상실험당한줄 모르는 모험가는 그렇게 운좋게 고비를 넘겼겠군요.

우리는 포션장수임과 동시에 저명한 연금술사입니다. 연금술사는 자신의 연구결과에 자부심을 가져야하고 그 논문으로 명성을 얻어야하나,

과연 진짜 정직한 논문만을 집필해야될까요? 그건 본인 마음대로입니다.

포션을 먹이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듯이, 연구결과도 누군가가 까기전까지는 그게 패러다임이 되는겁니다.

대표적인 예시중에 하나가, 과거 그리스의 의학자 갈레노스가 "피는 심장에서 생산되어 모든 장기에 공급한후 소멸된다"라는 이론을 2세기에 창시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 권위자의 논문을 반박할 생각을 못했죠.

그러나 이 패러다임은 16세기 베살리우스가 "피는 순환한다" 라는 이론을 가지고 힘겹게 이 논문을 반박하고 결국 인정받았죠.

그만큼 반박은 이런 패러다임을 깨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플레이어들은 아예 작정하고 사기논문들을 작성할수도 있습니다.

실험을 제대로 해보지도않고 "고사리는 음의 스테미너 성질을 가지고 있다네 허허" 라고 집필할수있고,

그래놓고 자신도 확실하지는 않는듯, "뭐, 아니면 말게나 허허. 난 확실하게는 말 안했다네 끙." 이런식으로 얼버무릴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점에서 연금술아카데미의 숨겨진 재미가 드러나는겁니다.

2인플에서는 이런 논문전쟁이 활발히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3-4인에서는 아마 전쟁터가 될것같군요.

모든것을 정리하고 펀칭틀까지 넣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펀칭틀을 버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이것도 같이 넣게되네요.

보드게임을 옆으로 놓았을때 흘러내리지도않게하고, 여러모로 쓸모있습니다.

연금술아카데미도 컴포넌트가 꽤 많다보니 치우는것도 상당히 일이네요 ㅋㅋ

1인플을 해보았는데 시간이 너무 후딱가네요.

결론

생각했던것만큼 그렇게 거부감드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굉장한 충격을 주었죠.

스마트폰을 이용했다는 그 자체도 그렇고, 게임이 어디 하나 어색한곳없이 꽤 완벽하게 물려 돌아갑니다.

마치 로빈슨크루소처럼 연금술 실험하는 과정도 인과관계가 아주 뚜렷하게 나오죠.

거기서 치열하게 펼쳐지는 논문전쟁과 사기 물약전쟁(?)

아마 rpg게임속의 연금술사들이 이렇게 머리아픈일들을 하는 줄 알았으면 포션살떄 진작에 돈을 더 주고 살걸그랬습니다.

문득 그들에게 경의감을 표하고싶네요 허허.. 내가 만나왔던 연금술사들은 사기도 안치고 공정거래만하는 사람들이었다니.

아무쪼록, 초보자들에게는 확실히 어려운감이 있지만 이 게임은 파고들어가다보면 그렇게 어려운편은 아니라

중급자들부터 입문해도 괜찮을듯 싶습니다. 아니면, 퍼즐게임을 특히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보자도 금방 익숙해질것같네요.

이상, 꽤나 완성도도 높고 잊고있었던 포션장수들이 대단해보이도록 만들어주는 명작

연금술 아카데미였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모든 종류의 실험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화학실험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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