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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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9 15:18

(뻘글 주의) 롤백 많이들 하시나요? 한 명이 수를 되돌리고 싶다고 했을 때 성향에 따라 절대 롤백을 인정해주지 않는 분들도 계실 거고, 언제든 괜찮다고 할 분들도 계실 거 같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모임에서는 랜덤성에 영향이 없는 경우엔 거의 다 롤백을 허용합니다. 티츄 같이 카운팅이 중요한 카드게임에선 물론 낙장불입이라고 외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들 즐겁자고 하는 게임인데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는 방향이 롤백이라면, 야 그냥 롤백하면 어때 해주자 해주자~ 하고 나서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롤백엔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거 같아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더 좋은 수가 갑자기 생각났을 때 하는 경우와, 결과가 어떨지 전혀 모르지만 직감적으로 선택을 바꾸고 싶어 하는 경우. 웃기지만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때 그렇게 했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와, 그때 그렇게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지난 선택의 순간들을 떠올릴 때 맞닥뜨리는 정말 큰 부분들인 것 같아요. 제 경우에 후회하는 건 역시 돌아가신 아버지깨 좀 더 말 자주 걸고 자주 찾아뵙고 했었어야 하는데 하는 겁니다. 전역 직후 복학생 시절에 돌아가셨으니 제가 돈으로 효도할 시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화라도 더 자주 드리고 연휴 때라도 더 자주 고향에 내려갈 걸 하는 후회가 1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여전하네요. 미련이 남는 걸 하나 꼽아보자면, 20대 때 지금 회사를 때려쳤어야 하는데 정도랄까요... 30대 중반이 되고 나니 이제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그냥 월급쟁이 회사원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진작 퇴사하고 뭐든 더 해볼걸, 하는 미련이 참 큰데,, 역시 사람 일 어찌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때 퇴사했다면 또 월급쟁이 인생에 미련을 가졌을지도 모르죠. 어쨌거나 분명한 건 아무리 미련에 잠기고 후회가 막심해도, 인생을 롤백할 수는 없다는 거겠죠. 어젯밤 3차를 가지말걸, 갤럭시 말고 아이폰을 살걸, 보고서 마무리를 그렇게 내지 말고 이렇게 낼걸, 이러지 말고 저럴걸 저러지 말고 이럴걸, 수 많은 선택에 후회와 미련이 남지만 지난 시간 지난 선택은 단 하나도 바꿀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즐겁자고 하는 보드게임에서라도 롤백 한 두 번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 덱에서 다음 이벤트 카드가 뭔지 안 뒤집어졌으면, 다음 플레이어 손에 무슨 카드가 있는지 아직 밝혀진 게 아니라면, 아 잠깐만, 나 수 한 번만 물릴게, 라는 친구의 간절한 외침에 그래, 나도 삼성전자 주식을 그렇게 사서 후회막심한 입장인데 네 선택 하나 못 물러주겠냐, 라고 대인배처럼 대답해주자구요 우리. 그나저나 이 놈의 삼성전자는 언제쯤... 후....