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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컴호러 트레이 제작기입니다.

4,462 조회

2014.01.11 03:17

안녕하세요!

친구들에게 아컴호러를 전파한 지 어언 1년 만에 드디어 확장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본판도 다 깨진 못했습니다.)

위 사진대로, 저는 본판과 빅박스 확장인 인스머스 호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희 모임이 오늘은 우리집, 다음은 이 친구네 집, 이번엔 저 친구네 집으로 매번 장소가 바뀌기 때문에 빅박스를 두 개 들고 다니기에 불편함이 많아서 아예 한 박스에 몰아서 정리하고자, 트레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보드게이머라면 (아마도) 한 번쯤은 기본 트레이가 불편해서, 조금 더 편리한 트레이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카드에 프로텍터를 씌웠더니 크기가 커져 기존 트레이에 다 들어가지 않거나, 아예 안 들어간다던지.

작은 컴포넌트가 많아서 지퍼백을 쓰는데, 일일이 집어넣기 번거롭다던지. 등등요.

보통은 반찬통같은 대체품으로도 훌륭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만, 반찬통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법이죠. 제 경우가 그렇고요.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트레이, 수납함.

사진이 흔들렸네요. 본판과 인스머스 호러의 모든 구성물입니다.(다른 확장이 있어야 사용되는 일부 구성물은 제외했습니다.) 많죠.

제일 먼저 한 일은, 박스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구성물들을 어떻게 집어 넣을까를 정하는 거였습니다.

무엇보다 사용과 정리가 편해야 하죠. 딱 봤을 때 정돈된 느낌이 든다면 더 좋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두 박스를 합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박스 하나에 다 들어가기는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죠.

우선 트레이를 제거한 박스 안에 구성물들을 차곡차곡 모두 집어넣어 봅니다.

박스 바닥에 보드판과 설명서가 깔려 있습니다. 우측이 모든 구성물을 넣은 사진입니다. 넘칠랑 말랑 합니다.

다행히도 박스 하나에 모두 넣을 수 있습니다. 박스 안에 넣는 방식은 서너가지가 나왔는데, 저는 위 사진의 것을 최종 선택했습니다.

어떻게 정리할 지를 정했으니 이제 트레이를 설계하고 만들어야 합니다.

박스의 크기가 넉넉했다면 눈대중으로 적당히 만들어도 적당히 잘 들어갔을 테지만, 지금은 1mm도 아쉬운 상황이므로 각 구성물의 길이를 쟀습니다.

큰 카드는 가로 58mm, 세로 90mm, 높이는 35mm 해서 다섯 뭉치. 이런 식으로요.

그 밖에, 구성물을 꺼낼 때 손가락을 어떻게 넣을 것인지 등을 생각해서 트레이를 구상합니다.

제가 구상한 트레이입니다. 검정은 벽이고, 회색은 얕은 칸막이가 됩니다.

이제 트레이를 만들 시간입니다.

저는 폼보드(우드락)와 우드락본드를 사용했습니다.

우선, 도면을 바탕으로 폼보드를 잘라 트레이 부품을 만들었습니다.

정리된 폼보드 조각들입니다. 이 때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네요. 이제 조립만 하면 됩니다.

조립에 앞서 밑판에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위에 붙이기만 하면 되겠네요. 우드락본드로 열심히 붙입니다.

쨘. 완성된 트레이입니다.

작은 트레이들을 조립한 모습입니다. 굉장히 만족스럽네요.

어디 박스에 잘 들어가는지 봅시다. 본드로 붙이기 전에 트레이 밑판이 박스에 들어가는지를 미리 확인해두면 수월합니다.

들어가네요. 딱 맞게 되어 있어서, 빼내려면 박스를 뒤집어서 탈탈 털어야 겨우 나옵니다. 일단은 순조롭습니다.

이제 구성물들을 하나씩 넣어 봅시다.

카드나 토큰들이 모두 딱 맞게, 그러니까 약간 퍽퍽하게 들어갑니다. 약간 아쉽지만 사실 이정도만 돼도 감지덕지죠.

나머지 구성물들도 마저 넣어봅시다.

조사자 시트와 고대의 존재 시트까지 넣었더니 트레이를 살짝 넘칩니다. opp봉투를 씌우려고 했는데, 그랬다간 박스가 안 닫히겠습니다.

이제 룰북과 보드판만이 남았습니다.

모조리 다 넣은 모습. 보드판이 삐져나와 있군요. 결국 박스가 완전히 닫히지는 못합니다. ㅜㅜ

사용하지 않는 구성물과 원래 있던 트레이는 본판 박스에 넣어서 보관했습니다.(트레이 둘이 서로 포개지더라고요. 딱 맞진 않지만)

원래는 아컴 호러를 구입하고 프로텍터를 씌웠을 때, 트레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드 부피가 커져 본래 카드 트레이에 다 들어가질 않았거든요. 이냥저냥 하다보니 적응되고 해서 그렇게 2년 동안 무심코 지내다가, 이번에 시간도 남고 해서 큰 맘 먹고 만들어 봤습니다.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됐네요. 뚜껑이 덜 닫히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잘 만들어진 걸 보니 뿌듯합니다.

하루를 꼬박 썼네요. 만들 때는 힘들었는데, 내가 만든 트레이에 구성물들이 딱딱 맞아 떨어질 때의 기분은 묘한 쾌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쓰고 나서 보니 밥 로스 아저씨가 "참 쉽죠?" 하는 느낌의 글이 된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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