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원정대① 2015.08.03 (부산대 다락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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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8 오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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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주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삶은 양자화 되어 있고, 오늘의 의지가 내일의 나까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착각이 아닐까

(간지가 펄펄 나는군요. 사실 양자화는 그다지 어려운 용어가 아닙니다. 그냥 불연속적이라는 뜻!)

평생을 관통하는 몇가지 아주 중요한 지침 이외에는 하루하루 살아지는 대로 살아버리는 편입니다.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지켜보기만 할 뿐, 무슨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가끔, 남들에게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아이디어나, 스스로도 오잉 하게 되는 엉뚱한 짓이라도

자신을 믿고 지켜보기만 하면, 소중한 보물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번 기회에도 좋은 인연과 멋진 추억을 얻었네요.

혹시 마음에 망설이고 있는 일이 있으시다면, 한 번 꺼내서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항상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_____^

룰북 읽는 즐거움, 설명의 쾌감을 아무리 극대화 한대도 어디까지나 게임의 재미를 위한 들러리죠~

플레이는 하지 않고, 수십개의 룰북만 보고, 혼자 중얼거리다 보니

즐거움이 서서히 옅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당분간 하지 않을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뭔가 아쉽기도 하더군요.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겉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보라에서 한 글을 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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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지역 순회 방문 시즌2 (경상도-전라도 분들 신청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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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꿈틀했습니다.

앗! 이거구나!!!! 가야겠다.

하루 정도는 밤샘을 하면 되겠고, 하루는 부산에 있는 친구집에서 신세를 지고 진주에서 올라와야지 하는 계획으로

파티가입 요청 쪽지를 한참 쓰다가 일상의 사소한 이벤트(밥먹는거라든지...)로 정지 되서,

마음만 정하고 쪽지를 보내지는 않은 상태로 있다가 스케일님이 쓰신 두 번째 글이 올라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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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지역 순회 방문 시즌2 일정 확정 2015-07-28 09:48:14 - skeil

드디어 내일 모레 출발이네요.

일정을 잡았는데요. (도중에 무슨일이 발생하면 일정이 바뀔 수 있습니다.) 방문지 주변에 계시는 보드게이머들 반갑게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거나 해치지 않습니다. 왈왈왈 으르렁)

7월 30일 (목)-31일 (금): 전주 남부시장 내 청년몰 같이놀다가게
8월 1일 (토): 광주 상무지구 다이스카페 (보드리아 모임)
8월 2일 (일): 여수 (여수광양순천 모임) - 벤더 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오신다고 하네요.
8월 3일 (월): 부산 부산대 근처 다락 - 스머프2 님과 함께 하는 스페이스 얼럿 체험
8월 4일 (화): 부산 월풍 님 작업실 with 케빈 님
8월 5일 (수): 진주 보드게임데이 with 드렁큰히로 님
8월 6일 (목): 아마도 포항...;;;
8월 7일 (금): 구미
8월 8일 (토): 대구 황금네거리 모임 - 혹시 오원소 님과 하하 님도 오시나요? ㅜㅜ 오원소 님 안 오시면 제가 낚이는 건데;;; 파닭파닭
8월 9일 (일): 대구 삼보연 with 거인의잠

이 일정 중에 반지의 전쟁 배우실 수 있습니다. (대전도 환영!) 게임은 제가 가지고 가니니까 몸만 오시면 됩니다. (옷은 입고 오셔야 되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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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쪽지를 보냈습니다.

확인하시고 답장이 없으셔서 약간 불안했죠.

그리고 드디어 "님가입ㅇㅋ"쪽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 휴가기간을 맞아 중국 스타일로 대량생산과 인코딩, 업로드를 마친 후 드디어 반지원정을 떠나기 전날!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낯선 분들과 낯선 게임에 대한 기대에 열대야의 더위가 더해져 깊은 잠에 들기가 힘들었습니다.

드디어 당일!!

원래 여자들은 여행 가방 싸는데 오래 걸리는 법입니다.

그래서 저도 무척 고민을 했죠.

이 게임을 가져가 말아??

게임을 가방에 넣었다 뺐다를 수십번 반복 한 후, 왠지 저의 몇 안되는 게임은 모든 분이 다 가지고 계실것 같아

쿨하게 다 제외시켰습니다. (이 선택을 두고두고 아쉬워했죠.ㅜㅠ)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빡빡하게 8분전에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고향이란 이런 걸까요? 부산이라는 글자만 봐도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만의 게임!!! 드디어 덕후님들을 두 눈으로 직접보는구나!!

저는 개인적으로 네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1. [고수스머프2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 트루아에 대한 열정, 요상한 깍듯함

무언가 평범하시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과연 느낌에 불과한가

2. skeil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이런 엄청난 스케일의 원정을 꾸리고 자그마치 올해 또 가시는건가

3. 반지전쟁은 무슨 매력이 있길래 여름휴가를 반납하며, 돈을 써가며 전도하게 만들도록 인간을 조종하는건가

4. 나는 무슨 생각인걸까, 다시 낯선 분들과 게임을 즐기고 친해질 수 있을까, 보드게임을 계속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물음표 네 개를 안고, 드디어 부산으로 가는 KTX안에 탔죠.

(그리고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네 개의 물음표는 다 느낌표로 바꼈습니다.^^)

성큼바퀴 KTX

저는 원래 기차를 타면 2분안에 잠이 드는데 경치를 본답시고 상당시간 기차여행객 놀이를 한 후, 잠이 들었습니다.

(이 때의 수면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면 단 1초도 허비하지 않고 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 시간도 안되서 도착한 내 고향 부산!

세상 참 좋아진것 같습니다. 서울-부산이 두시간 반 조금 넘게 걸리다니...

저는 나중에 할머니가 되서 말하겠죠.

"예전에 할머니가 어렸을 때는 서울 부산이 기차로 5시간 넘게 걸렸었단다...콜록콜록"

전철을 타고 부산역으로 이동, 전날 찍어놓은 약도만 보고 찾아갔더니 문이 잠겨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그곳이 다락2호점이었고, 모임이 열리는 곳은 1호점이었습니다.

하지만 2호점도 뭔가 느낌이 심상치 않더군요. 입구부터의 손으로 쓰신 여러가지 주의사항들..

다락1호점에 도착하여 입구를 열어 보니,

!!!!

과연 부산대 다락은 아주 기묘한 장소였습니다.

뭐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무언가 몹시 많은 것들이 붙어 있고,

진정으로 게임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곳에 들어 올 수 없다! 라는 포스를 뿜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한테이블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더군요.

좌식에 신발장이 있었구요 제가 후기만 보고 예상했던것보다는 아담한 규모였습니다.

딱 들어가자 마자 아 이분이 스머프2선생님이시군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전날도 밤샘을 하셨는지 이미 굉장히 지친 모습이셨고, 실제로 몇일 연속 밤샘을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스케일님은 제 예상과 몹시 달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보드라이프에 걸어두신 그림처럼 수염이 많이난 파마머리 털보실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스머프2선생님과 스케일님 두 분과 어색 뻘쭘하게 첫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무슨 게임을 할까 이것저것 쭝얼쭝얼 거리면서 게임 박스들을 둘러봤습니다.

스머프2선생님은 스페이스얼럿을 구입해두시고, 스케일님께 배우기로 결정하신 상태여서

스페이스 얼럿을 할까 하다가 저녁에 오시기로 한 히미끼님도 같이 하시고 싶으실것 같다고 하셔서 미루고,

스머프2선생님이 제안하신 게임은 바로 얼마전에 쓰신 후기로 알게된 Black story였습니다.

사건) 어떤여자가 죽었다. 왜냐하면 전화를 너무 오래했기 때문이다.
문제) 사건의 전말은?

스케일님과 둘이서 맞추는데 한 50분정도 걸렸던것 같습니다.

50분간 가만히 앉아, 미친듯이 궁금해하기만 하는줄 알았다면! 덥썩 시도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좌식으로 오래 앉아있는 것에 취약해서

처음 몇분간은 마음속으로 약간 후회가 되더군요.

낯설고 어색 뻘쭘하고 후덥지근한 상태로, 칠흑같은 답답함으로 우걱우걱 질문을 해나갔습니다.

이 게임도 자꾸 하다보면, 어떤 형식의 질문을 해서, 어떻게 추리를 해야하는지가 감이 오는데,

처음이라 너무 막막해서 어려웠던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주 훌륭한 게임입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어제 지인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제가 바로 블랙 스토리를 내서 다들 궁금해죽도록 만들어버렸죠.

그리고 진주 모임에서도 식사 때마다, 궁금하시게 만들어버려서 이때의 한을 풀게 됩니다.

일종의 복수라고 할까요? 님들도 왕창 궁금해보세염!!!! 흐캬캬컄

복수의 대상이 꼭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응???)

1번을 해결한 이후로는, 쭉쭉 달렸던것 같습니다. 2~7번까지는 그래도 한 문제에 15분정도?

아무튼 게임의 용도와 재미의 방향이 뚜렷해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구입할 예정!

득구찡님이나 스머프2선생님이 왜 그렇게 호평을 하셨는지 알것 같습니다.

어쨌든 괴롭고 궁금한 블랙스토리를 살짝 중단하고, 히미끼님을 기다리려던 계획은 얼렁뚱땅 치우고,

스머프2선생님과 스케일님, 저, 다락한분 이렇게 4명이 스페이스 얼럿을 시작했습니다.

전 크바틸빠기 때문에, 당연히 아주 좋았죠.

이 게임을 처음 해봤을 때, 그 정신 없음과 충격이란!!

떠들썩하고 우왕좌왕 허둥지둥 와장창 하는 재미를 예상했는데 게임이 생각보다 잔잔하게 흘러갔습니다.

튜토리얼1번을 무난하게 해결하고, 2도 다 해결됐다! 하고 방심해서 아예 카드를 8라운드까지인가 밖에 배치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제가 초반에 한 공격이 사정거리 미달로 발사 되지 않고, 실드가 계속 차는 위험이어서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파란색 구역파괴~~ 미션 실패!

예전에 했을 때도 이 컴포였는지 기억이 희미한데 유리로 된 진행 마커랑, 파워5짜리 컴포가 참 이쁘게 생겼습니다.

스페이스 얼럿을 마치자, 스머프2선생님이 많이 힘들어 보이셨고, 실제로 쉬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평소에도 게임 설명 등으로 체력소모가 심하셔서 정작 플레이는 많이 못하신다더군요.

기차안에서 점심을 패스해서 출출했던 저는 혼자 나와서 오랜만에 부산대 앞을 구경하며 맛있는 주먹밥을 먹었습니다.

물가가 아주 착하더군요. 2000원에 아주 맛있고 재료도 실하게 들어있는 주먹밥과 국을 먹었습니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가지고 다락으로 돌아와서 다시 수다+블랙스토리를 했던것 같습니다.

한참 있다보니 흑색의 히미끼님이 등장하셨습니다.

이 때만 해도 저는 같놀가의 사장님이시라고 알고 있었고, 몹시 피곤해보이셔서 저보다 훨씬 연배가 높은 분이신줄 알았죠.ㅋㅋ

소개도 하기 전에 갑자기 블랙스토리에 유입 되셔서, 또다시 정신없이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일님과 히미끼님은 약간 말씀이 없으셨고

저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빨리 맞추고 다른 게임을 하려는 마음으로 미친듯이 질문을 던졌죠.

그리고 겨우 n번 문제를 맞추고 나면..

스머프2선생님 : "n+1번 문제가 진~~~짜 예술인데 한 번 문제만 들어보실랍니까?"

반지원정대: "음.. 그..럴까요?"

스머프2선생님 : "n+1번 문제! 이러저러 이러저러해서 요렇게 됐습니당~ 왜 그랬게용???"

반지원정대: "헉!!! 사고였나요?"

스머프2선생님 : "NO!"

((계속 반복))

블랙스토리 아무튼 엄청난 게임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시간 운전하는 차안에서 하고 놀면 정말 굿일것 같네요.

이틀 뒤 진주에서 택시 안에서도 해버렸죠.

아마 그 택시기사님은 지금까지도 궁금해 하실것 같습니다.

드디어 블랙스토리의 늪에서 빠져나와 무슨 게임을 하다 망설이다가

그래도 멀리서 오셨는데 다락의 인원과 다같이 한게임은 해야할 것 같아 랜슬롯까지 포함해서 레지스탕스 아발론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친분이 많이 형성된 분들 사이에 초면인 저희들이 레지스탕스 아발론을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약간 망설였는데

스머프2선생님이 눈이 반짝반짝 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들 진짜 저 한번 믿어보시소. 절~~대 후회 안할겁니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음 다락에서 아발론이란, 제가 생각하던 그런 아발론이 아니더군요.

보통의 아발론이 맥심이라면, 다락의 아발론은 티.오.피.였습니다.

그것도 한 10년 발효시키고 50번 다시 끓인 그런 종류의 티오피였던 것입니다!!!!!!!
이건 뭐라 설명을 드릴 수가 없네요.

반지원정대는 한 명 한 명의 발언에 미친듯이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체력도 훅훅 떨어져갔죠.ㅠㅜ

반면에 힘들어 보이시던 스머프2선생님은 체력이 점점 차올라가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알고 보니, 사이클이 약간 다르셔서 오후는 이른 새벽같으신 상태였고, 본 활동시간이 되시자 점점 기운이 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원정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는데,

반지전쟁보다 레지스탕스 아발론이 훨씬 무거운 게임이었습니다.

원정 내내 캡틴스케일님이 자꾸 반지전쟁미니빌설을 펼치셔서 제가 계속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극구 부인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캡틴 말씀이 옳았습니다.

아발론에 비하면 반지전쟁은 그야말로 주사위빨 파티게임이죠. 미니빌!! 미니빌!!!

반지전쟁은 아무생각없이 주사위만 던지면 되지만, 아발론은 미친듯이 뇌를 풀가동해야하는 뉴런이 타들어가는 게임이었습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아발론 한 게임이 끝나고, 게임의 승리는 결국 멀린을 때려잡은 악의 승리

선이었던 저와 캡틴스케일님이 활약을 약간 못한 영향이 있었지만,

이 괴물같은 분들 앞에서, 어설픈 계락과 술수를 펼칠 수가 없어 진실만을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흑흑

이렇게 대작 아발론을 마친 후, 학생들은 대부분 귀가를 하고, 11시경 다같이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역시 메뉴 결정으로 많은 의견이 오간 후, 결국은 주사위를 굴렸는지, 가위바위를 했는지 암튼 랜덤으로 돼지국밥으로 결정됐지만,

가는 길에 삼겹살로 바꼈습니다. 응???

그 전에 블랙스토리를 하면서도 스머프2선생님과 중간중간에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날 식사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스머프2선생님은 결코 평범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굉장한 열정과 에너지를 품고 계시더군요

인간을 배부른 돼지/배고픈 소크라테스라는 기준으로만 일렬로 배열한다면, 소크라테스 쪽으로 상위 1%에 드실 만한 분이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가치관, 바른 것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제가 속으로 가지고 있던 몇가지 삶의 지침을 수정할 만큼 아주 많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네요.

그리고 삼겹살이 무척맛있었습니다.

돌아와서 새벽 2시쯤 선택한 게임은 언덕위 집의 배신자

캡틴스케일님의 설명으로, 스머프2선생님, 저, 히미끼님, 다락의 한분 까지 이렇게 5인플로 진행했습니다.

이 5인에 놀라운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휴대전화에 초월한점.

캡틴 스케일님은 휴대전화가 미개통인 상태로 공기계만 휴대하고 계셨고, 흑색의히미끼님은 비록 너덜너덜한 아이패드가 있긴 했지만 폴더폰의 소유자셨으며, 스머프2선생님과 다락의 한분도 폴더폰이셨습니다.

사실 저도 최근 스마트폰을 얻어서 사용하고는 있지만, 얼마전까지 2G폰을 썼었고 여전히 요금제가 2G라 와이파이 되는 곳이 아니면 카톡이나 기타 다른 인터넷을 못쓰죠. 별 일이 없으면 하루에 한두번 전화기를 안보는 일도 있고, 이런 편이어서 지인들의 원성을 살때가 간혹 있는데, 다섯이 다 그런사람이라 몹시 신기했습니다.

언집배는 베틀스타 겔럭티카와, 광기의 저택, 데오윈의 느낌이 나는 아주 참신한 게임이었습니다

다락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더 재밌었네요.

언덕위의 집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탐험을 하다가, 때가 되면 한 명이 배신을 하게 되고,

배신자/배신자가 아닌 사람들의 미션이 각각 생기게 되서 게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듭니다.

전 원래 초록색을 무척좋아해서, 초록색 초딩 케릭을 선택!

색깔이 초록색인 것을 빼고는 특출난 것이 없는 무난한 스텟의 케릭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진해보이던 초딩은 알고보니 굉장한 싸이코였습니다!!!!!

헌트가 발생하자, 전 배신을 때리고 꾸석에서 꼼지락거리면서 엄청난 짓을 벌리고 있었죠.

그리고 캡틴 스케일님이 갑자기 주사위를 굴리더니, 빵!!!

초딩이 몸에 몰래 설치해놓은 폭탄을 해체하려다 실수로 터지고 말았죠.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뽈뽈 거려봤지만 결국 게임은 초딩의 승리로 끝납니다.

전 맘껏 깔깔거렸죠. 으흐흐흐 아주아주 즐거웠습니다.

만족만족 대만족이네요.

자세한 시나리오는 말하면 재미가 없으니 생략하겠지만 정말 멋진 게임입니다.

진주 모임에서 드렁큰히로님 후기에도 쓰셨지만, 그 때도 시나리오의 참신함에 기가막혀서 혀를 내둘렀네요.ㅋ

재밌는 소설책을 한권 읽는 느낌입니다. 완전 몰입해서 게임하게 되네요.

나머지 시나리오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하셔야 하는 다락의한분이 주무시고, 새벽4시쯤 4인이서 마지막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플레이하였습니다.

저와 스머프2선생님이 하이드씨를,

캡틴스케일님과 흑색의히미끼님이 지킬박사를 하셨구요.

게임은 완벽한 카운트를 하시는 스머프2님 덕에 하이드씨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게임을 마치고나서 또 간단한 요깃거리와 마실거리를 사와서 2차 파티타임을 가집니다.

이때는 더 소규모의 인원과 조용한 분위기로 한층 더 깊어진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서로 정말 특이한 사람들이라고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다들 한분야에 상당히 심취한분들이셔서

정말 심각하게 빠져든 사람들끼리 통하는 "그래 맞아맞아"하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오갔습니다.

이런 저런 게임, 마음의 변화들, 모임의 생로병사.

그러나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날 밤, 조금 이야기 했다 싶어 시계 바늘을 보면, 시침이 한칸씩 진행해 있는 기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낯을 몹시 가리는 편이기 때문에

난생처음 만난 분들과 이렇게 공감하며 신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니, 무척 신기하더군요.

어느새 창밖이 밝아오며 아침 7시가 되었습니다.

쌩쌩하시던 스머프님이 점점 기운이 없어지시더니 잠드실 시간이 되셨다며 이불을 까셨고,

오전10시에 월풍님 작업실인 양정역에서 뵙기로 했기 때문에 2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

원정대는 미리 가서 기다릴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저의 요청으로 2시간 눈을 붙이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캡틴스케일님은 전날도 거의 안주무신걸로 알고있었는데, 2시간 동안 후기를 쓰겠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굇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자사람 특혜로 방을 점령했죠.

다락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오늘 아침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번 분기내에서 가장 신기한 하루였구나 생각하면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반지 원정대 1부 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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