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새로 사고 싶습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보드게임을 하나 더 장만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해왔던 게임들로 인해 이제는 어느 정도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잡히지 않았나 싶어, 이참에 새로운 추천목록을 한번 받아볼까 합니다.
그동안 제가 해왔던 게임들에 대한 간략한 소감입니다.(게임을 접했던 순서대로 정리하였습니다.)
1. 뱅: 주사위 게임(호) - 보드게임 입문작! 보드게임 세계에 빠져들게 만들었을 만큼 정말 업돼서 재밌게 플레이했었습니다. 각자 특성이 다른 캐릭터들을 잡고 롤플레잉을 한다는 느낌이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다만, 최소 5~6명 이상부터 찐재미가 시작되는데 사람 모으기도 힘들고, 마피아 게임의 특성상 먼저 죽은 사람은 할 게 없다는 단점 등, 뭐 굳이 이제 와서 할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딱 입문용으로써 제 역할 다 한 게임.
2. 로스트 시티(불호) - 보드게임방 갔는데 하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이 다 가져갔고, 기다리면서 몸풀기용으로 한번 해볼까 해서 해봤던 게임. 적당히 머리 굴리며 나름 괜찮게 플레이했었습니다. 하지만 메인 보드판 없는 카드 위주의 게임은 볼륨감도 작게 느껴지고 굳이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팬데믹(애매) - 친구와 2인으로 뭔가 인터렉션도 없이 허전하게 협력플을 진행해서 그런가 재미가 느껴지지 않더군요. 테마성을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 메인보드판도 그냥 세계지도에 줄만 찍찍 그어져 있는 이미지라 몰입도도 덜 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명성이 자자한 팬데믹 레거시도 곧 시즌1을 재판한다고 하고, 그걸 대비하여 다시 한번 3~4인으로 제대로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긴 합니다.
4. 7원더스(애매) - 우선 테마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러스트나 디자인도 세련된 게 좋았지만, 설명 대충 듣고 어영부영 딱 한 판만 해봐서인지, 딱히 이렇다 할 재미는 못 느끼고 넘어간 게임이네요.
5. 버건디의 성(호) - 전략적인 시스템이 나름 취향에 맞았습니다. 친구들과 두 어판 더 돌릴 정도로 재밌었네요. 다만 일러스트와 컴포넌트의 퀄리티 때문에 테마성을 거의 느끼기 힘들었던 게 단점이었던 거 같습니다.
6. 도미니언(불호) - 나의 덱을 구성하며 발전하는 덱빌딩 게임을 이때 처음 해본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가 예뻐서 첫인상도 좋았고, 플레이도 뭐 나쁘지는 않았는데, 딱히 취향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임보드판 없이 카드들만 가지고 돈 내고, 사오고, 액션 하고 그러는데 딱히 몰입감이 들진 않더군요. 버건디의 성은 또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도미니언은 들지 않았습니다.
7. 스플렌더(불호) - 칩들로 머리 굴려가며 카드 사오고 뭐하고 하며 친구 셋이서 나름 경쟁심을 발휘하며 괜찮게 플레이했습니다. 확실히 칩의 손맛으로 먹고 들어가는 게 뭔지 알겠더군요. 근데 뭐 역시 보드판이 없어서 볼륨감 있는 재미는 기대하기 힘들고, 누가 다시 하자고 했을 때, 또 각자 빡집중 하며 빡게임 할 걸 생각하면 피곤하네요.
8. 티켓 투 라이드(호) - 룰은 단순한데 기차 컴포넌트로 나의 노선을 만들어가는 맛이 꽤나 쏠쏠하더군요. 만족스러웠습니다. 후에 유럽판을 구매했습니다.
9. 카탄(호) - 1~9번 게임들 중에선 가장 재밌게 했던 게임입니다. 친구 넷이서 거의 서 너 판을 만장일치로 한 판 더를 외쳤을 정도로요. 일단 보드판 위에서 자기 영토 확장해나가는 맛이 쏠쏠한데 거기에 주사위 운으로 경쟁에 대한 부담도 줄여주니 즐겜이 정말 잘 되더군요. 후에 항해사와 도시와 기사 확장까지 다 구매하였고, 며칠 전까지도 플레이 했는데 역시 재밌었습니다. 다만 이때쯤 되니 슬슬 주사위 운에만 모든 걸 맡겨야 하는 게 좀 지치긴 하더군요. 운이 좋은 사람은 즐겁겠지만, 운이 안 따르는 사람은 점점 무력감을 느껴가는...(아직 도시와 기사 확장을 안 해봤는데, 끼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겠네요.)
10. 르네상스의 거장들(극불호) - 많이들 추천해주시길래 처음으로 구매했던 보드게임입니다. 현재 열 개 정도의 보드게임을 구매해서 소장중이지만, 가장 구매를 후회하는 보드게임입니다. 일단 일러스트도 2019년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촌스러운데다, 테마도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구슬이 뭐 시장이라는데 그게 어째서 시장인지...) 발전카드인가를 사와서 내 자원을 그 시스템에 맞게 재생산하며 쌓아가는게 가장 메인 플레이 요소인데 그걸 하고 있는 이유도 모르겠고, 보람도 없고...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11. 크툴루: 죽음마저 죽으리니(극호) - 처음으로 플레이해본 테마틱 게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애초에 크툴루 신화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몰입감이란 게 이런 거구나를 느낄 수 있었네요. 내가 플레이 하는 게임에 공간감을 주는 역할을 하는 배경용 보드판은 그 어떤 게임보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 정도로 미술이 수려했고, 실감 나는 캐릭터와 몬스터 피규어들은 크나큰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주사위 운적인 요소도 파티게임으로써의 재미를 주는데 아주 적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하지만 역시나 주사위로 진행하는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운에만 모든 걸 거는 게 점점 지치는 느낌이...)
12. 광기의 저택 2판(극호) - 크죽죽은 액션 위주의 라이트 한 테마게임이었다면, 광기의 저택은 한층 더 심화된 느낌의 테마게임이었습니다. 다 같이 어플 화면을 보며 플레이한다는 점이, 안 그래도 몰입감이 강한 테마틱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광기의 저택을 접하고 나니, 확실히 크죽죽은 좀 진지하고 공포스러운 느낌이 덜해, 한수 아래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직도 크죽죽만의 맛이 있다고 느낍니다.
13. 에이언즈 엔드(호) - 처음에는 이게 뭔 재미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나중에 뭔가 또 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렇게 알듯 모를듯 하며 두어 판을 더 진행해보니 꽤 재밌는 게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내가 사온 카드로 전체 덱을 구성해 나가는 느낌이 도미니언의 그것과 거의 유사했지만 이건 더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배경 보드판이 없어서 몰입감이 덜 하다라는 생각도 점점 사라졌구요. 이 모든 점이 테마가 확실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미니언처럼 그냥 막연한 1점, 2점의 점수를 얻기 위해서가 아닌, 마법사가 되어 한 마리의 괴물을 때려잡는다라는 명확한 목적성에 따른 액션이라서 그런 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4. 롤 포 더 갤럭시(불호) - 테마 마음에 듭니다. 다채로운 주사위를 구성하며 진행하는 맛도 꽤나 쏠쏠합니다. 타일들로 나만의 영역을 확장해나간다는 느낌도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사라지지 않는 블러핑에 대한 의심이 발목을... 솔직히 믿을 수 있는 친구들끼리 하더라도, 그냥 안 보이게 가리고 하는 행위 자체가 찜찜한 거 같습니다. 자잘한 에러플을 하는 것보다 더 클린한 게임이 안 되는 느낌이더군요. 그리고 붙여넣는 타일들이 이미지적으로 유기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발전하는 느낌도 덜 하고요. 그리고 이것도 꽤 큰 요소인데, 턴 없이 동시진행인 점이 별로더군요. 남이 하는 걸 그래도 다같이 보면서 해야 경쟁하는 맛도 있는 건데, 각자 자기것만 붙들고 하고 있으니...
15. 7원더스: 듀얼(호) - 테마 좋고, 일러 예쁘고, 심플하고, 재밌습니다. 근데 십수 판 정도 하니 급 질리긴 하더군요... 그래서 판테온 확장이 빨리 정발 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16. 테라포밍 마스(불호) - 최근 핫한! 유행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테포마!!를 가장 최근에 접했습니다. 해외나 국내나 이정도 순위에 인기면 뭐 당연 재밌겠지! 하며 모든 확장(격동만 빼고), 프로모카드, 듀얼레이어 개인판까지 한꺼번에 다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지루하더군요. 각자 기업을 업그레이드해서 화성에 영향력을 누가 더 많이 끼치는가라는 테마성은 좋은데, 그 업그레이드라는 게 생산력 올리는 것 말고는 없는... 프로젝트 카드들을 계속 뽑아대며 진행하는데 뭐 일러 예쁘면서 종류는 많은데 결국엔 다 기업 생산력 올리거나, 내리는 거 위주고, 그 어떠한 카드들도 인터렉션이라는 게 거의 없고 기업 생산력만 조물조물 거리고 있는 거에 국한된 게임이더군요.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 카드를 모으는 것도, 그걸 추려내고 있는 것도 그저 피로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 보드판 위에 숲이랑 강, 도시 개척해나가는 맛이 있는 게임인 줄 알았는데 거기서 오는 재미는 거의 없었습니다. 기업 생산력 조물조물이 메인인 게임... (아직 본판만 해본 상황이라 다른 확장들까지 끼면 어떨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게임에 재밌는 요소를 더해보겠다는 의지로 3D타일을 노려 빅박스 선주문까지 들어간 상황이긴 합니다.)
17. 쓰루 디 에이지스 스팀버전(호) - 문명이라는 테마는 확실하고 한데, 미술이나 디자인적인 부분은 확실히 촌스럽긴 하더군요.(정감은 가는 편이니 패스!) 그래도 플레이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계속 이런 빌드 저런 빌드 해볼까 하며 끊임없이 도전하게 되는... 한 이틀 밤새우며 빠져 했습니다. 이제는 좀 질려서 가끔 시간 때우기용으로 한 두 판 하는 정도지만 여전히 쏘쏘한 재미는 있네요. 근데 사람들이 엄청난 명작급으로 치켜세우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게임이 이제 뭔가 제대로 해보려 할 때쯤 끝나버리는 느낌이라는... 그리고 이게 PC로 했으니까 망정이지, 보드게임으로 하는 영상 보니 확실히 세팅적인 부분에서 너무 불편해 보이더군요. 평소에 사람 모으기도 힘든데 언제든지 나랑 같이 게임해 주는 AI들도 있고 이 게임은 그냥 PC로만 즐기는 걸로 만족합니다.
얘기하다 보니 너무 장문의 글이 되어 되려 취향을 참고하시는데 난해함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더 좋은 추천을 받고 싶은 욕심에 주저리주저리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2인플 위주로 하고, 가끔 모임으로 3~4인을, 그리고 드물게 5인플을 하는 편입니다.(당연히 누구나 그렇겠지만 6~7인 이상의 대규모 보드게임 플레이를 할 일은 연중행사급 정도니 거의 논외...)
저의 취향을 고려하시어 구입할만한 좋은 보드게임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ps(1). 뭐 당연히 크툴루 팬으로서 앞으로 나올 아컴호러카드게임(얼마 전 초판 때 다른 게임 사느라 자금이 딸려 못 들어간...ㅠㅠ), 아컴호러3, 광기의 저택 확장 등은 필구할 예정입니다. 엘드리치호러나 아컴호러2는 뭐 구하기도 힘드니... 중고구매는 되도록이면 지양하고 싶네요.
ps(2). 네메시스와 테인티드 그레일 같은 것도 그 압도적인 테마성에 안 살 수가 없어 보이더군요. 나오면 필구할 예정입니다. 좀비사이드는 스킨만 바꾼 크죽죽이라길래 살짝 고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